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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한국언론학회 2022 봄철 정기학술대회 리뷰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2-06-24

2022년 5월 20~21일 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는 특히 이례적인 세션이 주목을 끌었다. 바로 방송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라운드테이블이다. 공영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을 대표하는 사장이 모여 방송의 현안을 논의한 이 세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2년 5월 20일 공주대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글로벌 경쟁시대: 방송의 위기와 도전’이란 주제의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박은희 대진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이강택 TBS 대표, 이규연 JTBC 대표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한국언론학회

 

 

지난 5월 20~21일 공주대에서 2022년도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무한 매개 사회의 뉴노멀: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이라는 대주제를 바탕으로 기획 세션, 연구회 세션, 신진학자 세션, 학술공동체 라운드테이블, 원로 세션, 미래특별위원회 등 다양한 학술의 장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의 오프라인 학회여서인지 5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가장 이례적이고, 그래서 관심을 모았던 세션은 바로 방송사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라운드테이블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로벌 경쟁시대: 방송의 위기와 도전’이란 주제로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이강택 TBS 대표, 이규연 JTBC 대표가 참석했다. 라운드테이블의 사회를 제안받았을 때 ‘어떻게 이들이 함께?’하는 궁금증과 ‘이들을 모아 놓고 라운드테이블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이 낯설고 기묘한 조합이 성사될 수 있던 것은 김경희 한국언론학회장의 순정한 기획 덕분이었다. 학회장의 초청에 사장단이 흔쾌히 응함으로써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공영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대표하는 사장들이 모이는 특별한 자리가 성사된 셈이다.

 

사회자로서 사전에 받은 정보는 ‘글로벌 경쟁시대, 방송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주제와 네 분의 방송사 사장이 참여한다는 것뿐. 주제발표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토론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라운드테이블의 성격과 진행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구체적인 쟁점을 갖고 토론하기보다는 방송사 수장들이 현재 방송이 처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학계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직접 밝힘으로써 스스로의 책무를 소명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진행은 세 부분으로 나눠 사장단이 돌아가며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위기 요인의 진단 △위기 극복을 위한 방송사별 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 △정책적 개선이나 사회적 지원의 요청 순이었다.1)

 

방송사 위기 요인의 진단

 

첫 번째 질문은 방송사마다 결은 다르겠으나 각기 당면한 최대 위기 요인을 무엇이라 판단하는가였다. 방송이 레거시 미디어로 몰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한 환경에 처한 지금 공영 미디어와 종편 수장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가장 먼저 답변을 시작한 김의철 KBS 사장은 현재 방송사에 닥친 최대 위기로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잠식을 들었다. 코로나19 2년을 거치면서 글로벌 OTT가 콘텐츠 제작·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기존 미디어 지형을 무너뜨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글로벌 OTT 등 대규모 자본에 한국은 제작 시장, 가입자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각축장의 하나가 됐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우리 콘텐츠 제작의 기회가 확대되고, 세계 시장에 콘텐츠를 선보일 판로를 개척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광고 시장 중심으로 발전해 온 방송사와 방송사가 참여하는 토종 OTT에겐 극복하기 어려운 타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박성제 MBC 사장 역시 당면한 최대 위기로 글로벌 OTT로 인한 제작 시스템의 변화, 그로 인한 콘텐츠 제작비의 무한 상승을 들었다. 박성제 사장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과 비교해 재원과 제작비를 조달하는 게 힘들다”며 광고비만으로는 제작비의 절반도 충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결국은 높아진 제작비 충당을 위해 OTT에 판매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고 토로했다. KBS와 MBC 모두 이제까지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를 제작해 2차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내던 구조가 깨지고, 초기 제작비 충당이 안 돼 OTT에 의존하게 되면서 유통을 글로벌 OTT가 독점하게 된 현실을 당면한 최대 위기로 인식했다.

 

이규연 JTBC 대표는 보도 부문을 대표하는 수장답게 방송이 갖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 사회는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상징되는 극심한 양극화를 겪었고, 지금도 그게 해결이 안 되고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양극화 속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방송사 신뢰와 관련한 문제로, 수용자의 양극화가 방송을 통합의 미디어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위기 요인 진단에서 김의철 사장, 박성제 사장 모두 우리 사회 ‘신뢰의 위기’가 상수처럼 존재하는 것을 우려했고, 이강택 TBS 대표 역시 수용자 양극화로 인해 당장 방송사 정체성 혹은 존립까지 위협받는 현 상태를 최대 위기로 내세웠다. 학회가 열린 지난 5월 20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고, 이강택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을 모두 가진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에 TBS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점을 학계와 시민사회가 위기로 인식해주기를 호소했다.

 

 

발언하고 있는 김의철 KBS 사장, 그 옆에 박성제 MBC 사장(오른쪽)과 김경희 한국언론학회 회장(왼쪽)이 자리해 있다. Ⓒ한국언론학회

 

 

위기 극복 위한 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

 

두 번째 주제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송사별 도전 과제와 미래 전략을 질문했다. 방송사 저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들었다. 박성제 MBC 사장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듯이 이번에도 ‘MBC는 지상파 플랫폼을 갖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그룹’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이미 플랫폼을 거의 내준 상태에서 콘텐츠에 방점을 두고 사활을 걸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사라는 기존 틀을 벗어나서 디지털 콘텐츠 기업으로의 확장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규연 JTBC 대표는 위기 극복을 위해 JTBC가 추진하는 도전 전략으로 ‘데이터 경영’에 방점을 뒀다. 10대, 20대가 방송을 멀리하고 디지털 미디어로 옮아 가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디지털 전환을 통한 데이터 경영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데이터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회사를 전면 바꾸느냐 아니냐가 JTBC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경영은 KBS에서도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최근 데이터정책부를 신설하는 등 데이터 경영에 비중을 두고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임기 동안 데이터 설계를 잘해서 미래 경쟁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방송사 모두 단순 방송사를 넘어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의 확장을 최우선으로 해 미래에 대응하겠다는 과업을 제시하긴 했으나 당장 현실의 격랑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였다.

 

시급한 정책·제도적 개선안

 

세 번째, 방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사안들은 무엇인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요청하고 싶은지에 대해 사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강택 TBS 대표는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심의 규제의 개선을 요청했다. 이강택 대표는 현행 심의 체계는 정치가 방송과 언론에 개입하거나 작동하도록 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시청자의 양극화, 사회 전반의 양극화로 인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공정한 심의를 보장하거나 인정받기 어려워진 현실을 고려해 심의 체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규연 JTBC 대표 역시 현행 심의가 지나치게 과잉돼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규제 체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규연 대표는 ‘크로스미디어렙’의 허용을 요청했다. 시청자들은 TV와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구분하지 않는데 미디어렙은 TV 광고만 다루게 돼 있어 혁신을 실험할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그렇기에 더 혁신적이고 실험적으로 보도도 하고 경영도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의철 KBS 사장은 공영방송 관련 제도와 법률 정비를 일차적으로 강조했다. 그동안 공영방송 관련 논의는 KBS 사장, 이사진을 누가 어떻게 뽑을 것이냐에만 머물러 있다면서 거버넌스도 중요하지만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그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려면 어디까지 서비스해야 하는지, 그 서비스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법률로 규정하고, 사회적으로도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은 박성제 MBC 사장의 순서였다. 박성제 사장은 한국방송협회장으로서 발언한다는 전제하에 대한민국 콘텐츠 업계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토종 OTT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웨이브와 티빙 통합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응답해 달라고 했다. 박성제 사장은 “현재 우리나라 한류 콘텐츠, K-콘텐츠를 얘기하는데, 그 열쇠는 토종 OTT가 힘을 합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정부가 이끌고 마중물을 만들어주고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토종 OTT의 통합이 안 되는 이유가 지상파방송 3사의 막힌 행정 탓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과 전혀 다른 제안이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90분 동안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라운드테이블로 준비해 장소가 비좁은 탓에 정작 방송사 직원들은 행사장에 들어오지도 못했고, 짧은 시간 탓에 질문이나 보충 발언을 못 한 점 등은 아쉬웠지만 우리 방송이 처한 위기와 위기 극복을 위한 각 방송사 나름대로의 전략,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요청에 이르기까지 방송사 수장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방청석에서 윤석민 서울대 교수가 방송사 사장들이 교수나 연구자의 이야기를 듣도록 해야지 발언을 하도록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교수는 각종 세미나, 논문, 혹은 칼럼을 통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충분하지만 이렇게 방송사 사장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를 소명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왔던 방송사의 ‘사회적 책무’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보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는 이런 자리가 정례화돼 방송사와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 라운드테이블을 위한 별도의 발표문이 없었고 녹취한 것이 아니어서 인용구는 김고은 기자협회 기자의 기사 <박성제 MBC 사장이 “CJ 회장과 만나고 싶다”고 한 이유>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1585)를 참고했다. 발표 내용은 기사에서 보다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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