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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방송총국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뉴스에서 시군 내 지역 언론사 기자나 편집국장을 화상 연결해 소식을 전한다. 지역 안의 더 작은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각 시군의 풀뿌리 언론사들과 협업해 생생한 지역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지역 언론과 KBS의 상생을 실현하고 있는 <풀뿌리K> 제작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이번에는 각 시군에서 활동하는 언론사와 함께 지역 소식을 전하는 <풀뿌리K> 순서입니다.”
KBS 전주방송총국이 저녁 7시부터 40분 동안 진행하는 <뉴스7 전북>에서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25분쯤 이런 앵커 멘트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앵커는 이어서 30초 정도씩 간추린 소식 네 건을 전합니다. 그리고 시군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언론사 기자나 편집국장 한 명을 화상으로 연결해 5분 정도 취재 내용을 더 자세히 물어보고 답변을 듣습니다. 화상 연결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합니다. 간추린 소식과 화상 연결 아이템은 가능한 해당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 중에서 선별합니다.
<뉴스7 전북>에서 7분 정도 방송한 <풀뿌리K>는, 2분 남짓 분량의 리포트 형식으로 다시 제작해 <뉴스9> 로컬 타임에 방송합니다. 화면은 종이신문 지면 이미지를 기본으로 하고, 취재한 언론사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화상 연결에서 다뤘던 아이템들을 한번 볼까요? ‘로컬푸드, 운영권-수수료 잡음’, ‘산업단지, 사유지 사용 논란’, ‘전통 사찰 민간보조 사업, 특혜 의혹’, ‘00시 추경 예산...선심성 사업 통과 논란’, ‘공공건축물, 예산 증액 논란’, ‘00군 의회, 행동강령 형식적 운영’, ‘토종 씨앗을 지켜라’, ‘영화에 뛰어든 청소년들’…. 지역사회 현안부터 비리 고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견제-감시,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채롭습니다.
1년에 50회 정도, 매회 4건씩 기사가 나갔으니까, 지난 2021년 1월 첫 방송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풀뿌리 언론’이 취재한 기사 300건가량이 KBS <풀뿌리K>를 통해 전북 지역 시청자, 그리고 포털 이용자와 만난 셈입니다.
‘이중 소외’를 해결하려면
“<풀뿌리K>? 왜 그런 걸 하는데요?”
제작진이 <풀뿌리K>를 준비하며, 또 방송하며 보도국과 회사 안팎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사실 <풀뿌리K>를 가능하게 만든 토대는 KBS의 <뉴스7> 지역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까지 KBS <뉴스7>은 본사에서 30분 남짓 진행한 뒤, 지역총국에서 받아 나머지 5~10분 동안 지역 뉴스를 방송하는 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분권과 자치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해, 2020년 2월부터 <뉴스7> 40분의 편성권을 지역총국에서 오롯이 갖게 됐습니다. 지역총국에서도 뉴스에 7분 넘는 고정 꼭지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게 가능해진 겁니다.
<뉴스7 전북>을 시작한 지 한 해가 지나 고정 꼭지를 새로 정비해야 할 때가 됐을 때, 분권과 자치라는 가치를 담을 수 있는 기획을 해 보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이주노 편집부장, 이화연 앵커, 이지현 기자, 이은선 작가, 네 명의 제작진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동안 이른바 ‘중앙’ 뉴스에서 비수도권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했는데, 정작 지역 뉴스에서도 또 하나의 ‘중앙’을 만들고 있다는 자성이 나왔습니다.
전북에는 6개 시, 8개 군, 모두 14개 시군이 있습니다. 작습니다. 작은데도 KBS 전주방송총국 지역 뉴스에서 이 시군들 소식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우리 뉴스를 살펴보니까 도청과 총국이 있는 전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에 인구가 30만 명 안팎인 익산, 군산 비중이 약간, 나머지 11개 시군 비중은 아주 미미했습니다. 그나마 방송에 나간 11개 시군 뉴스도 사건·사고나 시군에서 낸 홍보성 보도자료를 옮긴 기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뉴스7 전북>과 <뉴스9> 로컬뉴스에서 지역 현안 관련 리포트가 한 건도 나가지 않은 시군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중앙’ 뉴스에서 비수도권 지역 뉴스가 소비되고 소외되는 양태와 비슷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전북이 소외돼왔다는 뉴스를 줄곧 해 왔는데, 소외된 전북 안에서도 대부분의 중소 시군은 KBS뉴스에서 소외돼 있었던 겁니다.
이 ‘이중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풀뿌리K>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시군 홍보실에서 매일 나오는 보도자료와 제공 영상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10명 남짓한 전주방송총국 기자들이 14개 시군을 모두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아이템을 찾고, 기사를 쓰고 하는 건, 인력 여건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습니다. 더 큰 난관은 지역사회와의 밀착도였습니다. 그래서 풀뿌리 언론을 주목하게 됐습니다.
풀뿌리 언론과의 협업
김제시민의신문, 진안신문, 부안독립신문, 주간해피데이, 열린순창, 무주신문, 완주신문. 이 7개 지역 언론이 <풀뿌리K>의 주인공들입니다. 모두 기초자치단체, 그러니까 시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언론사들이죠. 인터넷과 종이신문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대부분 주간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길게는 20년 넘게, 짧게는 3년 남짓 운영해 왔습니다. 보통 기자 포함해 서너 명이 취재·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풀뿌리K>를 준비하고 방송하며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 “풀뿌리 언론 선정 기준이 뭐냐”는 거였습니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군 단위 지역 주간신문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지금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중소 시군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주민 생활에 밀착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힘닿는 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감시하고 견제하며 건강하게 운영하는 언론. 이런 게 이상적인 풀뿌리 언론일 겁니다. 제작진이 운이 좋았던 건, 이런 방향을 지향하는 풀뿌리 언론들이 전북 지역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2018년 3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라는 모임입니다. 이 모임에 참여한 풀뿌리 언론 7곳 중 4곳은 1996년 출범한 ‘바른지역언론연대’라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을 만들겠다며 전국 47개 풀뿌리 언론들이 회원사로 있는 모임이죠.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를 다룬 기사를 보니, 보도자료보다 자체 취재 기사 비중이 높으며, 기자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고, 감시·견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구독자 중심 수입 구조를 갖고 있어야 속할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이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광역 시·도를 기반으로 기자가 몇십 명씩 있는 지역 일간지들도 이런 기준을 지킬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기준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인 거죠.
<풀뿌리K> 준비를 맡은 이지현 기자와 이은선 작가가 바로 7개 풀뿌리 언론 편집국을 차례차례 찾아갔습니다. 취지를 설명하고 협업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흔쾌히 응했습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참여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기사를 어디까지 수정할(수 있는) 것인지, 기사와 관련된 분쟁이 생기면 책임 소재는 어떻게 할 것인지, 화면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화상 연결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참고할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무모하게 시작했습니다. 무모하지 않았다면 시작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와 풀뿌리 언론의 상생
“KBS 뉴스룸을 빌려 드립니다.”
KBS가 지역 미디어와 협업해 공영미디어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미 <풀뿌리K>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창원방송총국 <풀뿌리 언론K>, 광주방송총국 <농어촌 이슈 PICK>, 부산방송총국 <풀뿌리K 해양> 등이 KBS 지역방송총국에서 지역 언론에 뉴스룸을 빌려주며 시도하고 있는 지역 밀착형 뉴스들입니다. 지역 일간지, 전문지, 지역 공공기관 등과 손잡고 그 지역 특성과 언론 환경에 맞는 협업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KBS 전주방송총국 <풀뿌리K>도 더 나은 협업 모델을 찾기 위해 바꿔 나가야 할 게 많습니다. 그동안은 시도 자체만으로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부터 내용을 채워가야 합니다. KBS가 플랫폼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풀뿌리 언론들과 공동으로 기획·취재·제작하는 방안, 풀뿌리 언론에서 다룬 아이템을 더 심화시키거나 확장하는 방안, 재난방송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협업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으로 나가기에 좀 투박하고 거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기에, 지역 시청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쉽게 볼 수 있는 형식도 찾아야 합니다. 방송 참여에 필요한 교육을 요청하는 풀뿌리 언론의 목소리에도 답해야 하겠죠. 오원환 군산대 교수가 ‘공영방송의 미디어 자원 공유’라고 표현했던 <풀뿌리K> 시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내용과 형식을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KBS와 풀뿌리 언론의 상생이라는, <풀뿌리K>의 지향점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KBS가 풀뿌리 언론들을 일방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풀뿌리 언론들도 KBS를 활용해 더 건강한 지역 언론 생태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과 풀뿌리 언론의 지역 밀착성이 통합 효과를 낳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KBS 뉴스는 더 확장되고 풀뿌리 언론 기사에는 무게감이 더해지겠죠. KBS와 풀뿌리 언론이 상생한다면, 결국 지역사회도 더 건강해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