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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뉴스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법원이 그간 제평위의 제재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잇따르고, 새 정부도 제평위의 개혁을 공언했다. 3년간 제평위 위원으로 활동한 필자에게 그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포털 뉴스의 개혁을 추진해 온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도리어 개혁 대상이 됐다. 언론계·학계·시민단체·법조계 등 15개 단체에서 두 명씩 참여해 네이버·카카오 뉴스의 언론사 제휴와 제재를 담당하며 어뷰징 감소를 비롯해 많은 기여를 해온 제평위가 윤석열 정부의 수술대에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도 포털과 제평위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누가 당선돼도 변화는 불가피했다. 7년 전 출범한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제공되는 뉴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제평위 관련 규정도 지속적으로 개정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연합뉴스가 부정행위를 했다며 계약을 해지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제평위 제재 방식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포털 뉴스의 품질이 낮아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를 위한 제평위 활동 역시 좋은 취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궁지에 몰린 이유를 생각해보면 제평위가 ‘언론사 퇴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탓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평위가 네이버·카카오의 언론사 제재 요청을 받아 퇴출을 진행해 온 과정을 보면 제평위원들이 언론사 퇴출이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디지털 뉴스 소비 가운데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비율이 10%가 안 된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80%가 넘는 기사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포털에서 소비된다. 언론사에 대한 제평위의 제재는 ‘시정 요청’, ‘경고’, ‘노출 중단’, ‘퇴출’이 있다. 법정에서 선고하는 형사 처벌과 비교하면, 시정 요청·경고는 벌금형, 노출 중단은 유기징역과 유사점이 있다. 포털 퇴출은 디지털 공간에서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다. 언론사 외부 사람은 “법인이 퇴출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뉴스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상황에서 포털에서 매체가 사라지면 해당 언론사 직원들에게 실직 등 큰 고통이 따른다. 특히 디지털 관련 매출이 주 수입원인,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언론사는 직원을 유지하기조차 버겁게 된다. 실제로 퇴출 결정으로 인해 여러 명이 문책을 당한 언론사 사례를 들었다.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내리려면 △죄질이 심각해야 하고 △명백한 증거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재판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피고인의 주장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째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웬만한 흉악 범죄엔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도 사형 선고는 피했다.
그런데 제평위의 사형 선고는 전혀 다르다. 언론사가 기업을 협박하거나 악의적으로 허위 보도를 하는 등 언론사 존폐를 따질 만한 악질적 행위를 상습적으로 해왔다면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포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실시간 검색어 대응 기사나 광고성 기사를 여러 건 보도했다고 사형에 해당하는 퇴출 결정을 수시로 내렸다. 형사 법정에서 절도를 수십 번 했다고, 교통 법규 위반을 수백 번 했다고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집행하진 않는다. 그런데 제평위의 법정에선 이런 일이 일어난다. 벌점이 누적되면 경고, 일정 기간 노출 중단의 단계를 밟아 퇴출에 이르는 게 제재 규정의 구조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단 한 번에 대량 벌점을 부과해 ‘원샷 퇴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사가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주지 않고 극형을 내리는 셈이다.
언론사의 생사가 달린 퇴출 결정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기사는 분명히 광고일 것이다’라는 관심법이 수시로 등장한다. 물론 모든 위반 행위의 증거를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언론사가 감내할 만한 수준의 제재라면 이런 정도의 절차로 처벌한다고 해도 수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 가령 경고 조치라든가 일정 기간 노출 중단 등의 벌칙이다. 일정 기간 노출 중단 조치만 가해도 언론사는 충분히 심한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언론사의 생사가 달린 퇴출 결정은 다르다. 이런 정도의 엄밀성으로 결정한 퇴출 결정을 수긍할 언론사는 없을 것이다. 제평위에서 제재 회의를 하다 보면 특정 기사가 과연 돈을 받고 쓴 광고성인지를 두고 종종 제평위원들의 의견이 대립한다. 시간은 한정돼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 사무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기사를 적발해 처벌해 달라고 제재 회의에 올리기 때문에 한 기사를 두고 오래 논의할 수가 없다. 위원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면 태블릿PC로 즉석에서 찬반 투표로 결정한다. 이런 식의 결정은 회의 분위기나 당시 위원들의 성향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3년간 제평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특히 선정성 처벌 기준을 두고 기수마다 상당한 판단의 차이가 느껴졌다. 처벌 대상이 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마치 로마 콜로세움 한가운데 떨궈진 패한 검투사 신세가 된 셈이다. 벌점 부과 여부를 두고 태블릿PC 투표를 할 때면 관중들의 손가락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검투사의 기구한 운명이 떠오르곤 했다. 아마 기자로서 언론사가 겪어야 할 고통이 남 얘기 같지 않았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재평가 대상에 올라 생사기로에 선 언론사조차 제평위에 출석해 직접 소명할 수 없는 점도 가혹하다. 언론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를 가할 땐 반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게 상식이다. 반론권 보장은 제재뿐 아니라 일상적 보도 활동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언론사가 기사를 내보내면서 비판 대상에게 반론 기회를 주지 않거나 형식적인 반론만 기사에 포함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반론 보도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역시 민사 소송에서 반론 보도를 하라고 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정작 기사를 제재하는 프로세스에선 반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 모든 반론은 서면으로만 작성하는데, 짧으면 충분히 설명이 안 되고 길면 태블릿PC로 읽기 불편하다. 언론사로선 어느 정도 분량으로 얼마만큼 써야할지부터 막막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사 수백 건의 제재 여부를 결정하느라 시간이 모자라는데 언론사가 반론을 길게 보낸다 해도 꼼꼼히 읽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곧 퇴출될 위기에 처한 언론사에게조차 제평위원들 앞에 나와 해명이나 반박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법정 최후 진술 기회조차 박탈하고 사형을 선고한 셈이라고 할까. 제재 회의에서 이 문제를 두고 “퇴출 위기에 몰린 언론사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여러 차례 진술 기회 제공을 제안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3년간 제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언론 유관 단체에서 온 다양한 위원들을 만났다. 대부분 훌륭한 성품과 역량을 갖췄다. 그런데 왜 이런 분들이 이렇게 일방적인 제재 절차를 용인하는 것일까. 오랜 기간 회의를 하고 대화하면서 든 생각은 “이분들이 퇴출 제재가 언론사에게 사형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공감 못 하시는 듯하다”는 것이다. 퇴출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 갓 입사한 직원이나 인턴의 실수로 인해 벌점 폭탄을 맞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이렇게 포털에서 퇴출되고 나면 아무 죄 없는 직원까지 실직할지 모르며, 특히 실수한 당사자들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극형을 결정하는 위원들은 “언론사가 혼 좀 나봐야 한다”는 정도로 사안을 판단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장 직원들이 실직을 하거나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언론사에게 해명이나 호소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냉혹함을 설명하기 어렵다. 퇴출 대상이 된 언론사 간부가 제재 회의에 출석해 직접 얘기를 하면 제평위원들도 퇴출 제재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퇴출 언론사가 너무 적다”
제평위 회의에서 종종 듣는 얘기 중 하나가 “퇴출 언론사가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네이버·카카오와 새로 제휴하는 언론사는 늘어나는데 퇴출되는 언론사가 너무 적다는 생각에 적지 않은 위원이 동조한다. 이 역시 언론사가 많은 사람의 일터라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가 아닐까. 매년 상·하반기마다 포털 제휴를 원하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입점 심사가 진행되니 제휴 언론사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제평위 구조가 그렇다. 얼핏 보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휴 언론사가 는다고 해서 별다른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다. 카카오의 제휴 언론사 수가 네이버보다 수백 개 많은데, 이것 때문에 네이버보다 카카오에서 더 심각한 언론 피해가 발생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 뉴스 이용자는 물론, 언론학자나 언론계 종사자들도 포털사와 제휴를 맺은 언론사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언론사가 심각한 문제를 곳곳에서 일으킨다면 읍참마속의 논리가 통하겠지만, 언론사들이 포털 뉴스와 관련한 규정을 지키려 노력한다면 굳이 일정 규모 이상을 반드시 퇴출시켜서 제휴 언론사 수를 제한하겠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제평위원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회의를 하다 보면 퇴출 언론사가 너무 적다는 문제 제기를 종종 접하게 되고 퇴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제휴 언론사가 과다하다고 해도 퇴출로 숫자를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언론사 입장에서는 잔인하다. 인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식의 운동을 벌일 순 있겠지만, 사형 판결을 대폭 늘리자거나, 우리나라에서 강제로 추방해서 인구를 조절하자는 식의 주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포털 제휴가 디지털 생존의 핵심 수단인 언론사에겐 퇴출이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는데도 제평위 회의에서 퇴출이 너무 적다는 주장이 종종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언론사가 많은 사람의 일터라는 사실을 숙고한 것인지, 퇴출 제재가 언론사 직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벌점이 없는 언론사들까지 전부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곤 한다.
제평위 변화는 불가피
결국 제평위가 궁지에 몰린 이유는 퇴출이라는 극형을 너무 작은 이유로, 지나치게 쉬운 절차로, 퇴출 당사자의 비명에 귀를 닫고 진행한 탓이 크다. 퇴출 당한 언론사가 소송 등을 통해 제평위에 맞서지 못한 것이 퇴출을 남발하게 한 요인일지 모른다. 퇴출 언론사가 항의를 못한다고 극형을 수긍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1년 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다시 제휴를 신청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선 칼자루를 쥔 제평위나 네이버·카카오에게 대항하기가 두려워 입을 닫은 것뿐이다.
연합뉴스의 위반 정도는 이전에 퇴출된 언론사에 비해 심각한 편에 속한다. 벌점도 130.2점으로 매우 높다. 재평가 기준인 6점을 갓 넘겨 퇴출된 언론사도 여럿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뉴스콘텐츠 제휴계약 해지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제평위와 포털의 연합뉴스 퇴출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포털과 제평위원을 제외하면 퇴출 규정과 제평위 운영 실태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했을 법원의 판단은 여러 대목에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마치 평소 우리가 마시고 있는 공기와 같은 것이므로, 고의적, 악의적인 허위 왜곡 과장 보도이어서 건전하거나 깨끗해야 할 언론환경에 공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한 허용되어야 한다.”
교과서적인 이 결정문의 문구가 제평위원으로 3년 간 활동한 입장에선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포털이 무더기로 언론사 제재를 요청하고 제평위원들이 철퇴를 내리는 구조에선 일찌감치 사문화된 원칙이다. 법원의 지적 하나하나에는 그동안 언론사 실무자들이 겪어야 했던 좌절감이 녹아있다. 재판부는 우선 “제휴계약 해지의 경우 대상 언론매체가 공론의 장에서 상당 부분 퇴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오늘날 뉴스 시장에서 채무자들(네이버, 카카오)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5위의 대기업 집단에 해당한다’, ‘평가 및 재평가결과를 통보할 의무조차 부과하고 있지 않다’, ‘평가 및 재평가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나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 ‘채권자(언론사)에게 시정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제평위가 채무자(포털)들의 의뢰에 의해 선임 구성되고 채무자들의 비용으로 운영된다.’
법원은 포털에 뉴스 제공이 제한될 경우 연합뉴스에게 “상당히 큰 구독자 상실 및 그에 기한 재산상 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합뉴스의 경우 퇴출 결정 이전에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던 부서를 해체했다. 연합뉴스 제재에 앞서 많은 언론사들이 연합뉴스보다 한결 경미한 사안들로 포털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압도적’ 지위에 있는 포털이나 제평위에 이의 한 번 제기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결정이 나온 이후 앞서 계약이 해지된 언론사들도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역시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퇴출 결정으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문책을 당한 사람들의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까. 이미 사형을 집행한 사람을 살려낼 수 없듯이 포털 퇴출 제재로 나락에 떨어진 언론사 종사자들의 시련을 되돌리긴 어렵다. 퇴출 제재가 특히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현 정부가 제평위 개혁에 나서고 있다. 포털과 제평위 역시 제기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제평위원 출신 학자 등이 진행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많은 고민이 녹아있다. 제평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부터 네이버·카카오로부터 사례비를 지급받는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점이 담겼다. 제평위를 해체하는 방안까지 논의에 포함시켰다.
어떤 모습으로 귀결되든 제평위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지난 7년의 제평위 운영을 짚어보면 최소한 두 가지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첫째, 퇴출 제재는 엄격한 기준과 절차를 갖추고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압도적 지위에 있는 포털의 문제점도 함께 개선해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이 두 가지만 달라져도 제평위의 위상과 신뢰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