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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KG그룹의 중앙일보S 소속 매체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 인수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2-06-24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등이 소속된 중앙일보S의 매체 매각설이 돌았다. ‘설’은 결국 현실이 됐고, 현재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는 KG그룹에 합류해 이데일리의 자매사인 이데일리M의 일원이 됐다.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한 익명의 필자에게 이번 인수의 배경과 쟁점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2022년 6월 9일 늦은 오후. 중앙일보S에서 이코노미스트 마지막 마감을 끝내고 박스에 짐을 쌌다. 서소문 옛 중앙일보 빌딩 9층 곳곳에는 이미 마감을 끝낸 선후배들의 이사용 박스가 쌓여 있었다. 사무실 건너편의 중앙SUNDAY 직원들은 마감을 하루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공간에는 빈 책상과 박스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6월 13일 아침 8시. 서대문 KG타워 19층에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의 신설 법인인 이데일리M에 첫 출근하는 날이다. 팀장용 책상과 공용 책상 등에 새 명함과 사무실 출입증이 놓여있다. 이른 시간,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명함과 출입증을 물끄러미 보면서 그제서야 회사를 옮겼다는 걸 실감했다.

 

현실이 된 중앙일보S 매체 매각설

 

지난 연말과 올 초부터 나돌던 중앙일보S 매체 매각설은 결국 현실이 됐다. “그렇게 쉽게 팔겠어?”라고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주춤하던 매각 과정에 속도가 붙자 전광석화처럼 인수합병 거래가 종료됐다. 중앙그룹 측에서 전적 목표로 잡았던 85명 중 81명이 KG그룹으로 넘어갔다.

 

중앙일보가 100% 지분을 가진 중앙일보S에는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외에 중앙SUNDAY, 월간중앙, 포브스코리아 등이 있다. KG그룹과의 인수합병 거래 전 중앙일보S의 전체 직원 수는 220여 명이었다. 이번 매각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 줄어든 셈이다. 이번 거래로 436억 원(2022년 4월 공시자료 기준)에 이르는 중앙일보S의 부채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중앙그룹 경영진으로선 그다지 밑질 게 없는 거래로 보인다. 매각이 아닌 희망퇴직 등의 방법으로 80명이 넘는 인원을 줄이려면 훨씬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떠도는 소문처럼 정리할 계획이라면) 나머지 매체도 정리할 여유와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소탐대실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국내 메이저 언론사에서 자매지를 판 드문 사례로 남게 됐다. 특히 자회사에 부실한 매체를 잇달아 떠넘겨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결국 그 책임을 자회사로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구나 인수합병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중앙일보와 JTBC 일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회사가 얼마나 어려우면 매체를 파느냐’, ‘우리도 나중에 팔리는 거 아니냐’ 등의 불신과 불안감이 커졌다. 이번에 매각 대상이 아니었던 월간중앙과 포브스코리아 등에서 회사를 떠난 기자도 여럿 나왔다.

 

BHC의 인수 포기

 

소문만 무성하던 매각설은 3월 21일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BHC그룹이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말 사이 이른바 ‘지라시’에서 관련 내용이 먼저 퍼졌고, 중앙일보S 경영진이 3월 21일 아침 간부회의에서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중앙일보S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를 지라시 보고 알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또 이후 며칠 사이 사과는커녕 공식 대응하지 않는 부문 대표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특히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지난해 4월 디지털 전환을 기점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온라인 체제로 돌아선 것 역시 매각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고, 신입·경력 기자 충원은 ‘채용 사기’이지 않느냐는 억측 아닌 억측까지 흘러 나왔다(올해 들어 이코노미스트에서 라이브 방송을 비롯한 동영상 송출을 늘리고 모바일 네이버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대응한 것 등은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한다).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 기자들로 구성된 통합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28일 서울 중구청에 중앙일보S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중앙일보와 JTBC는 통합노조를 꾸리고 있지만 중앙일보S에는 노조가 없었다. 노조를 중심으로 매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다른 언론 매체에 관련 내용이 연일 실리자 부담을 느낀 BHC그룹이 물러섰다. BHC 측은 3월 30일 인수합병 공식 창구가 아닌 언론을 통해 인수 포기 사실을 알렸다.

 

한 가지 여담. 중앙그룹 측이 다소 안일하게 인수합병에 나선 것과 달리 BHC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흔적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중앙일보S에서 MOU 체결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21일, BHC 측은 이상하게도 “사실무근”이라고 적극 부인했다. 중앙그룹과 BHC그룹의 거래가 깨진 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였지 싶다. 중앙일보S 안팎에서는 ‘MOU 체결’ 사실 자체도 비밀유지조항에 포함돼 있는데, 이것을 중앙일보S에서 어겼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KG그룹과의 거래 성사

 

BHC 측의 느닷없는 인수 포기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 매각은 KG그룹이 적극 나서면서 오히려 매각 과정에 속도가 더해졌다. 중앙그룹 경영진은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 구성원과의 면담에서 “무조건 판다”고 거듭 강조한 터였다.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 구성원 사이에서도 “매각은 어차피 진행될 텐데, 누가 인수자가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돌았다.

 

지난 4월 4일, 당초 BHC 측과의 매각 결렬 배경과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던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의 설명회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 KG그룹이 이코노미스트·일간스포츠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설명회로 바뀐 것이다. 경제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등을 보유한 KG그룹은 중앙그룹이 중앙일보S의 이코노미스트를 매물로 내놨을 당시부터 관심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운영하는 이데일리M의 공동대표이자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딸인 곽혜은 대표에게 미디어 부문 등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양측의 거래 성사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MOU 체결-실사-본계약 등의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6월 1일 중앙일보S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물적 분할해 중앙일보S플러스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6월 9일 0시를 기준으로 이데일리M이 중앙일보S플러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석 달여 동안 이어진 갈등과 혼란은 일단 봉합됐다. 고용 승계, 복지 등 유지 단서를 달았다.

 

거래는 끝났지만 의문은 남았다

 

인수합병 거래는 끝났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왜 그렇게 못 팔아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 중 하나다. 중앙그룹 측의 공식 해명은 간단하다. “더 중앙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다른 매체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곳으로 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게 다는 아닐 것이다. ‘덩치 큰 주력 사업 몇 가지만 갖고 간다’,‘경기 침체에 대비해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다’ 등 여러 관측이 나돈다.

 

떠도는 관측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 여부를 떠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주주가 경영 상황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중앙그룹 측의 공식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앙일보S가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빚이 많아 이자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남는지 아닌지를 계산하는 이자보상배율을 지속가능경영 여부의 중요한 잣대로 여기는 중앙그룹 경영진의 눈에는 가능한 빨리 접어야 할 존재일 것이다.

 

다만 중앙일보S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를 세세히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코노미스트·월간중앙·포브스코리아가 주축이었던 시사미디어 시절에는 빚이 없는 알짜 회사였다. 그러다 중앙일보에 간지를 제작해 공급하던 미디어플러스, 단행본을 만들던 중앙북스, 고임금자가 많아 이익을 내기 어려웠던 중앙SUNDAY, 연예 부문은 보유하지 않은 일간스포츠 등이 잇달아 합류해 현재의 중앙일보S가 됐다. 중앙그룹 경영진의 결정으로 중앙일보S의 덩치는 커졌지만 그만큼 부실도 커졌다. 미디어 플러스와 중앙북스가 떠안고 있던 빚만 200억 원이 넘었다. 그 때문에 나름 탄탄했던 회사가 순식간에 부실한 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이자 부담이 커서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다. 중앙그룹 경영진이 이코노미스트와 일간스포츠를 팔겠다고 결심한 주요 이유다. 물론 중앙일보S 구성원들이 이자를 내고도 남을 실적을 냈으면 매각과 같은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 악화를 부른 근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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