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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지역 감시 보도가 어려운 이유] 한국 언론의 지역 감시, 왜 잘 안 되나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06-24

지역 공론장으로서 지역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얼마 전 치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 언론의 검증과 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지역 공동체에서 지역 언론의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역민의 의견을 취합해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 문화의 창달과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김대경·황경호·김경애, 2021). 이러한 공적 기능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1조에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토 박아두고 있으며, 또한 제5조(지역신문의 책무)에서 “지역신문은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지역사회의 공론의 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당위적인 이해와 요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라스무스 닐슨(Rasmus Nielsen)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렉터는 지역신문은 지역 정치적 환경에서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하며 구성원들 간의 소통 역할을 수행하는 ‘키스톤 미디엄(keystone medium)’이라고 규정한다.

 

지역의 공론장으로서 지역신문의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은 선거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거 공간에서 지역 언론은 정당 또는 후보자의 정책을 알리고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소통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유권자의 입장에서 정치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지역 현안 관련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 캠페인은 지방 정치권력을 견제·감시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언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지난 6월 1일에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 언론이 이러한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수행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85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선 2라운드’, ‘허니문 대선’으로 규정돼 대선의 연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전국적 프레임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현안과 이슈는 소홀하게 취급되기 마련이었고, 정책과 유권자 중심의 선거 보도를 구현하기에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의 지방선거 모니터 보고서는 ‘기울어진 판세에 지방선거의 의미와 동력이 퇴색되어 유권자 중심의 지역 의제가 실종됐다’고 평가한다. 부산 시장 선거가 작년 보궐선거에 이어 진행됐고, 교육감 선거는 진보와 보수의 첫 양자 대결 구도로 형성돼 지방선거의 지역적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판세에 파묻혀 양적·질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선거 보도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요컨대, 지방 정치권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지역 언론의 검증과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지역 언론의 검증과 감시 기능 작동 어려운 이유

 

우선, 한국 사회의 서울과 수도권 중심주의에 기인한 중앙과 지방의 차별적 구조가 선거 보도에서도 그대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선거는 그 나름대로의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분야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가 미치는 영향력은 선거 캠페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보수와 진보 진영이 이념적·정서적으로 총집결해 치러졌고, 보수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 이념적인 양극화 현상에 의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전국적인 구도와 판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대선의 결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역민의 관심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고, 지역 언론 역시 의욕과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거 보도에 임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부산민언련의 선거 모니터 보고서에 의하면 선거 보도의 양이 이전의 선거에 비해 적었으며, 지역 이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발굴하기 위한 기획 보도 역시 매우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언론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서도 중앙과 지방의 차별적인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보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보면 선거 보도에 투입되는 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예컨대, 부산 지역의 한 지상파 방송국의 선거 보도 TF팀은 기존의 정치부 기자 한두 명에 사회부 기자 한 명이 차출·구성됐다. 보조 요원을 포함해 네 명 내외로 구성된 선거 보도팀이 부산시장, 부산시의원, 교육감, 16개 구·군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 선거를 포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추가로 후보자 토론회와 유튜브 방송까지 포괄하는 상황에서 현장 기자들이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선거 저널리즘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심각한 장애 요인이다. 이런 업무 현실을 도외시한 채 당위적인 선거 보도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조적인 환경이다. 현재 신문과 방송을 포함한 기존 지역 언론의 경영난은 존립 근거를 위협할 수준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뉴스를 포함한 미디어 콘텐츠의 소비와 유통이 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방 언론의 재정난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정부와 기업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론 종사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위험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언론인 1,9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광고주(68.4%)가 뽑혔다. 언론 현장에서 뉴스의 취재와 기사 작성 등 저널리즘의 전 과정에서 광고주(정부와 기업)의 영향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최근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신문사에 집행된 정부광고 집행 내역을 최초로 공개했다.1)

 

2016~2019년 동안 정부가 전국 신문에 집행한 광고료는 연평균 2,193억 원이었다. 광고료를 가장 많이 집행한 광고주는 지방자치단체이며, 4년 평균 1,012억 원을 지출해 전체 광고료의 46.1%를 차지했다. 광고는 그나마 엄격한 법적인 규제를 받고 있지만, ‘협찬’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광고성 기사와 지역 이벤트 등을 통해 이른바 수익 다각화를 추구하는 지역언론의 현실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의 공공기관과 유력 기업을 통한 협찬성 이벤트는 민주주의 사회가 부여한 언론 자유의 법적인 특권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례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기사형 광고 또는 취재 지원 기사는 언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임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지역 언론을 비평하고 감시해야 할 시청자위원회(방송)와 독자위원회(신문) 구성원들의 면면은 지역 중견기업과 유력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 내에서 지역 언론과 정치 및 경제 권력 간의 호혜적인 공생관계가 일상화·구조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론장으로서 지역 언론의 역할 요구해야

 

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의 소유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Julia Cage)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재인 뉴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현될 때 미디어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언론은 권력의 제4부로 일컬어진다. 사법·입법·행정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숙명적인 언론의 역할을 의미한다. 이어서, 카제는 오늘날 현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보통선거만으로는 정치권력을 정당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라는 대항력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25쪽)”라고 주장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 언론이 과연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대항력’을 행사했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그럼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지역 공동체의 공적인 정보 제공과 구성원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공론장으로서 지역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선거 시기에 후보자의 행보와 일정보다는 유권자 중심의 이슈와 정책 기획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언론의 저널리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언론 내부 종사자들이 자성과 혁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한다. 선거 기간에는 인력 부족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언론사 간의 공동 취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당과 후보 캠프 중심의 출입처 제도를 포기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이런 취재 환경에 요구되는 공적 지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 한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과 지역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을 활용토록 하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1) 정철운, <드디어 공개된 매체 정부광고, 누가 많이 주고 많이 가져갔나>, 미디어오늘, 2022. 6.14,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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