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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소식]
재단소식 | 등록일 : 2022-07-29

미 지역 언론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UNC 허스만 미디어저널리즘스쿨이 발간한 2020년 보고서 <News Deserts and Ghost Newspapers>에 따르면 2004년 9,000여 개에 달하던 미국 신문 수는 2019년 말 6,700여 개로 줄었다. 이러한 하락세로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많은 신문이 폐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국 3,143개 카운티 중 지역신문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 200군데에 이른다. ‘뉴스의 사막화’로 불리는 대목이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독자의 사막화’로 명명하는 것이 적확할지 모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1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2,776개였던 국내 신문 사업체 수는 2020년에 이르러 5,078개로 확인됐다. 10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매체의 난립 속에 독자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15일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한국에서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한 이용자는 3명 중 2명, 전체 응답자의 67%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보다 15%p 증가한 수치다.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이용자도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져 13%를 차지했다. 넘쳐나는 ​뉴스 속에 ‘독자의 사막화’로 불러야 하는 이유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언론의 생태계 속에서, 전국·지역 언론사 소속 기자 및 PD 등 7인은 지난 6월 5일부터 2주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과 샌 안토니오 지역을 방문했다. 미 현지 매체들이 구사하는 최신의 생존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마침 한국언론진흥재단 차원에서도 처음으로 로컬저널리즘 주제를 다루는 KPF 디플로마 과정이자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개하는 해외 연수였다. 참가단은 10여 개 매체와 20여 명의 전·현직 저널리스트들을 만나며, 국내 지역 언론에 남겨줄 실마리가 무엇일지 탐색전에 나섰다.


정치인의 ‘입’보다 주민 ‘삶’에 초점을

‘이웃저널리즘’ 구현

 

네이버후드저널리즘(Neighborhood Journalism)이라고 불리는 이웃저널리즘은 미국에선 익숙한 개념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하이퍼로컬(Hyper Local)’ 전략과도 상통한다. 개인에 대한 관심은 지역·지역민을 대표하는 공공의 문제,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소수자의 목소리로 확장된다. 주요 담론을 다루는 전국지보다 오히려 지역 매체에 용이한 접근 방식이다.

 

2018년도에 창간한 온라인 매체 샌안토니오헤론(San Antonio Heron)은 이웃저널리즘을 통한 하이퍼로컬을 전략으로 삼았다. 매주 한 차례씩, 독자들에게 분석 기사 한 건과 기타 기사 서너 건을 뉴스레터로 발송하는 이곳은 주로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동산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샌 안토니오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크기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벤 올리보(Ben Olivo) 편집장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특종이나 단독, 속보 경쟁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안의 뒷이야기에 주목하고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쓰기 위해 채택한 현실적 전략이었다.

 

대다수 언론사가 문을 닫는 사이, 오히려 13년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텍사스트리뷴(Texas Tribune)이다. 사진 기자이자 운영 관리자인 존 조던(John Jordan)은 하이퍼로컬리즘, 특히 이웃저널리즘을 강조했다. 텍사스 지역 특성상 정치적 이슈에 집중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둔다. 덕분에 최근 일어난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서도 다른 매체에선 볼 수 없는 단독 기사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평소 “편견 없는, 한결같은 저널리즘”을 추구한 결과였다. 텍사스트리뷴 기사 중 보도자료에 의한 기사는 전체 5%도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내용만 추렸기 때문이다.

 

언론의 독립성·자율성 지키는 비영리 구조

 

샌 안토니오 지역을 중심으로 2만 8,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샌안토니오리포트(San Antonio Report)는 6년 전 비영리로 전환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발행인 앤지 모크(Angie Mock)는 취약 계층이 많은 남서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하고 설문조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단순 언론 보도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경영은 비즈니스와 출판업에 해박한 전문가가 맡고 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매체 브랜딩을 시도했다. 그 결과 구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구독자 중 10%가 자발적 후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단 차원의 후원도 느는 추세다.

 

샌안토니오리포트는 한때, 재단 관계자의 비리 문제를 기사로 썼다가 후원이 중단되는 일을 경험했다. 훗날 후원이 재개됐지만, 당시 보도 자체가 중단되진 않았다. 언론의 독립성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샌안토니오리포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6년 전 비영리로 전환했던 이유도 그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전체 수익 중 20%는 구독자가 낸 후원금으로 유지된다는 텍사스트리뷴 역시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매체 관계자는 “공장의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듯, 대기업이 소유하는 언론사는 ‘읽히지 않는’ 기사의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텍사스트리뷴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여타 매체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결은 비영리 운영 구조에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뉴스 생산을 위한 도전

뉴스의 유료화와 구독

 

1865년에 창간한 샌안토니오익스프레스(San Antonio Express)는 2007년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행했다. 첫 6개월간 구독료는 월 0.99센트. 이후에는 월 5달러(약 6,500원)로 인상된다. 오래, 더 많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경우 이용량에 비례해 구독료가 더 높게 책정된다. 뉴스의 유료화가 자칫 정보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마크 듀보아신(Marc Duvoisin) 편집장은 “생필품을 살 때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하듯, 정보를 획득할 때도 최소한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가끔 독자들로부터 “어떻게 뉴스를 돈 받고 파냐”는 항의를 받지만,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수익도 있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오스틴아메리칸스테이츠맨(Austin American-Statesman)은 구독 여부에 따라 뉴스의 공개 수위를 결정한다. 대체로 모든 뉴스를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다른 매체에서 읽을 수 없는 단독 보도는 구독자에게만 공개한다. 생사기로에 놓인 언론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함으로써 양질의 뉴스 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이었다.

 

뉴스도 '경험'시대…지역 언론, 고품질 저널리즘 추구해야

 

세계 주요 언론사의 최신 동향을 연구하는 강석 텍사스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의 지역 언론사 역시 AR·VR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을 제언한다. 곧 ‘경험 뉴스’의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전국지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7~8년 전부터 뉴스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시카고, LA, 휴스턴 등 대도시 언론사들도 뒤따르고 있다. 증강현실, 시네마틱 VR, 360° 동영상, 6 DOF, 위치 기반 뉴스 등 유형은 많다. 유럽에선 영국 BBC나 가디언 등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와 감동이 있는 가상현실 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 로봇을 이용해서 스포츠 경기 결과나 부동산 시세를 알려준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도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AR 기술을 활용한 매거진과 웹 광고도 등장했다.

 

2030년이 되면 디지털 뉴스를 통한 수익이 아날로그 뉴스 수익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 교수는 협업 구조를 통해 신기술을 도입할 것을 권한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좋은 기사에 기술을 덧입힌 ‘고급 저널리즘’, ‘고품질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것이다. 좋은 뉴스일 때 독자는 반드시 온다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저널리즘이란 누군가 알려지지 않길 원하는 일을 알리는 거다. 나머지는 PR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2022 KPF디플로마-로컬저널리즘 과정에는 전국·지역 언론사 소속 기자 및 PD 등이 참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총체적 위기 속에 미 현지 언론이 우리에게 뾰족한 답을 주지 않지만, 적어도 무엇을 지키고 버릴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던져준 듯하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실 너머 진실을 바라보는 일,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깊이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는 일…. 우리가 찾고자 했던 저널리즘의 본령은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이를 알고도 구현하지 못하는 이유, ‘독자의 사막화’를 부추기는 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홍보성 기사들을 양산해오던 구조를 바꾸는 일 역시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 위기를 불러오는 건 뉴스의 사막화가 아니라 뉴스 자체를 외면하거나 관심 두지 않게 하는 ‘독자의 사막화’일지 모른다. 해법은 이미 우리 안에 있고, 결단의 시간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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