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취재기제작기] 파이낸셜뉴스 <우리은행 직원 회삿돈 500억원 횡령 파문>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2-07-29

지난 4월 보도된 우리은행 500억 원 횡령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1금융권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금액의 횡령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최초로 보도한 파이낸셜뉴스의 취재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최초 보도한 파이낸셜뉴스 취재진은 이후 이 돈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에서 이 사실이 밝혀졌는지 취재를 이어갔다. Ⓒ파이낸셜뉴스

 

 

“그게 가능한 거야?”

 

“정보의 신뢰성은 얼마나 되는 거야?”

 

지난 4월 27일 저녁 8시경. 간만에 일찍 퇴근해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휴대폰 진동음이 가열차게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군가에게 연락 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경제, 특히 금융 담당 기자로서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저녁 7시 이후 휴대폰의 용도는 뉴스 검색용에 불과하다. 전화의 주인공은 같은 팀 후배 기자였다.

 

“우리은행에서 500억 원대의 횡령 사건이 터졌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횡령 금액의 크기와 사건 파장에 대해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게 지금 확인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한테는 괜히 힘 빼지 말고 취재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건넸다. 머릿속에서는 ‘정말 사실일까.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정보의 신뢰성을 믿는다면 팩트 확인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휴대폰 벨이 울렸다.

 

“거의 100% 신뢰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지금 기사를 출고하죠.”

 

후배 기자는 “수억 원이 아니고 수백억 원 그것도 50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제1금융권의 핵심 은행인 우리은행에서 500억 원이 넘는 돈이 사라졌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다. 사실 믿을 수가 없었다. 가끔 금융기관에서 억 단위 금융 사고는 발생하지만 제1금융권 은행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다루는 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은 일반 사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다. 이 때문에 횡령, 비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다.

 

기사 출고를 고민하기 전에 사실 확인을 먼저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의 정보를 100% 신뢰했지만 이런 문제는 사실 확인이 중요했다. 우리은행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주면 좋지만 그럴 리 만무했다.

 

그때부터 2시간 넘게 전쟁 같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정보가 새지 않으면서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곳들을 찾았다. 금융 당국, 동종 업계, 정치권 등 두 시간 넘게 우리 팀원 모두 휴대폰을 들고 이리저리 전화를 돌렸다. 물론 우리은행에도 물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 확인을 한 곳곳에서 모두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었다. 나중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제3금융권 금융회사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을 정도로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보도 시점에 대한 고민과 결정

 

결국 2시간여 만에 다양한 경로를 거쳐 사실 확인을 끝냈다. 보도 시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내부에서 의견이 갈렸다. 일부에서는 팩트 확인이 끝난 지금 온라인 기사로 일단 출고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내일 오전에 좀 더 보충 취재를 하고 기사를 출고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파이낸셜뉴스는 20여 년 넘게 신문 지면을 기본으로 하는 언론사기에 지면으로 먼저 기사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단 온라인으로 기사를 간단하게 출고하고 그다음 날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후속 기사를 쓰기로 결정했다. 먼저 온라인 출고를 결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는 이런 규모의 횡령 사건이 얼마나 오래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는가였다. 우리가 취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동안 이를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지만 이 소식이 며칠 아니면 단 하루라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 하나는 횡령범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시간이라도 빨리 보도해야 하는 이유였다.

 

첫 보도는 거의 23시가 됐을 무렵 나갔다. 일단 기사는 온라인에 노출됐고 새벽에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다. 4월 28일 아침이 되자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소식을 전했다. 우리 팀은 좀 더 진전된 내용을 취재해 출고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이 돈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정에서 이 사실이 밝혀졌는지 취재를 시작했다. 이미 많이 보도됐지만 횡령금은 이란으로 송금해야 할 자금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 직원이 빼돌린 500여억 원의 자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매각 과정에서 이란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절차가 삐걱대던 수년 동안 이 돈을 관리하며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횡령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019년 패소 후에도 미국 금융 제재로 인해 이란으로 송금이 불가했던 우리은행이 한미 관계 개선으로 대이란 송금이 가능해지면서 덜미를 잡혔다.”1)

 

또 팀 내에서 “이 돈을 다 회수할 수 있는지, 현재 남은 건 얼만지” 등 새로운 문제 제기가 있었다. 추가 취재가 이뤄졌고 횡령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기사도 파장이 컸다. 6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는데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믿지 않았다.

 

우리 팀은 2~3일 동안 관련된 스트레이트 뉴스가 일단락된 후 다시 고민했다. 내부 통제가 그 어느 조직보다 체계적이고 엄격한 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동안 우리가 믿었던 은행의 내부 통제는 허상이었던가. 결국 내부 통제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기획 시리즈 3편을 준비하면서 국내 은행의 내부 통제 문제는 무엇인지와 함께 해외 사례도 다뤘다. 제도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앞으로 이런 사건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끝나지 않은 은행 횡령 사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일단락되고 이 사건은 수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모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무렵 우리 팀은 또 정보를 입수했다. 추가 횡령이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추가 횡령이 있으리라 판단해 이 부분에 대한 취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사실 확인이 여의치 않았다. 경찰, 금융 당국, 우리은행 등 이번 사건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곳은 모두 입을 닫았다. 조직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관련 정보를 취급했다. 그러나 집요한 취재로 관련 기관으로부터 사실 확인을 받았고 이 역시 최초로 보도했다.

 

“614억(원금 578억+이자 36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약 수십 억 원을 추가로 횡령한 사실을 우리은행이 포착한 걸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정치권, 경찰 등에 따르면 횡령 직원 A씨는 이미 공개된 횡령금 614억 원 외에도 국내 기업에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 공장 매각 당시 받은 계약금 70여억 원의 일부를 추가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

 

보도 이후 금융권 잇단 횡령 적발

 

첫 보도가 나간 후 경찰, 금융 당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금융감독원은 직원들을 우리은행에 파견해 수시 검사를 두 달가량 진행했다. 금융 당국은 내부 통제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경찰은 우리은행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시작했고 횡령 직원은 결국 기소됐다.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3월 말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서 1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전혀 없는 장기 미거래예금은 총 15조 7,676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금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강화와 금융인의 윤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윤리자격인증 제도 도입도 포함됐다.

 

우리은행 횡령 기사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금융권의 횡령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1금융권뿐 아니라 전 금융권은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믿을 수 없는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각 금융회사는 자체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은행 횡령이 10년 동안 적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금융사는 주요 지점, 부서의 10년 치 자금을 들여다봤다. 금융업계 종사자는 우리에게 “과거 내부 감사에 비해 최근에는 현미경 전수 검사를 한다”고 전해주기도 했다. 그 결과 금융권에서 횡령 적발이 잇따르고 있다. KB저축은행(94억 원), 새마을금고(40억 원), 신한은행(2억 원) 등의 잇따른 금융 사고가 적발됐다. 단위 농협에서는 4월 이후 4~5건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감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자수가 잇따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 업계의 준법 감시·감사 담당자 등과 함께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최근에는 수상한 외환 거래에 대한 신고도 있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일부 지점에서 8,000억 원이 넘는 수상한 외환 거래를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한 후 금융 당국에 신고했다. 금융 당국도 현재 이 지점에 대해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1) 이병철, <[단독]우리은행 횡령 직원, 이례적으로 10년 간 같은 업무 맡아...이란 송금 디데이에 덜미>, 파이낸셜뉴스, 2022.4.28, https://www.fnnews.com/news/202204281114461777

2) 이병철·이승연, <[단독]600억이 끝 아니었다... 우리銀 직원 추가횡령>, 파이낸셜뉴스, 2022.5.17, https://www.fnnews.com/news/2022

05171816554481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이병철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2-07-29
  • 조회수 : 12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