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뉴비자>는 경남도민일보가 만드는 뉴스 비평 콘텐츠다. <뉴스 비평 자신있게!>를 줄인 말이다. 20대 기자 세 명이 2021년 10월 함께 시작했다. 두 명은 사이동 때문에 하차했다. 현재는 30살(만으로는 29세)이 된 뉴미디어부 한 명(필자)이 방송을 유지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공개한다. 금요일 자 지면에 기사도 낸다. 일간지 기자가 진행하는 뉴스 비평은 <뉴비자>가 유일무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와 돌아보니 <뉴비자>는 단 한 문장을 신조로 여겨 버티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뉴비자> 기사 전문(前文)에 쓰인 문장이다.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만큼 나쁜 뉴스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뉴스는 공들여 내놓지만 나쁜 뉴스는 물량전을 펼친다. 당해낼 재간이 없을 정도다. <뉴비자>가 하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기자를 평생 업으로 삼으려면 나쁜 뉴스를 가려내야만 한다. 나쁜 뉴스가 언론 신뢰를 갉아먹는 게 뻔히 보이니까 말이다. 매주 타사 기사를 지적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멈출 수는 없는 이유다. 이제부터 풀어갈 이야기는 <뉴비자>를 1년 동안 꾸려온 경험담과 소회 등이다.
나쁜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뉴비자>라는 이름은 경상남도 창원시 공영자전거 ‘누비자’에서 따왔다. 일단 <뉴비자>로 지어놓고 ‘자’에 알맞은 단어를 찾다가 ‘자신 있게!’를 붙였다. 기자가 타사 기자가 쓴 기사를 논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인데 그럼에도 자신있게 해보자는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방송을 진행하는 기자 세 명이 온순·얌전한 스타일이라 어깨 좀 펴라는 의미도 있긴 했다.
<뉴비자>를 처음 기획한 건 2021년 8월이다. 필자는 편집부에서 2019년 1월 8일부터 2021년 7월 4일까지 일하고 2021년 7월 5일 월요일 뉴미디어부로 부서를 이동했다. 한 달 동안은 새 자리에서 적응기를 가지며 뭘 해볼까 궁리하고 있었다. 앞날도 모르는 채. 대망의 8월은 그렇게 왔다.
뉴미디어부장이 대뜸 뉴스 비평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언론의 호시절에는 늘 비평이 함께했다고 꾀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를 즐겨봤던 터라 흥미가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내 주제에 남을 평가하는 게…’라는 생각도 맴돌았다. 하지만 제안을 거절하기에 부장 눈빛은 너무나도 반짝이고 있었고 필자는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 배를 탈 사람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편집부 소속 박신 기자와 이원재 수습기자가 승선했다. 20대로 구성된 3인방은 비교적 언론계 관성에 물들지 않은 기자들이고 뉴스를 읽는 게 업무인 기자들이기도 했다. 게다가 편집부인 두 명은 신문 제작 과정에서 가장 먼저 뉴스를 접하는 1차 소비자이지 않은가. 뉴미디어부장은 ‘생산자와 소비자 처지를 오가며 입체적으로 뉴스를 다룰 수 있겠다’고 짐작했다. 쌩쌩한 기자이면서 적극적 독자이기도 한 세
명이 뉴스 비평을 매주 1회 하자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방송 포맷을 정하는 게 어려웠다. 좋은 뉴스 한 건과 나쁜 뉴스 한 건을 엮어 1회 방송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고 한 주는 좋은 뉴스, 한 주는 나쁜 뉴스를 소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좋은 뉴스도 소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좋은 뉴스도 소개하자는 의견이 나온 이유는 다들 나쁜 뉴스만 비판한다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터놓고 말하자면 ‘이 바닥이 좁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은 적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다. 현장에 나가면 자사 기자보다 타사 기자를 더 많이 마주하니까. 평판 깎아 먹는 일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내심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자 한 주간 나쁜 뉴스를 한 건씩 선정해 총 세 건을 소개하자고 결론지은 이유는 간명했다. 나쁜 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치 알 하나에서 두 마리씩 터져 나오는 저그 종족의 저글링처럼, 나쁜 뉴스의 물량은 좋은 뉴스를 덮어버릴 만큼 압도적이다. 일례로 어뷰징 기사 같은 게 하찮게 보이지만, 하찮음으로써 언론 신뢰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그리고 그 기사 한 건 한 건이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이 곧 집합명사 ‘언론’이 된 것 같다. 기자가 이탈리아 장인 정신으로 한땀 한땀 정성 들여 기사를 세상에 내놓아도 결국 싸잡아서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는 주요한 이유도 저글링 떼 때문인 것은 아닐까? 아울러 <뉴비자>팀은 좋은 뉴스에서의 좋은 점은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반면 나쁜 뉴스는 나쁜 점을 큰 카테고리로 분류해 유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635분 여정 돌아보니 나쁜 뉴스는 유형화됐다
대망의 1회, 2021년 10월 1일 공개했다. 필자는 중앙일보의 자극적인 일러스트 사용을, 박신 기자는 취재 없이 국민청원을 받아쓴 세계일보 기사를, 이원재 기자는 외신을 인용해 난민 혐오를 조장한 헤럴드경제 기사를 비평했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것도 잠시였다. 할 말이 어찌나 많은지…. 한참 떠들고 나오니 5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편집 단계에서 30분을 덜어내고 20분짜리 영상으로 완성했다.
<뉴비자>는 몇 회를 거치며 화요일 촬영해서 목요일 업로드하는 주기로 자리 잡았다. 일요일에 한 주간 뉴스를 탐색하고 기사 한 건을 선정해 초고를 썼다. 초고는 구글 드라이브를 활용해 공유했다. 월요일 출근 전 서로 대본을 가볍게 읽어보고 왔다. 월요일 오후 1시에는 3명이 모여 회의를 했다. 뉴미디어부장에게는 기사 제목만 보고했다. 대신 세 명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회의가 끝나면 필자가 원고를 취합하고 오프닝 대본을 간단하게 작성했다. 다음날 11시 스튜디오에서 약 40분 동안 방송을 녹화했다. 이후 이틀 동안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다. 현재는 필자 혼자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서 시간을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쓰고 있다.
1회 이후 2022년 8월 19일까지 총 33편을 공개했다. 방송 시간은 회당 20분 내외로 그간 총 방송 시간은 635분에 이른다. 635분 여정을 돌아보면 나쁜 뉴스는 유형화됐다. 그중에서도 최근 눈에 띄는 나쁜 뉴스 유형은 따옴표 오용이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주장도 따옴표에 넣으면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다는 미신은 오래전부터 언론계에 퍼져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예 없는 말을 지어내고 그것에 따옴표를 친다. 예를 들자면, 8월 8일 자 매일경제가 보도한 기사 제목은 <“중국인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신종 바이러스 또 등장>이다. 중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한 기사인데 중국 산둥과 허난성에서 처음 발견된 인수공통바이러스에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5명이 감염됐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중국인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말은 기사 본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자 혹은 인터넷 편집자가 지어낸 것이다. 8월 9일 자 매일경제가 보도한 <“이럴 땐 강북이 좋네”…폭우때마다 잠기는 강남에 시민들 뿔났다>도 마찬가지다. 기사 첫머리에 “이럴 땐 강북이 좋네”라는 말이 써 있지만 이 말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매체 상호비평은 더 나은 저널리즘을 성취하는 효율적 방법
긍정적인 변화가 내부에서부터 인 것은 의외였다. 왜 <뉴비자>는 매주 타사 뉴스만을 지적하는지 <뉴비자>를 시작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매주 선정하는 나쁜 뉴스는 오답노트가 됐다. ‘이것만은 하지 말자’라는 것이 쌓일수록 내부 견제 기능은 강해졌다. 그렇다. <뉴비자>는 사내에서 ‘손톱 밑 가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사 내부 성찰과 내부 견제에 비평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는 것 같다. “<뉴비자> 때문에 기사 고쳐 썼다”라는 취재기자 말을 들을 때 내심 뿌듯하다. 편집부에서 지면을 만들 때도 종종 <뉴비자>에서 다룬 내용을 참고해서 제목을 고쳐쓰기도 한다.
<뉴비자>를 함께 한 박신 기자 후기도 뜻깊다. 박신 기자는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뉴비자>를 진행했는데, <뉴비자>를 시작했던 2021년 10월 <뉴비자로 다 디비자>라는 칼럼을 썼다. 솔직한 마음이 담겨있다.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내가 4주째 남 까는(?) 방송을 하고 있다. <뉴비자> 동료들과 나름 생산적인 미디어 비평을 해보겠다고 매주 골방 같은 스튜디오에서 합을 맞춘다. (…) ‘누군가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자격 미달이라는 결론은 같지만 방송은 계속된다. 내가 뱉은 말이 점점 쌓인다. 최소한 내가 한 말은 지키자.’
박신 기자는 2022년 1월 17일부터 현장을 누비고 있다. <뉴비자>는 1월 13일 15회를 끝으로 하차했다. 박신 기자가 7월 14일 <뉴비자>에 출연해 <뉴비자>가 기사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뉴비자> 팀은 기사를 최대한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비판적으로 기사를 보다 보니까 ‘이거는 최대한 안 해야겠다’ 하는 저만의 데이터가 쌓였다. 사회부에 와서 기사를 쓸 때도 하지 말아야겠다 싶은 거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당장 좋은 기사를 많이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지적했던 기사처럼은 안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뉴비자>가 많이 도움이 됐다.”
이처럼 <뉴비자>는 회사 내부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뉴비자를 이어오면서도 늘 매체 상호비평에 대한 갈증은 상존한다. 언론 환경과 관행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다름 아닌 기자다. 매체 상호비평이 더 나은 저널리즘을 성취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이유다. 언론사 저마다 유쾌한 방식으로 뉴스를 비평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뉴비자>는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으로 방송을 이어갈 작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