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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고객의 니즈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하나의 산업에만 집중하는 단일 기업이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최근 기업들은 부족한 부분을 상호 보완하는 컬래버레이션 방식으로 고객에게 차별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전에도 아티스트 협업, 기술 제휴, 공동 개발, 공동 마케팅, MOU 등의 다양한 협업 형태가 존재했다.
최근 컬래버레이션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넘쳐나고 있고, 고객의 취향과 관심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혼자서 이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기업과 기업이 손을 잡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협업의 강도와 밀도가 점점 세지면서 단기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아닌,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여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컬래버레이션이란?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더 새롭고 매력적이며, 널리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브랜드와 상품을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다. 브랜드 내부에서 활동하는 기존 인력들을 중심으로 더 새롭고 창의적인 상품을 만드는 데 한계를 느껴 외부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두 주체가 적극 참여해야 하고 상호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시적인 라이선싱 활용, 한쪽이 다른 한쪽에 금전을 지급하고 권리를 받아오는 형태는 컬래버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1)
또한 컬래버레이션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가 손을 잡고, 새로운 제품이나 시도를 하는 행위다. 대체로 소비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쉽게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거나, 경쟁사들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기존의 제품과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한 제품을 찾는 수요에 대응하고,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다.2)
컬래버레이션의 목적은?
컬래버레이션의 목적은 △브랜드 이미지 확립 및 극대화 △기술 향상 △소비층 확대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다. 우선 명성이 높은 브랜드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보완해, 브랜드의 가치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브랜드보다 우수한 기술력, 혹은 이미지를 보유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품의 속성과 기능, 가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유형의 브랜드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상호 보완적인 요소들을 접목시켜 소비층을 확대하고, 공유하며, 마케팅적 홍보를 통해 브랜드를 더 알리는 데도 유용한 수단이다. 이를 통해 매출의 확대 및 새로운 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제품의 명성과 신선함, 신뢰성, 심미성 등을 상승시켜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지속적인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3)
컬래버레이션의 필수 조건과 주요 사례
△쟁쟁한 기업: 서로 쟁쟁한 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 서로 급이 맞지 않는 기업은 한쪽이 비용을 지불해야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여기서 급을 맞춘다는 기준은 시가총액, 매출 등 기업의 규모가 아니다. 해당 타깃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 측면을 봐야 한다. 매스(mass, 대형)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과 니치(niche, 틈새) 시장에 진출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매스 브랜드는 항상 프리미엄 시장에 목마르다. 하지만 가격 저항으로 쉽게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 이때 프리미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브랜드와 손을 잡는다. 매스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LG전자는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메리디안(Meridian)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프리미엄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Leica)는 중국의 매스 전자 제조사 샤오미와 손잡고 프리미엄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매스 브랜드는 프리미엄 시장 진출의 효과와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매스 시장에 본인들의 이름을 알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이다.
△공동의 목적: 서로 지향하는 바가 같으며 공동의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슈프림(Supreme)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다.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판매했으며, 점차 반항적이고 반체제적인 젊음과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성장했다. 슈프림은 항상 소량의 제품을 풀어 마니아들을 애타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다. 이런 이유로 슈프림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희소성의 가치에 열광한다. 이는 명품 브랜드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 명품 브랜드는 소량의 제품 출시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을 애타게 한다. 일부 명품 브랜드는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재고로 남은 제품을 싸게 판매하지 않고 소각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동의 목적 하에 슈프림은 루이뷔통·나이키·꼼데가르송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희소가치를 만들고 소량 출시하는데다 재발매도 하지 않아, 어렵게 구입을 하더라도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스트리트 브랜드와 명품의 컬래버레이션이 이질적이지만 잘 어울리는 이유다.
△상호보완: 서로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2010년대 초반 나이키와 애플은 당시 웨어러블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스마트워치 시장에 함께 진출했다. 애플은 제품력에 자신 있었지만, 특정 고객 경험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달리기를 하는 고객은 운동화와 달리는 기능을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데, 이를 보유하지 않았다. 나이키는 운동화와 NRC(Nike Run Club)라는 달리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했으나, 스마트워치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했다. 나이키는 과감하게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철수하고 애플과 ‘애플워치 나이키 에디션’을 출시했다. 나이키 전용 배경 화면과 전용 스트랩(시계줄)을 적용했고, NRC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내장했다. 나이키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애플의 하드웨어 기술이 접목된 융합창조형 컬래버레이션이다. 일회성 한정판 형태가 아니라 매 시리즈마다 나이키 에디션이 출시되며 정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양사가 관심을 가지던 ‘런(Run)’이라는 공통분모 속성을 기반으로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는 보스턴 거주 30살 여성’ 등의 타깃 페르소나를 제시했다. 애플워치를 차고 운동하는 소비자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는 소비자의 접점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모두 양사가 함께 했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애플이 34.9%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컬래버레이션의 주요 속성은?
인지: 형태(shape) > 탐색: 이야기(story) > 구매: 가격(price) > 사용: 경험(experience) > 재구매
제품을 소비하는 순환 구조상에서 컬래버레이션의 주요 속성을 찾아볼 수 있다. 생소한 모양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은 컬래버레이션을 최초 인지하게 된다. 이후 탐색 과정 시 해당 컬래버레이션에 담긴 두 기업의 철학, 협업 이유 등 이야기를 중심으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에 바이럴 된다. 해당 상품 구매 시에는 가격 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비싼 브랜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거나, 둘의 시너지를 고려해 높은 가격이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을 때 고객은 구매를 결심하게 된다. 구매 이후에는 성능의 차별화, 디자인의 심미성 등 가치 있는 고객 경험 제공을 통해 해당 브랜드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구조가 잘 갖춰지면 재구매로 이어지거나, 더 나아가 해당 브랜드의 충성도 높은 팬이 될 수도 있다. 각 속성을 잘 구현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형태-곰표: 곰표 밀가루가 대표 제품인 대한제분은 컬래버레이션의 명가로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 오픈런을 일으켰던 곰표 맥주가 가장 성공한 사례다. 곰표는 명확한 콜라보 형태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동종·이종 산업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곰표는 1)먹을 수 있는가? 2)산출물이 흰색인가? 3)밀이 함유됐나? 4)깨끗함과 연관이 있는가? 등의 원칙을 정하고, 이 중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컬래버레이션 제품으로 출시했다. 곰표 막걸리는 1)번과 2)번을 충족했고, 밀로 만든 맥주는 1)번과 3)번의 기준을 충족했다. 이에 반해 기준 설정 없이 단순히 비슷하다는 이유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서 비난은 받은 사례도 있다. 유성 매직 모양 음료수, 우유팩 모양 바디클렌저, 딱풀 모양의 사탕 등은 노약자·어린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비난을 받고 출시 이후 바로 판매를 중단했다.
△이야기-오뚜기: ‘식생활 향상에 도움 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고,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뚜기의 상징색인 색상 코드 Y100 노란색을 브랜드 콘셉트로 설정, 오프라인 공간, 제품, 굿즈 등에 통일된 콘셉트를 적용했다. 경기도 용인의 로컬 맛집 고기리막국수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들기름 막국수를 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기리막국수가 ‘먼 곳까지 찾아와준 손님들에게 음식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막국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오뚜기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스토리 설정했고, 이를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홍보했다. 해당 제품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오뚜기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격-LG 프라다폰: 남들에게 다른 핸드폰을 보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면서, 명품 가격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전략을 구사했다. 명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시장 세분화와 목표 시장의 설정, 그리고 포지셔닝 측면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LG전자는 프라다와의 협업을 위해, 담당 직원들에게 프라다 옷을 맞춰 입게 하고, 이탈리아 프라다 본사에서 상당 기간 협업을 논의했다.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 빌려다 쓰기보다는 프라다의 브랜드 정신을 디자인과 고객 경험에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판매 단계에서는 가격 정책에 변화를 줬고,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가 저조했지만 전략 시장인 유럽을 우선 타깃으로 설정하고 공략했다. 또한 휴대폰 제조업체가 일반적으로 취하는 프로모션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패션 명품회사의 마케팅 전략을 잘 활용했다. 세계 최초로 풀터치라는 최신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해 제품화한 부분 또한 주된 성공 요인이다.4)
△경험–블루보틀 제주맥주: 블루보틀의 최고급 커피 재료와 제주맥주의 수제 맥주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고객에게 ‘커피 골든 에일’이라는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공했다. 버번을 만든 배럴 안에서 숙성된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에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벨라 도노반(Bella Donovan)’ 블렌드를 사용했다. 제주맥주는 이 커피의 향을 지키기 위해 ‘드라이 호핑’ 기법을 사용했다. 드라이 호핑은 보통 발효된 혹은 발효 중인 맥주에 홉을 늦게 투입하는 방식으로 쓴맛 없이 맛과 향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음료 전문 매거진도 해당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커피 골든 에일은 균형감이 매력적인 맥주였다. 잔에 따랐을 때는 잘 블렌드된 커피에서 느껴지는 카카오와 베리 향이 올라왔다가, 입에 머금으면 단단하고 짙은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향미가 느껴진다. 묵직한데 부드럽게 넘어간 뒤에 입 안에 남는 커피와 맥주의 향미까지 여운이 깊다. 이게 맥주가 낼 수 있는 끝이 아닐까?”5)
다양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히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의 시너지를 낸다. 미디어 영역에서도 시청자와 독자의 편견을 깨는 창의적인 컬래버레이션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1) <콜라보는 브랜드를 어떻게 바꾸는가>, 폴인, 2020.8.11, https://www.folin.co/series/1084
2) 남시현, <'군침이 싹 도는 로봇 청소기?'···이색 콜라보에 지갑 여는 MZ세대>, 동아일보, 2022.3.2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323/112486676/1
3) 전성찬·윤지영·김현주, <패션 컬래버레이션 유형에 따른 소비자 소비심리 분석>, 기초조형학연구, 19(6), 한국기초조형학회, 2018.
4) 강석원·구자원, <LG전자 프라다폰의 성공사례>, 코리아비즈니스리뷰, 16(3), 한국경영학회, 2012.
5) <제주맥주로 보는 품격 있는 브랜드 콜라보의 법칙>, 마시즘, 2021.12.2, https://masism.kr/92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