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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2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세계 최대 팩트체크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9’이 열렸다. 유튜브, 메타, 틱톡 등이 후원을 맡은 이 행사에서 팩트체커들은 이들 기업의 소극적 허위 정보 대응을 맹렬히 비난했다. 세계 500여 명의 팩트체커가 참석한 올해 행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뉴스’의 범위와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대중이 뉴스를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전통 매체에서 확인하고 소비하는 시대에서 인터넷 포털(구글·네이버·다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메신저서비스(카카오톡·라인·왓츠앱), 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언론수용자 조사> 통계에 따르면 뉴스 이용률은 인터넷 포털(79.2%),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6.7%), 메신저서비스(17.2%), SNS(11.9%) 등으로 전통 매체 가운데 TV(83.4%)를 제외한 신문(8.9%), 라디오(8.4%), 잡지(0.3%) 등을 모두 앞질렀다.[그림]
일상에서 사람들이 뉴스와 관련한 대화를 나눌 때 “신문에 실린 뉴스 봤어?”, “라디오에서 들은 뉴스인데…” 등과 같은 추임새 대신 “00 유튜브 채널 봤니?”, “네이버 카페에서 본 글인데” 등과 같은 표현에 익숙해진 시대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 전통 매체들이 생산한 뉴스 외에도 플랫폼 이용자들이 자체 생산한 다양한 유형의 정보 콘텐츠를 넓고 빠르게 퍼뜨리는 힘도 갖추고 있다. 직업 기자들이 담당했던 뉴스 생산에 각 분야의 전문가나 일반인들도 참여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뉴스와 정보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는 새로운 문제점을 양산했다. 인터넷 포털과 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은 대중에게 뉴스와 정보 콘텐츠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지만, 동시에 대중을 ‘거짓 정보(misinformation)’나 ‘허위 정보(disinformation)’에 노출시키는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전 세계 팩트체커들의 비판 받은 유튜브와 메타
지난 6월 22~25일 노르웨이의 오슬로 메트로폴리탄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팩트체크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9(Global Fact 9)’에서 유튜브,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이런 이유로 전 세계 팩트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이들 기업이 이익만 챙기고, 허위 정보 등을 막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대면 콘퍼런스의 메인 스폰서들이었다. 이들 기업은 고위 임원까지 보내 허위 정보 등에 맞서는 자사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홍보하려고 했지만, 전 세계 69개국에서 참가한 500여 명의 팩트체커들의 날선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브랜든 펠드먼(Brandon Feldman) 유튜브 뉴스시민사회 파트너십 이사는 오슬로 메트로폴리탄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팩트체커들과의 대화에서 진땀을 뺐다. 펠드먼 이사는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거짓 정보와 허위 정보를 줄이기 위한 정책 가운데 하나인 ‘주제 문맥을 제공하는 정보 패널(information panel giving topical context)’에 대해 설명했다. ‘주제 문맥을 제공하는 정보 패널’은 역사, 과학 등 허위 정보가 자주 발생하는 주제를 유튜브에서 검색하거나 이와 관련된 동영상을 시청하면 검색 결과 상단 또는 시청 중인 동영상 아래에 정보 패널을 표시하도록 한 정책이다. 정보 패널에는 주제에 대한 추가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독립적인 제삼자 파트너를 출처로 한 기본적인 배경 정보가 표시된다. 펠드먼 이사는 “구글의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하면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정보 패널 기능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직접 담당하는 검토 프로세스까지 더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중석에 있던 한 팩트체커가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튜브가 허위 정보의 온상이면서도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기 때문이다. 이 팩트체커는 지난 1월 영국의 풀팩트(Full Fact)와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Fact Checker)를 비롯한 80개 이상의 팩트체크 기관이 서명한 편지를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고위 임원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라고 질타하자 장내에선 큰 박수가 쏟아졌다.
팩트체크 연합은 당시 서한에서 “유튜브는 부도덕한 행위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고 악용하고 조직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사의 플랫폼을 무기화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의 조치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의 허위 정보 캠페인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 자금 지원 △허위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배포하는 동영상 내부의 반박 링크 제공 △알고리즘이 범죄자를 반복적으로 홍보하는 행위 중단 △비영어 비디오의 거짓 정보 해결 노력 등 4가지 약속을 요구했다.
‘거짓의 주요 통로’가 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팩트체커들의 분노는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에도 향했다. 메타 관계자와의 대화 세션에서 한 팩트체커는 “(메타 직원들을 가리키며) ‘팩트체크의 공공의 적’을 어떻게 무대로 부를 수 있느냐?”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다. 페이스북과 왓츠앱은 유튜브 못지않게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가 유통되는 경로로 활용돼 왔다. 특히 지난 2018년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파 정치인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던 배경에 두 회사가 있었다. 보우소나루의 선거 본부는 브라질의 기존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이어 페이스북과 왓츠앱을 이용해 경쟁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와 기사를 퍼뜨리는 선거 전략을 폈고 결국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모기업인 메타는 페이스북과 왓츠앱에서 허위 정보의 유통을 적절히 막지 못했다.
이에 대해 메타 관계자는 “ 즉각적인 위험을 입힐 수 있거나 ‘정치적 절차를 훼손’하는 게시물과 같은 콘텐츠의 경우 해당 콘텐츠를 제거한다”면서 “왓츠앱은 브라질 선거 당국과 가짜뉴스 퇴출을 위한 협력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팩트체크, 단순한 객관적 사실 나열에서 벗어나야
3박 4일 일정, 총 56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글로벌팩트9에 참여한 전 세계 팩트체커들은 탈진실 시대에 어떻게 거짓 정보들과 싸워왔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도 참여했지만, 상당수가 팩트체크를 위한 비영리 조직과 단체에 소속된 점이 눈에 띄었다. 정은령 SNU 팩트체크센터장은 “주류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가일수록 권력 기관이나 특정 정치 세력의 입맛에 따라 거짓 정보가 횡행하기 쉽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영리 조직이나 단체가 중심이 돼 팩트체크를 수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라마다 언론 환경이 달라 팩트체크 역할을 주도하는 곳은 다르다”며 “국내의 경우엔 평소 취재 현장에서 팩트체크 훈련을 받은 언론인들의 역할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는 진정한 팩트체크를 위해선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건의 맥락을 확인하고 서사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반 시민이나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안을 팩트체커들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진행 과정을 심층 취재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엮어내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언론인들이 비영리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는 팩트체커들과 비교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지점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서 팩트체킹 전문 칼럼인 팩트체커 코너를 맡고 있는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 선임기자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보도는 사실 확인만으로는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면서 “이미 알려진 사건이지만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사건 발생 이후 정치 권력들은 해당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서사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의 연설에 대해 그 내용이 사실인지 100번 체크하는 것보다 지지자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하고, 왜 의회에 난입했는지 맥락을 분석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며 “그들이 왜 음모론에 휘말리게 됐는지 배경을 파고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앤 애플바움(Anne Applebaum)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며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로는 점점 정교해지고 다양화하는 허위 정보를 막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우리가 현재 눈으로 확인하는 물리적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 정부에 의해 오랜 기간에 걸쳐 통제되고 조직된 허위 정보들이 준비돼 왔다”면서 “이런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데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팩트체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위험 중 하나가 강력한 내러티브의 힘을 놓치는 것”이라면서 “사실이든 거짓이든 맥락과 분리된 사실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앤 애플바움(오른쪽)이 노르웨이 오슬로 메트로폴리탄대 강당에서 진행된 글로벌팩트9에서 사회자와 대담을 하고 있다. Ⓒ서민우
마리안느 보르겐(왼쪽에서 네 번째) 오슬로 시장이 청사에서 마련한 '글로벌팩트9' 환영 만찬에서 한국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민우
한편 내년에 10주년을 맞는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글로벌팩트10)은 한국에서 열린다. 6월 28~30일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와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이 공동 주최한다. 그동안 행사는 영국 런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에서 열렸고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