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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로 뉴스룸에도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한다. 세대 간 의견 차이는 피할 수 없지만 상대 세대에 대한 선입견은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뉴스룸 세대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언론사 구성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모든 세대론에는 ‘환상’이 섞여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세대 갈등 문제를 바라볼 때는 우선 환상을 거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뉴스룸의 세대 갈등 관련 토론회와 보도 등을 보면 이른바 ‘MZ(밀레니얼 및 Z세대·1980~2000년 출생)’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와 선배 세대1)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차이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업무 방식’ 정도로 범주화할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021년 11월 개최한 창립 33주년 토론회 ‘민주화 세대의 퇴장, 언론노동의 현장 변화’와 올해 4~6월 진행한 세대 갈등 토크쇼 등을 보면 이런 인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우선 사회에 대한 인식부터 살펴보면, 선배 세대 기자들은 MZ세대들을 ‘젠더 이슈와 같은 정체성 정치에 민감하지만 (권력 비판과 같은) 구조적인 측면에는 민감하지 않다’, ‘연성 아이템에만 관심이 있다’ 등으로 평가했다. 업무 방식에 대해서는 ‘끈기가 없다’, ‘뉴스룸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냈다. 반면 MZ세대 기자들은 선배 세대에 대해 ‘특정 정파와 동일시되어 있다’, ‘권위적이며 후배의 말을 듣지 않는다’라고 파악했다.
상대 세대에 대한 이런 인식을 모두 오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자’를 미흡하거나 부정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특히 이런 선입견은 인상 비평이거나 자신의 세대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동원되는 평가일 때도 있어 문제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먼저 짚고 세대 갈등 해결을 위한 고민을 담아보려 한다. 다만 이 글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 실제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언론사 조직이나 선배 세대의 이해를 구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달라진 언론 환경
경쟁은 심해졌고 취재 정보 수집은 어려워졌으며 신뢰는 낮아진 상황에서 위험은 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21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은 2011년 2,776개에서 2020년 5,078개로 1.8배 늘어났다. 부처 출입사나 출입 기자의 숫자도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 경쟁은 심해졌고, 취재원에게 인상을 남기는 기자가 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2)
취재를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구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과거 기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구속영장이나 공소장 등은 이젠 입수 자체가 힘들어졌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피의자의 이름이나 주소, 범행 장소 등 취재에 필요한 기초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사건 관계자를 직접 접촉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깊이 있는 취재를 하는 데 드는 품은 더 커졌다. 기자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은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더구나 수사기관 관계자를 비롯한 공무원 등 전통적인 취재원들은 점점 더 기자와의 접촉을 꺼린다. 과거 수습기자들은 경찰서 형사 당직실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형사 당직실은커녕 경찰서 입구를 통과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곳이 많다. 반면 위험은 더 커졌다. 기자를 멸칭으로 부르는 것은 이미 익숙한 문화다. 정치 기사나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쓴 뒤에 욕설 가득한 이메일을 받는 경우는 허다하며, 특히 젊은 여성 기자들에게는 이런 공격이 더 집중된다. 기자의 사진 등을 공유하며 욕설을 다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단순히 MZ세대 기자들의 업무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언론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취재나 아이템 접근 등의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저널리즘 윤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좋은 보도 결과뿐 아니라 올바른 취재 과정 역시 요구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뻗치기’3) 취재나 ‘기만 취재’4)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취재 방법은 오래전에는 ‘기자의 근성’으로 여겨지곤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비난받을 행동이 되고 있다.
기자에 대한 공격 역시 과거와 다르게 광범위하고 직접적이다. 큰 흠결이 없는 기사여도 팬덤을 가진 정치인 등이 자신이나 자기 진영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를 비난해 공격받도록 하는 사례도 자주 나타난다. 페미니즘 관련 기사에 대한 공격 역시 수시로 벌어진다. 소셜미디어 등의 발전으로 이런 공격은 기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곤 한다. 과거 언론사로 전화를 하는 등의 제한적인 항의와는 그 규모와 수준이 달라졌다.
실제 기자협회보가 창립 58주년을 맞아 기자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7월부터 10일간 여론조사한 결과5)를 보면 기자들 31.4%가 취재원, 취재 대상, 독자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상황의 변화는 과거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취재나 사건 관계자를 뻗치면서 만나는 방법을 주로 경험했던 선배 세대와 MZ세대 기자가 취재 방법론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가지도록 한다.6)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MZ세대 기자들이 취재원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친분을 쌓는 것보다 데이터 저널리즘 등 다른 접근법을 통한 취재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배 세대와 MZ세대 인식의 차이
취재 환경의 변화가 외부적 요소라면 선배 세대와 MZ세대 기자들의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다만 이 차이가 MZ세대 기자들이 권력 감시를 회피거나 연성 아이템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권력 감시 보도와 관련해 선배 세대와 MZ세대의 갈등은 주로 진보 언론에서 벌어졌는데, 이 갈등은 대부분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할 권력이 무엇이냐에 따른 견해차에서 비롯됐다. 가령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을 경험했던 선배 세대의 경우 권력을 보수 정당, 재벌, 검찰 등의 연합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반면 MZ세대의 경우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현실 권력을 주된 비판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 때문에 집중해야 할 권력 감시 대상이 달랐던 것이지, MZ세대가 전반적으로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더불어 MZ세대가 기후 위기, 젠더 문제 등 새롭게 등장한 의제에 취재력을 집중하는 것 역시 당연한 현상이다. 기후 위기가 인류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다. 세계적인 ‘미투 운동’과 한국의 ‘n번방 사건’ 이후 젠더 폭력의 실체가 그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젠더 문제가 더 이상 후순위로 미뤄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끊임없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에 민주주의가 시급한 과제였던 것만큼 기후 위기와 젠더 문제 해결 등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7)해야 하는 지금 시대 언론의 우선순위 과제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자체에도 선배 세대와 MZ세대 사이의 차이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기자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01년 기자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은 83.4%, ‘불만족’은 16.6%였다.8) 반면 2021년 같은 조사에서는 ‘만족’ 59.1%, ‘보통’ 28.0%, ‘불만족’ 12.9%로 나타났다. 기자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전직 의향의 경우 2001년 조사에서는 ‘많다’ 30.1%, ‘그저 그렇다’ 32.6%, ‘없다’ 36.9%로 나타났다. 반면 2021년 이직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는 ‘있다’가 72.7%, ‘없다’가 27.3%로 나타났다. 2021년 조사에서 전직이 아닌 타 언론사로의 이직을 희망한 비율이 21.9%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년 전과 견줘 언론계를 떠나기를 원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과거에는 장시간 근무 등을 비롯한 힘든 노동 조건에도 기자라는 자긍심이나 사회적 평판, 취재를 통해 얻는 보람 등이 이를 상쇄하는 보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자의 사회적 평판이 낮아지고, 경쟁이 심해지고, 눈에 띄는 기사를 쓰기 더 어려워진 최근 언론 환경에서는 과거와 같은 보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노력
언론 환경과 시대의 변화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갈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특히 세대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 어느 시절에나 존재했다. 하지만 뉴스룸의 세대 갈등이 언론 기능 위축, 조직 운영의 걸림돌, 기자 업무에 대한 회의 등으로 발전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언론사 조직은 우수한 기자의 유출 방지와 원활한 언론 기능 수행을 위해서라도 세대 갈등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사 조직 차원에서 기자 업무의 만족도를 높이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처우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세대의 기자들에게 저널리즘적으로 성공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직업에 보람을 가져라’라는 백 마디 말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우선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겨레 사건팀은 2019년 2차례에 걸쳐 수습기자를 4주가량 기획 취재에 투입했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까지 수습기자가 직접 맡았으며, 선배 기자는 팀장 역할을 하며 취재 지시나 보조를 했다. 그렇게 <탈시설 장애인 자립 리포트>,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 <한국 청년이 만약 100명이라면> 등의 기획을 보도했다. 수습 교육과정 중 상당 시간을 기획 기사 작성에 할애한 의도 중 하나는 수습기자들에게 기자 생활의 버팀목이 될 경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좋은 기사를 직접 기획하고 취재한 뒤 보도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은 기자 생활에서 닥칠 어려움을 극복할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 문제의식만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MZ세대 기자들의 의견이 기사 방향 등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언론사별로 논조가 있고 지향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개별 기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의견마저도 쉽게 묵살되는 일이 반복되면 조직의 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가 아닌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젊은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소속 부서장이나 부서 데스크를 통하는 경로 외에 자신의 의견을 조직에 전달할 수 있는 ‘우회로’가 갈등을 풀어내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서 운영하는 소통데스크 등의 역할 확대를 고민해볼 수 있다.
뉴스룸의 세대 갈등은 대화의 자리를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만 해결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투자다. 조직이 기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갈등 관리와 소통을 담당하는 직무를 신설하는 등 비용을 들여야 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끝으로 좋은 리더십 역시 강조하고 싶다. 이에 대해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니어 변호사로 등장하는 정명석 변호사가 덜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모범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정 변호사는 우 변호사가 사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한바다(로펌)에서 14년 넘게 일한 정명석 변호사는 언제나 의뢰인의 이익을 우리 사회의 정의보다 우선시해요. 누가 나를 법 기술자라고 부르면서 손가락질해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사실이니까. 하지만 우영우 변호사는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잖아요. 나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어요. 난 그저 우영우 변호사의 결정이 궁금할 뿐이에요. 우영우 변호사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유능하고 존경받는 변호사이면서도 자신의 길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정 변호사의 리더십은 사건을 새롭게 보는 우영우 변호사의 역능을 극대화해준다. 그리고 그 역능은 재판의 승리를 이끈다. 타인에게는 그들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방향을 고민하는 후배를 믿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태도가 만들어낸 성과다.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후배 기자들은 자신의 역능을 소중하게 여기는 리더십에 뛰어난 팔로우십으로 응답한다.
좋은 리더십이 뉴스룸의 세대 갈등을 풀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지만,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꽤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다.
1) 세대는 편의상 MZ세대와 선배 세대로 구분하도록 하겠다. 다만 MZ세대 내에서도 차이가 있고, 선배 세대도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면 국회 출입 기자는 취재 기자 기준으로 2006년 866명에서 2019년 1,708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출입사는 50곳에서 186곳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노지민, <출입기자 1700명 시대, 국회 기자의 오늘>, 2020.5.14.)
3) 취재를 위해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약속 없이 기다리는 방식
4) 공무원을 사칭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상대를 속여서 하는 취재
5) 강아영, <기자 직업 만족도 4년째 하락…보수매체 기자 62% 이직·전직 원해>, 기자협회보, 2022.8.16,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053
6)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인적 취재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과거에 견줘 상대적으로 이 같은 취재의 효율성, 생산성 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7) 언론윤리헌장(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8) <한국의 언론인 2001>, 한국언론재단,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