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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 댓글 창은 최근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난, 개인 신상 털기가 자행되는 무질서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특히 성범죄, 아동 학대 관련 보도는 자극적인 댓글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언론사는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분노의 배설장이 되어버린 댓글 창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장이 온라인 중심이 되면서 보도 기사에 대한 댓글들은 이용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했고 일부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댓글 창은 기사에 대한 비판과 지지 내용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됐고,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까지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과연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이 유효한지 의문을 갖게 된다. 비판을 넘어 무차별적인 공격과 비난이 주를 이루고 기사에 등장하는 개인에 대한 신상 털기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러한 양상은 보도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등 댓글의 부정적인 면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여론 형성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댓글을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지난 6월 30일 ‘2차 피해 유발하는 보도의 문제점: 성범죄, 아동 학대 보도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통해 댓글 관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2021년 발생했던 스토킹 범죄 사건(일명 김태현 사건)과 아동 학대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관련 보도들과 3만여 건의 해당 댓글을 분석한 결과, 기사와 그 제목이 자극적일수록 댓글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해당 댓글의 내용은 ‘분노’라는 명분으로 한층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입에 담기 힘든 언어로 반복하고 있었다. 반면 정작 여론의 관심과 반영이 필요한 재발 방지 대책이나 관련 입법 등에 대한 기사에는 소수의 댓글만 달린 것을 볼 때 ‘공론장’의 기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 발언들과 아동 학대 범죄의 지나치게 상세한 피해 내용 반복 묘사는 그 자체로 피해 당사자와 유족 그리고 유사 사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 정보 노출, 가해자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혐오 역시 또 다른 피해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댓글은 공론장이 아닌 비난과 혐오를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배설의 장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2차 피해 오롯이 드러난 ‘대학 내 성폭행 사망 사건’ 보도 댓글
언론은 지난 7월 발생한 ‘대학 내 성폭행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역시 사건 초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들을 앞다투어 쏟아냈는데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계속되자 자기반성적인 보도들과 함께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 행태가 바뀌는 것과는 별개로 댓글은 여전히 2차 피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여과장치 없는 표현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었다. 7월 15~18일 관련 보도 327건의 댓글 중 2차 피해의 가능성이 있거나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혐오 표현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했다.1)
1.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내용
피해자의 음주, 늦은 귀가, 옷차림 등을 비난함으로써 사건의 원인 제공을 피해자가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2차 피해 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여자분도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왜 마시는지 걱정됩니다..여자분들~~제발 자신을 좀 지켜주세요..”
“여자들이여 제발 술 먹으러 따라다니지 말고 집에 일찍 좀 들어가라”
“술 처먹고 돌아댕기지 마세요 특히 여성분들 우리나라 안전한 나라 아닙니다 호시탐탐 범죄세력들이 노리고 있어요”
“여자들도 조심해야 된다 옷을 입은 건지 팬티만 입은 건지 남자들 너무 자극하는 옷차림도 조심해야 된다 ~~”
“이 여대생도 문제가 있다 옷을 입은 듯 말듯 가슴골 다 드러내고 치마 짧게 입고 술 같이먹고”
“10시면 집들 가야지... 만취해가지고 새벽 1시까지 남자 따라서 왜 대학 건물에 들감? ㅎㅎㅎㅋㅋㅋㅋㅋㅋ 문제야 문제..ㅋㅋㅋ”
2. 성적 행위 중심의 내용과 피해자의 성적 대상화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성폭행이 아닌 성행위에 초점을 두고 ‘성욕’, ‘성매매’ 등과 연관 짓고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함으로써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또한 ‘합의된 성관계’ 등을 추측해 언급하는 등 2차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예뻤으면 강간을 당했을까 피해자 얼공좀 해봐”
“왜 굳이 성폭행을 할까.. 그냥 고백해서 사귀면 되지., 참..”
“단둘이 한방에서 술 마시고 성관계했는데 그게 강간이 됨?”
“합법적인 집장촌같은 법을 만들어 부활시켜라~ 집장촌을 없애니 돈 없어 몸 풀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있어 성폭력이 많이 발생한다~”
“그니까 성매매 합법화하라니까”
“솔직히 성적인 부분을 사회가 차단을 시키는 것보다 합법화를 해서 이런 사건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매매는 불법이고 단속해서 가게 문닫고 남성들이 성적인 부분을 해소 할 길이 없어 일반 여성들 상대로 표적으로 삼는 거 같다. 우리 사회도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야동 말고 이런 부분적으로 개방형이 되야 한다고 본다. 일반 여성들이 피해를 안 봤으면 한다.”
3. 가해자 처벌 방법에 대한 비이성적, 폭력적 묘사
피해자를 향한 것은 아니지만 가해자에 대한 비이성적인 분노의 표출과 처벌 방식에 대한 폭력적인 묘사는 댓글 창을 배설의 창구로 오염시키고 있다.
“성폭행 가해자를 우선 고자를 만들고 능지처참 또는 거혈형에 처해라~!!!ㅡ_ㅡ'’”
“X를 도끼로 찍어버려라!”
“사지를 찢어 죽이고, 뉴스 내보내서, 다시는 처벌이 두려워 저런 범죄 못 저지도록 본보기를 보입시다, 인권 인권 수감자 인권 떠드는 사람때문에 수감생활 할만 하니까 저런 범죄가 일어나는거 아니야...”
“산채로 눈알 적출하고 팔다리 짜르고 고막 들어내라. 죽이지는 마라. 살려야 한다”
4. 지역과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혐오
사건이 발생한 지역(대학)과 확인되지 않은 가해자의 출신지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그 지역민에게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다. 또한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시점의 보도 댓글에서는 아무 근거 없이 외국인의 범죄로 단정 혹은 추측하면서 외국인 혐오를 유발하고 있다.
“인천의 거시기들이 한참 필 나이의 학생을 죽였구나.”
“인하대는 범죄자들 모이는 대학도 아니게 이게 뭐냐. 하긴 인천 ㅋㅋㅋㅋ 별의별 사건 사고 다 일어나는 인천이니깐ㅋㅋㅋ 거긴 진짜 사람이 살면 안 되는 곳인들. 어휴 인천 소름 돋아”
“외국인에 의한 집단 ㄱㄱ사건이라는데 한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한국 학생들 대학 들어가 꿈을 펼쳤는데 대학교 정원의 60% 이상이 중국공산당 유학생들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자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사건 사고가 일어 나는데 중국공산당 유학생 상위 1%만 받아라 무슨 짓이냐 교육개혁 필요하다 대학교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지는 거다. 중국 유학생 받지 마라”
댓글,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김선호와 오세욱의 연구에 의하면 이론적으로, 순기능적 측면에서 뉴스 댓글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온라인 공론장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한다. 둘째, 숙의의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사회 전체적인 여론의 분포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넷째, 사회적 이슈에 대한 뉴스 이용자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준다. 다섯째, 전문 언론인이나 언론사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2)
앞서 분석한 성범죄 사건 보도 댓글은 이 다섯 가지 기능 중 어떤 것에 부응할 수 있을까? 2차 가해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분노가 공론장, 숙의, 의사결정, 피드백과 같은 개념에 부합하고 있는가?
얼마 전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이던 한 정치인의 만기 출소 보도에 달린 댓글은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었다. 심지어 과거 피해자에게 자신이 쓴 댓글에 대한 민사 배상을 귀찮아서 해줬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 댓글을 보며 최소한의 양심도 기대할 수 없는 공간이 댓글 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관련 보도의 댓글 창을 자체적으로 닫아버린 KBS의 결정과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의 <그 댓글 창은 닫아야 했다>3) 칼럼은 2차 피해와 관련된 댓글 관리가 불가능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신호가 됐다.
언론인권센터는 앞으로도 ‘성범죄와 아동 학대 보도에 대한 댓글 관리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이며 포털과 언론사들이 함께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 댓글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수집한 댓글의 비속어 표현(특정 표현만 X로 처리)과 맞춤법 등은 수정하지 않았다.
2) 김선호·오세욱, 《뉴스 댓글 운영 현황과 개선방향》, pp.11-13,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11.
3) 이정연, <그 댓글 창은 닫아야 했다>, 한겨레, 2022.8.7,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3798.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