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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저널리즘 하우투 20 - 북한 기사 쓰기 하우투
기획연재 | 등록일 : 2022-10-28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의뢰받았다. 강의 제목은 ‘북한 뉴스 올바르게 쓰기’. 며칠간 고민에 빠졌다. 무엇이 올바른 북한 뉴스일까? 무엇이 잘 쓴 기사일까? 올바르고 잘 쓴 기사가 뭔지 규정할 자신은 없었다. 고품격 기사를 쓰기에 앞서 ‘올바르지 않은’ 뉴스를 걸러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나를 포함한 북한 뉴스 종사자들의 고민이다. 올바른 뉴스의 훌륭한 시작은 오보 예방인 셈이다.


높은 관심과 이례적 정황 파고드는 가짜 정보

 

북한 뉴스의 오보 사례는 너무도 다양해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2020년 김정은 사망설은 그 대표적 사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최고의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생했다. 국내 전문가가 건강 이상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 국내 한 인터넷 매체가 중병설을 보도하고 이것이 다시 CNN 등 외신을 타고 증폭됐다가 북한 출신 한국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사망설을 제기하면서 국내외를 오가며 일파만파 확산됐다.

 

자신이 담당 기자라 생각해보자. 사실이라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질서에 큰 영향을 가져올 중대 뉴스, 독자·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 정보, 게다가 국내외 여러 매체에 게재된 큰 뉴스를 ‘검증 미비’를 이유로 기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사자인 북한은 전 세계 언론이 소동을 벌이는 10여 일 동안 김 위원장의 건재를 증명하지도 않았다. 과거 두 차례의 최고지도자 사망 당시에도 북한은 상당 시간 동안 사망 사실을 숨긴 전례가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공식 발표까지 34시간,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에는 이틀을 넘겨 무려 51시간 반이나 은폐했다. 한미 정보기관은 그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개연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뜻이다.

 

많은 언론사가 누군가를 인용해 유고설을 확산했지만, 소수의 언론사는 근거를 들어 정보의 신뢰도를 의심하고 비판했다. 늘 그렇듯 김정은 사망설은 당사자가 언론에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이 사건은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가 북한 관련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또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가짜뉴스, 오보, 해석 오류

 

북한 관련 오보의 양태는 다양하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쓴 가짜뉴스, 취재원 확인과 정보에 대한 교차 검증 등의 절차는 거쳤지만 사실이 아닌 뉴스, 그리고 사실관계는 맞게 취재하고도 해석을 잘못해 오보를 생산한 경우다. 이 세 가지 사례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취재원과 정보의 신뢰도를 가려내고 정확히 해석하는 기자의 능력과 윤리의식의 부재가 오보로 이어지는 것이다.

 

1970년대 북한 관련 대형 오보의 사례를 살펴보자.

 

<北傀 金正一 東京에(북괴 김정일 동경에)>

 

1974년 11월 18일 일간지 제목이다. 김정일은 그 무렵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얼굴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일성의 후계자가 도쿄에서 열린 IPU(국제의원연맹) 회의에 이종혁이라는 가명으로 참석했다는 기사였다. 최초 보도를 한 것은 재일본 동포신문인 통일일보였다. 즉각 한국 언론들이 통일일보 인용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다음날에는 이를 기정사실화한 후속 기사들이 이어졌다.

 

“腹面(복면) 벗겨진 金正一(金日成아들)- 東京暗行(동경암행)을 追跡(추적)한다.”

 

“한국대표들이 본 김정일- 처음부터 수상한 인물, 시종 웃음띠고 악수도”

 

기사는 ‘이종혁이 김정일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종혁을 위장한 김정일로 단정하고 온갖 추적 기사들을 쏟아놓았다. 김정일이 ‘엘리트 의식’과 ‘선민적 냄새’를 풍기는 ‘퍽 이상한 존재’였으며 “상대방 이야기에 야릇한 조소”를 풍겼다는 접촉자들의 말과 느낌을 화려한 글솜씨로 묘사했다.

 

사실을 정정한 곳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조총련 인사들이 평양에서 촬영한 김정일 사진을 이종혁 사진과 비교해 이종혁은 이종혁이고 김정일은 김정일이라고 밝혔다. 외교관 출신인 이종혁은 이후 대남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유명 인사다. 당시에도 이미 일본 인사들과 접촉이 있어 제법 알려진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보의 진원지 통일일보는 김정일 사진이 조작이고 이종혁이 김정일인 게 틀림없다고 우겼다. 한국 언론들이 오보임을 인정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일본의 한 한인신문에서 시작된 이 오보는 조총련이나 일본 의원에게 문의했다면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정부 기자회견 보도도 오보일 수 있다

 

1994년 7월, 북한에서 망명한 강모 씨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의 증언은 강렬했다. 북한이 1993년 핵 개발을 완료했고 1994년 핵탄두 5개를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며 운반 로켓도 개발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북한 정무원 총리를 지낸 강성산의 사위였다. 고위층으로부터 직접 들은 정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북, 핵탄두 5개 보유>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들을 내보냈다.

 

강 씨의 발언은 북한이 ‘과거핵’(최대 1~2개 분량의 핵물질)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과의 관계 개선 및 원자력발전소 지원을 받아내는 북·미 핵 협상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북한의 핵 능력을 추적 감시해온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국무부, 일본 외무성 등이 이에 반박하거나 의문을 제기했고 뉴욕타임스는 북·미 3단계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공개 기자회견을 조직한 한국 정부의 동기를 의심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미 핵 협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외교적 문제로 비화했다. 한국 정부는 강 씨의 발언이 “신뢰할 수 없는 첩보”라며 강 씨의 회견 개최가 북·미 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는 아니었다고 수습해야 했다.

 

북한의 핵무기 수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 신분이 확실한 북한 최고위층의 측근이, 그것도 정부가 조직한 기자회견에서 한 진술을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사실 그대로 전한 것이 과연 오보일까? 답은 ‘오보’다. 기사 가치와 한계, 제공자의 의도에 대한 판단과 언급 없는 기사 처리는 독자·시청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정보원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 증언을 조직한 당국의 의도에 대한 판단과 저널리즘 윤리, 그리고 불순한 정보와 의도를 비판하기 위한 용기가 있어야 했다. 그의 증언은 기존의 국제기구나 한미 정보 당국의 판단과 크게 차이가 있고, 그가 비록 한때 고위층의 측근이었지만 북한의 핵기술 정보에 직접 접근할 전문성이 없다는 사실, 당시 이 회견을 조직한 정보기관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사의 비중을 낮추고 검증과 반론으로 균형을 맞추어야 했다.


과학 정보, 군 특수 정보는 믿을 수 있나?

 

위성사진 분석은 북한의 군사, 지형 정보를 관찰·분석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분석되지 않은 과학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거나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2004년 9월 12일 오전 11시 14분, 연합뉴스가 베이징발로 “북한 량강도(양강도)에서 대형 폭발”이 있었다는 1보를 내놓았다. 기사는 구체적 사실들을 담고 있었다. 사건 발생 시점은 사흘 전인 9일 11시. 근거는 한미 정보 당국이 인공위성으로 포착한 비밀 특수 정보 SI(Special Intelligence)였다. 위성사진에는 자연 구름과는 다른 형태의 직경 3.5km의 버섯구름이 관찰됐다. 버섯구름은 지상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관찰된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런 징후를 보고받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지 모르는 징후가 관찰된 것은 사실이고 한국 정부가 이 징후를 추적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당연히 큰 뉴스로 취급됐다. 외신들도 북한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과 핵실험 실시 여부에 주목하는 기사들을 냈다. 결론은 단체 대형 오보였다.

 

보도 다음날인 13일 북한 당국은 대형 폭발은 김형직군에서 실시한 수력발전소 발파 작업에 의한 것이고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들의 현장 방문을 안내했다. 재촬영된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서도 버섯구름이 관찰된 곳에서 지형변화 등 핵실험·폭발 징후는 없음이 확인됐다. 징후와 첩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이 완료된 것은 첫 보도 후 4일, 버섯구름과 폭발 징후가 포착 된 지 6일이 지난 뒤였다.

 

이 사건은 위성사진, 감청 등을 포함한 과학·특수 정보의 처리 과정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과 함께 전문성을 지닌 정보원이라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최초 제보자는 군 정보 당국 관계자였다. 신뢰도가 높은 정보원이지만 정보원 자체가 자신이 확보한 ‘첩보’의 검증 과정에 소홀했고 자신이 취득한 첩보에 지나치게 높은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는 이를 간과했다.


첩보는 수집-분석-검증 평가 등 복잡한 처리 과정

 

을 거쳐 정보 가치가 판단된다. 폭발을 암시하는 버섯구름 위성사진이 ‘징후’를 넘어 정보로 판단되기 위해서는 폭발을 입증할 다른 정보들, 예를 들어 중국 국경 지역에서 관찰된 다른 징후나, 다른 나라 첩보와의 교차 검증, 공기 중 포집된 핵종 등의 추가 증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어떤 다른 징후도 없었다. 그래서 정보 당국은 다음 인공위성 촬영을 위해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섯구름을 유발할 대형 폭발이 있었다면 지형 변화가 쉽게 관찰될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확인이 될 일이었다. 그 정보는 검증 과정 중에 걸러지지 않은 채 누설된 것이었다.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당국이 징후를 읽어낸 것은 SI, 즉 군 특수 정보였다. 특히 무선 등 날아다니는 전파 정보는 정확한 발신 지점과 발신 주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감청된 녹음 역시 난청과 음어, 약어에 역정보, 기만 정보까지 있어서 청취 후 정리된 첩보를 전문 요원들이 맥락을 고려해 분석한 뒤에야 그것이 가치 있는 정보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앞의 양강도 대폭발 대형 오보 소동 사례에서 보듯 정보 처리와 판단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기자는 불완전 정보로 인한 혼란에 휘둘리게 되고 그 혼란은 곧 국민과 사회로 확산된다.


관건은 기자의 검증 능력

소식통과 정보를 의심하고 판단하라

 

2004년 2월, 영국의 BBC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이 정치범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생체 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정치범 수용소 경비부대에 근무했다는 한 탈북자의 증언과 액체 가스 생체 실험 대상으로 특정인을 2.8비날론연합기업소로 옮긴다는 서류(이관서)가 근거였다. 하지만 이는 신뢰할만한 근거가 아니었다. 증언자는 정치범 수용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 이관서 도장에 찍힌 기관명에 오류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하위 실무자가 취급하는 이관서에 생체 실험이라는 극비정보를 기재한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에 심각한 인권유린이 존재하고 북한이 화학무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생체 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위조 가능성이 있는 증거와 증언을 걸러내는 것은 기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좋은 기사 쓰기의 첫 단계, 거짓 정보를 걸러내는 방법은 이미 2,000년 전 투키디데스(Thukydides)가 제시했다.1) 처음 듣는 것은 쓰지 않으며, 인상이나 선입견으로 방향을 정하지 않고, 직접 목격한 사건을 기록하고 목격자의 증언은 철저히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 다르고 그들은 편파적이거나 불완전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북한은 기자가 직접 취재하기 어려운 곳이다. 현장 확인이 대부분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식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기사 쓰기의 관건은 ‘소식통’ 검증일 것이다. 소식통 검증에 대한 책임은 기자에게 있다. 기자는 검증을 위한 지식과 정보, 능력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또 기자가 왜 그 소식통을 믿게 됐는지, 소식통은 어떤 지식과 경험을 보유했는지, 소식통의 의도는 무엇이며 한계는 무엇인지를 공개하는 방식도 제안해본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불가피하게 오보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정 기사를 내는 언론사의 용기와 문화도 필요하다.

 

 

 

 

1) Thukydides, <History of the Peloponnesian War>, 이재경 옮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147쪽, 한국언론재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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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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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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