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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지역 언론의 생존법] 로컬 저널리즘을 넘어 하이퍼 로컬 저널리즘으로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10-28

언론 위기 속에서 한국의 지역 언론은 철저한 지역 밀착 전략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고 노력 중이다. 중앙 언론과 차별된 기사 생산은 기본, 최근에는 실제 지역민의 생활에 참여하는 취재 보도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참신한 기획으로 주목받는 지역 언론의 보도 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부산 해녀의 삶과 문화를 조명한 <부산숨비> 인터랙티브 페이지 Ⓒ부산일보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전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2022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72.11점으로 조사 대상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43위였으며,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15일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를 보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30%로 조사 대상 46개국 가운데 40위다.

 

일부 언론의 정파성과 극단화도 문제지만, 수용자 및 미디어 환경 변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2011년 44.6%에서 지난해 8.9%로 급감한 반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79.2%, 유튜브 등을 통한 동영상 뉴스 이용률은 26.7%로 매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언론은 포털 서비스를 통한 뉴스 유통 환경에 종속됐다. 더구나 포털은 제휴 심사에서 지역 언론사 대부분을 사실상 배제하는 방식으로 저널리즘 다양성과 지역성을 훼손하고 있다. 동시에 뉴스 수용자도 유사 언론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언론 환경은 클릭 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부여받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서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 존재 이유이기도 한 지역민의 삶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나와 이웃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는 지역 언론의 노력에서 실마리를 찾자고 제안하고 싶다.

 

언론 위기 속에서 다수 지역 언론은 철저한 지역 밀착 전략으로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중앙 언론과 차별된 이야기로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지역 현안을 끈질기게 보도하고, 언론이 취재원의 실제 생활에 참여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주목할 만한 지역신문의 지역밀착형 보도들을 살펴본다.

 

지역 콘텐츠를 전국으로

신선한 시도로 화제 몰이한 부산일보 

 

부산일보는 지역 언론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부산일보가 지난해 보도한 <2021 지방혐오 리포트>, <늦은 배웅-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는 지역 소멸 위기 속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면서도 부산만이 아닌 비수도권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좋은 시도였다. 또 지역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나간 사례로도 손색없었다.

 

올해 부산일보는 지역 콘텐츠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든 기획 보도 2편을 선보이고 있다. 최초의 육지 해녀인 부산 해녀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는 <부산숨비>가 대표적이다. 부산일보 뉴콘텐츠팀은 1887년 ‘출향 물질’을 떠난 제주 해녀가 처음 정착한 ‘육지 바다’인 부산 영도를 비롯해 다대포, 해운대, 광안리, 기장 곳곳을 올 1월부터 누비며 사라져 가는 해녀들의 삶을 기록해 3월부터 보도하고 있다. 기획의 이름도 해녀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특유의 숨소리인 ‘숨비소리’를 따올 만큼 부산 해녀들에게 초밀착한 게 특징이다. 취재팀은 부산 주요 어촌계 7곳에서 활동해온 해녀 수십 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글, 사진, 드론 영상, 수중 촬영, CG 일러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녀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특히 기자와 PD들이 직접 ‘해남(海男)’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9개월간의 보도를 바탕으로 신문 지면에 다 담지 못한 기록을 지난 9월 오픈한 온라인 부산 해녀 기록관 <부산숨비> 인터랙티브 페이지1)를 통해 선보이며 잊힐 뻔한 부산 해녀 기록을 집대성했다.

 

“산복빨래방은 부산 근현대사의 질곡을 담은 산복 도로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저희 자그마한 빨래방이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자 ‘힐링 공간’이 되는 게 목표이자 바람입니다. 부산만이 가진 ‘부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겠습니다.”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 기자와 PD가 기획한 <산복빨래방>은 기획 의도처럼 지역에 초밀착한 지역 언론 기획의 대표적인 사례다. 취재진은 ‘지역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부산 산복도로 마을 중 한 곳인 부산 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 있는 빈집을 고쳐 무료 빨래방을 운영하면서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는다. 이들은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면서 5개월째 지역민들과 호흡하며 주민들의 삶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출입처 대신 빨래방으로 출근하는 기자와 PD들, 부산만이 가진 ‘부산의 이야기’를 세탁비로 받는다는 스토리, 콘텐츠 제작비로 2,000만 원을 기꺼이 내놓은 언론사…. 전례를 찾기 힘든 지역 언론의 주민 밀착 프로젝트는 SNS에서 화제가 됐다.2) 지역에 밀착하려는 취재진의 진정성이 기사와 영상, 그리고 단편영화를 통해 잘 돋보인 기획이다.


서사·휴머니즘 돋보여

지역 언론 존재 이유 강화한 경남신문

 

한국 사회,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중요한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다. 올해 필자가 기획한 <지역소멸 극복 프로젝트-경남신문 심부름센터>는 소멸 위기의 지역 주민 생활에 실제 참여하는 실험을 통해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다.

 

필자를 비롯해 네 명으로 구성된 취재팀 ‘마기꾼들(마을 기록꾼들)’은 경남에서도 인구 소멸 위기가 가장 심각한 의령군을 찾았다. 버스가 하루 두 번만 오가는 의령 안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궁류면 운계2리 입사 마을을 찾아 그들의 삶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심부름꾼을 자처해 마을 일부가 되고자 한 것이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지역민 한 명 한 명의 작은 목소리가 기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가장 가까이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취지이자 지역과 멀어진 위기의 지역 언론이 ‘다시’ 지역에 밀착하고 뿌리내리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필자는 노래방 기기를 손보는 일, 호박잎을 다듬고 깨를 찌는 일, 냉면 대접, 왕복 70분 거리 읍내 병원 진료 동행, 생일잔치 준비 등 각종 심부름으로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생활 속 불편을 기사화하는 한편 마을 최연소 주민이 다니는 전교생 여섯 명의 작은 학교, 소멸 위기의 시골 오일장, 지원이 필요한 마을 경로당, 오지마을 첫 신문 배달 등의 소재를 통해서는 지역 소멸의 위기감을 현실감 있게 드러냈다. 특히 농촌 오지 마을의 상황과 분위기, 마을 주민들의 표정이나 언어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전달하면서 농어촌의 현실을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방법으로 분석한 기사에서는 찾기 힘든 서사와 휴머니즘이 전달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편 경남신문의 또 다른 기획 <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은 지역 유·무형 자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프로젝트로 주목할 만하다. 마산어시장만의 고유한 힘과 이야기를 찾아내는 건 물론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 밀려 다뤄지지 못한 지역민의 이야기와 마산어시장 구성원들의 일상을 담는 게 기획의 목표다. 경남신문 뉴미디어국 기자와 PD는 생선 가게, 건어물 가게, 횟집 등 시장 곳곳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해 일을 배우며 생생한 삶의 모습을 기사와 영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온라인 포털이 기사 배열을 좌지우지하는 위태로운 시기, 지역신문의 존재 가치를 찾아내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해보겠다는 취재진의 의도가 잘 담겨 있다.

 

 

부산 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에서 무료 빨래방을 운영하며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는 <산복빨래방> Ⓒ부산일보

 

 

깊게, 더 깊게

지역 밀착 ‘뚝심’ 경인일보

 

경인일보는 ‘지역성에 기초한 전문성’을 장기로 지역 현안을 깊게 파고드는 뚝심 있는 보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경인일보 기자들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가 생후 33개월 입양아를 때려 숨지게 한 이른바 ‘화성 입양아동 학대 사건’을 연속 보도해 호평을 받았다. 학대 피해 아동은 입양 9개월여 만인 지난해 5월 반혼수 상태에 빠졌으나 제때 구호 조처를 하지 않고 병원에 늦게 이송돼 두 달간 연명 치료 끝에 숨졌는데, 기자들은 사건 초기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1년 넘게 70여 건의 기사를 통해 사건을 공론화했다. 특히, 수사기관 발표와 재판 취재에 그치지 않고 여러 기관과 관계자를 취재해 사건 이면을 드러내고, 아동학대 사건 예방과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사회적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또 경인일보 취재팀은 올해 빚 독촉을 피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쓸쓸히 숨진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진상을 추적 보도하는 한편 4편의 <다시 쓰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기획 보도하며 위기 가정 발굴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끈기도 보여줬다. 두 사례 모두 지역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한편 ‘지역 현안 전문가는 지역 언론’이라는 자부심이 돋보인 사례로 손색없다.


 

마산어시장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지역자산 기록 프로젝트 마산어시장 알바들> Ⓒ경남신문

 


지역 언론의 힘은 ‘밀착’

 

레거시 미디어도 그렇지만 특히, 지역 언론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주요 수입원이었던 지면 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 언론은 뉴스 수용자인 지역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이들을 뉴스 생산 동료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집중하지 않는 지역 사안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되 지역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더 키우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1) https://soombi.busan.com/ 

2)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 보여준 ‘산복빨래방’>, 기자협회보, 2022.7.19,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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