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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양국 관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중국 언론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중국의 대표적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온라인 뉴스 채널 펑파이에 실린 관련 기사의 양상을 현지 필자들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202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 두 정상은 서로 축하 서신을 주고 받으며 수교 3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양국 정상의 축하 서신 내용에 대한 분석과 평론, 전문가 칼럼 등을 내보내며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2022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관영 매체 인민일보(人民日報), 환구시보(环球时报), 온라인 뉴스 채널 펑파이(澎湃)에 실린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보도를 통해 중국 매체에 비춰진 중한 수교 30주년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1)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기사를 크게 소식류와 평론류 그리고 기타로 나눴다. 중한 수교 25주년인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정치·미디어 환경이 변했지만 객관적 분석에 도움이 될 것 같아 2017년 동시간대 기사도 함께 추출하여 비교했다.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로 중국 제1의 신문이다. 당의 이론과 노선을 홍보하고 중앙의 주요 정책 결정을 선전한다. 또한 사회 이슈 선도 및 여론 감독을 수행하고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적시에 전파하며, 세계 주요 사건을 보도, 논평하는 등의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다. 환구시보는 국내·국제 신문으로 중국의 외교정책을 해석하는 데 권위를 갖고 있다. 또한 일부 국제 문제에 대한 중국
인민의 견해와 입장을 뚜렷하고 단호하게 세계에 보여주며, 중국의 기본 국정에 부합되는 종합 뉴스를 외국에 전달하는 유일한 신문이다. 펑파이는 현재 중국에서 영향력이 큰 온라인 뉴스 채널 중 하나로, 젊은 구독자를 상당수 가지고 있어 위의 두 신문과 어느 정도 다른 양상을 보일 듯해 선정했다.
정치·경제 분야 주로 다룬 인민일보
2022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중한 수교 30주년을 다룬 인민일보 기사는 15건이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정치와 경제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고 일부 문화 관련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8월 25일에 관련 기사가 3건이나 실렸는데, 1면 상단에 <시진핑과 한국 대통령 윤석열 중한 수교 30주년 기념 축하서한>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같은 날 <고품질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하라>는 박한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중국과 한국은 ‘이립지년(而立之年)’에 더욱 앞장서서 복잡하고 엄중한 국제 정세와 코로나19의 반복적인 충격을 뚫고 경제무역 분야의 교류 협력을 심화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 외에도 <중한 수교 30주년 경축–품독(品读)중국> 세미나 개최 내용의 기사들이 있었다.
양국 수교 기념 행사 관련 소식도 다양했다. 8월 21일 <중한 수교 30주년 기념 교류회 베이징에서 개최>, 24일에 실린 주한대사 싱하이밍(邢海明)의 글 <역사를 잊지 말고, 앞으로 나란히 걷자(知所从来, 并肩前行)>, 25일 <왕이(王毅) 외교부장 중한 수교 30주년 경축 리셉션 참석> 등 행사 및 관련 지도자들의 행보에 관한 소식이 주를 이뤘다.
정치, 경제 분야의 뉴스를 제외하고 비교적 눈길을 끄는 것은 8월 24일 실린 <“인민의 행복을 항상 마음에 두자(时刻把人民的福祉放在心上)”(大道之行)>라는 기사인데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5년 시진핑 주석과의 인연과 그의 눈에 비친 중국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표] 중한 수교 25·30주년 관련 세 매체의 보도 현황
(단위: 건)
관련 보도 가장 많았던 환구시보
환구시보는 중국 내 국제뉴스 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신문이다. 특파원을 활용한 깊이 있고 폭넓은 국제보도, 국제 문제에서 중국인의 견해와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사설과 평론 등으로 인해 “국제 문제에 대한 중국인의 입장을 보려면 환구시보를 보라”라는 말까지 있다.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의제에 대해 환구시보도 선명한 경향을 보였으며 보도량도 인민일보보다 많아 21건에 달했다.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환구시보의 주요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문화·경제 등 여러 영역에 거쳐 다양한 기사가 보도됐다. 특히 양국 수교 30주년 축하 관련 소식 보도, 교류 행사 관련 소식 보도가 주를 이뤘는데, 예를 들면 8월 22일 <주한 중국대사: 중한, 수교 시의 4가지 초심을 되새겨 양국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추진하자>, 23일 <‘중한미술교류전’과 ‘중한문화체험행사’가 상하이에서 개최된다>, 24일 <중한 수교 30주년, 한국 상업계: 양국이 미래지향적 윈윈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등의 보도가 있었다.
둘째, 사설과 평론을 통해 양국의 민간 정서, 중한 관계에 나타난 문제점, 그리고 양국의 미래 전망 등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사고를 전개했다. 8월 24일 <중한 수교 30주년 기념, 중국대사: 중한 간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기사에서는 홍콩 남화조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 신문사의 사설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축사 등을 통합해 현재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중한 관계가 중대한 전환기에 직면했다고 언급하면서 사드, 칩4 등과 관련된 양국 간 모순과 갈등, 한국 민간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 등을 거론했다. 8월 10일, 22일 두 번에 걸쳐 잔더빈(詹德斌)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 한반도연구센터 교수는 <방해물을 제거하고 중한 관계를 안정되게 추진하라>, <중한 관계를 다음 30년으로 향하게 하라>에서 양국 관계를 어떻게 계속 건전하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둘러싸고 “중한 관계는 전환기에 놓여있으며 반드시 실용 외교를 견지하고 모순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상호 이익과 융합을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딩둬우(丁铎) 중국남해연구원 해양법률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9월 26일 <해양협력은 중한 관계를 추진하는 부스터샷>이라는 글에서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한 양국이 어업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 경계선에서의 정상적인 어업 생산 질서와 중한 간 해역의 장기적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직접 혹은 간접적인 인터뷰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아 7건에 달한다. 8월 25일 <화이부동, 중한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라는 제목으로 신정승(辛正承) 중한우호협회 회장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중한 관계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희망을 제기했다. 8월 24일 환구시보는 <수교 30주년, 노태우 아들 한국 언론 인터뷰: 중한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이웃이 되어야 한다>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노컷뉴스가 故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전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원장인 노재헌은 “양국은 상호 신뢰와 존중하는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넷째, 한국의 관점을 반박하는 기사도 보인다. 8월 24일 환구시보는 <한국 매체들 중한 수교 30주년을 열의(热议), 양국 경제무역 협력 ‘윈윈 시대’ 개척에 감개무량> 기사에서 둥샹룽(董向荣)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과 글로벌전략연구원 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언론에서 “중한 관계가 기로에 서 있다”는 식으로 양국 관계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도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열린 일련의 행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양국 관계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지금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상호의존도가 높으며, 관계가 악화되면 예상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밝힘으로써 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경향을 내비쳤다.
전재 기사 외 두 편의 평론 실은 펑파이
펑파이는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외교 관련 기사들을 대부분 전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기사도 예외 없이 전체 14편의 기사 중에서 신화넷, 인민일보, 중국청년보, 외교부 등 다양한 관영 매체와 기관에서 옮겨온 기사가 12건이다. 이 중 두 건의 평론 기사가 눈에 띄는데 그중 한 건은 8월 12일 게재된 예술 평론이다. <“1992년에 태어난(生于1992)”, 30세 중한 예술가의 교류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상하이에서 개최된 수교 30주년 기념 예술전에 대한 평론인데, 양국 예술가들의 회화·예술·인문 등 영역에서의 교류와 상호 이해를 두고 논평한 기사다. 다른 한 건은 8월 22일에 실린 <깊은 관찰: 중한 수교 30주년, 경제무역의 협력은 압창석2)>이라는 펑파이 평론원의 글로서 양국 수교의 역사를 언급하고 현재 양국 싱크탱크나 외교적 입장에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8월 9일 칭다오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발표한 ‘다섯 가지 견지해야 할 원칙’에 대한 한국 매체의 이해와 보도의 차이, 양국의 미래에 대한 양국 싱크탱크의 주요 관점 차이 등을 언급하면서 중한 관계에서 시장 상호 의존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민일보, 환구시보, 펑파이 보도의 특징
첫째,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아 25주년 때보다 관련 보도가 현저히 늘어난 것으로 보아 중요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인민일보는 4건에서 15건으로, 환구시보는 6건에서 21건으로, 펑파이는 6건에서 14건으로 모두 대폭 늘어났다. 2017년은 사드 문제로 중한 관계가 냉각기였기에 보도량이 적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30주년인 현시점 역시 양국 간에 존재하는 문제가 적지 않음에도 보도량이 확연히 는 것은 중국이 양국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보도 경향에 있어서는 긍정적, 중립적 모습을 보였다. 중국 매체 특성상 주류 매체는 외교 문제와 관련하여 대부분 유사한 논조를 보인다. 2017년에는 <중한 ‘각자’ 수교 25주년 경축>, <중한 수교 기념행사 축소 추측> 등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있었던 것에 비해 30주년 보도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논조가 보이고 거친 표현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다른 목소리의 글을 꼽는다면 앞서 언급한 펑파이 뉴스의 평론글이다. 이는 펑파이가 ‘시사정치와 사상에 집중’한다는 미디어 이념에 걸맞게, 젊은 층을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본다.
셋째, 보도 주제와 분야를 보면 정치·외교·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비교적 골고루 분포돼 있다. 하지만 세 매체의 위치, 품격과 수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보도의 초점, 내용 및 분야에서 어느 정도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인민일보 보도의 내용은 정치, 경제 분야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 소식류로 시의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는 반면 평론류 기사는 없다. 환구시보는 국제 보도에서 깊이와 폭을 모두 중요시하기 때문에 활발하고 다양한 보도를 했으며 특히 세 매체 가운데 평론 건수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환구시보는 지금까지 중국 내에서 중한 관계의 문제들을 가장 전면적이고 깊이 있게 파헤쳐 온 신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 더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워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중국 미디어 체제의 특색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공통적으로 양국 수교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 관방적인 입장을 보였다. ‘평화와 발전’이라는 외교 주지에 의해 중한 관계에 대한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국가 이익을 전제로 하는 방식으로의 국제 기사 특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기사만을 가지고 전면적으로 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중국 매체에서 중한 수교 관련 기사의 깊이와 폭이 충분한가? 인민일보에는 관련 사설 기사가 없고, 환구시보에는 6건이 있으나 현 문제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결핍돼 있으며 자신의 주장만을 강조하는 모습이 강하다. 아직도 중국 언론이 국제 관계 뉴스 보도에서 비교적 보수적인 면을 보이고 있고 특히 현재의 복잡한 국제 정세 하에서 중한 양국 관계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국제 보도의 목표는 ‘국민이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분석적이면서 맥락이 풍부한 양질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과 ‘국제사회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위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의 발굴과 이를 목표로 한 프레이밍’이다. 과연 중국 언론이 이번 중한 수교 30주년 관련 보도에서 이 목표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를 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서울에 있는 특파원 혹은 기자들이 한국의 기업가·정치가·학자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음으로써 중국 독자들에게 한국인들의 중한 관계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우호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은 명망가 중심의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취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치우쳐 있는 냉전적 구도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 내부에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셋째, 중한 관계에 대한 좀 더 다양한 계층, 다양한 영역의 견해를 담은 기사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현 대외정책의 기조 및 ‘한국과 우호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모색한다는 목표 아래 그에 맞는 보도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 양국 국민 간 화해를 유도하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언론 매체의 역할이 절실하다. 중한 관계가 지난 30년 동안 실질적으로 양국 국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했는지,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또한 그 효과는 어떠했는지 등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언론 보도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동시에 좀 더 민간 영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보도의 비중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 세 매체 모두 관방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중한 수교 30’이라는 단어로 검색했고, 이후 직접 ‘중한 수교 30주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룬 기사와 ‘중한 수교 30주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는 기사를 걸러냈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신문 지면에 실린 기사만을 추출했다.
2) 빈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돌.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