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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를 하다 보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에 직접 입력해서 만든 데이터부터 크롤링을 통해 얻은 데이터까지, 공들여 수집한 만큼 데이터를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행과 열로 빽빽하게 채워진 데이터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과정이 데이터 시각화다. 데이터 시각화는 정답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으면서 제작해야 한다. 복잡하고 화려한 차트가 항상 좋은 것이 아니고, 익숙한 차트라고 고민 없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 시각화 담당자로서 취재기자와 협업한 사례를 통해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막대 차트, 라인 차트, 파이 차트들을 어떤 경우에 활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어떤 차트가 좋은 차트일까?
입사 초반에 ‘좀 새로운 차트를 써달라’며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시각화를 의뢰받은 적이 있다. 단순한 막대 차트나 라인 차트가 뻔하다는 의미로 이해하고는 트리맵(treemap), 밀도 플롯(density plot) 등 기사에서 흔히 등장하지 않는 차트들을 제작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차트가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고 나면 다큐멘터리 내용이 어려워 보인다는 리뷰를 들었다. 새로운 차트는 참신하기보다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자주 접하지 않았던 차트를 해석하려면 독자들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반면에 막대 차트나 파이 차트, 라인 차트 등 독자들에게 익숙한 차트는 내용을 빠르게 해석할 수 있어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다.
차트를 만드는 목적이 분명할수록 차트를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 아이템은 데이터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각화의 목적을 파악하기 쉽다. 반면에 다른 팀 취재기자들과 협업할 때는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하나의 데이터도 수많은 종류의 차트로 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차트를 만드는 목적, 즉 차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나 가설이 분명할수록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의 방향성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알아서 예쁘고 멋있는 시각화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가장 난감하다. 데이터 시각화는 어떤 툴에 데이터를 넣으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시각화도 글쓰기와 같다. 차트가 필요한 이유가 있고, 데이터라는 소재를 살펴보면서 시각 요소라는 문법을 기반으로 시각화 결과물을 만들게 된다.
데이터로 주식 매수 패턴을 보여주자
이번 가을에는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전화주문 중 ‘이상거래’ 비율 60%>1)라는 기사에서 데이터 시각화를 담당했다. 이 기사를 쓴 심인보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량 매수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기사 내용상 숫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트를 적절하게 삽입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인보 기자가 차트가 필요한 부분들을 분명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각 차트의 목적을 빠르게 파악하고 작업할 수 있었다.
우선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수한 2010년 1월 12일에 김건희 여사의 매수 체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것을 보여주는 차트가 필요했다. 담당 기자는 중요한 매수 시점을 6개 정도 선택해서 매수 체결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표만 만들어도 매수 가격의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지만, 김건희 여사는 1월 12일에 매수를 6번이 아니라 80번 했다. 80번의 거래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을까? 80번의 거래를 표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차트로 만들면 가능하다.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에는 매수 일자, 매수 시간, 체결가 등 시각화 제작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들어있었다.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한 차트 유형을 선택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데이터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차트 유형은 무엇일까? 바로 라인 차트다.[그림 1]
차트에서 주식 데이터 느낌을 주기 위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데이터를 활용했다. 한국거래소에서 2010년 1월 12일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크롤링해서 이전 차트에 겹쳐보았다. 김건희 여사의 거래 내역이 훨씬 중요한 정보인 만큼 색상도 분명하게 구분했다. 붉은색을 활용해서 중요한 정보를 강조했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회색 계열로 처리했다. 그리고 붉은색은 다른 차트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거래를 상징하는 색으로 계속 활용했다.[그림 2]
하나의 차트로 충분하다면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월 12일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약 16만 주를 사들였다. 이 주문량의 규모를 강조해서 보여주는 시각화가 필요했다. 심인보 기자는 2010년 1월 12일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서 김건희 여사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그래프와, 2010년 1월 6일부터 1월 15일까지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의뢰했다. 의뢰받은 내용 그대로 차트 두 개를 만들어봤다.[그림 3][그림 4]
파이 차트와 막대 차트 모두 데이터를 비교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파이 차트의 경우 어떤 항목 전체에서 일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원 모양으로 보여준다. 일부가 차지하는 부분은 부채꼴 모양, 즉 파이 조각처럼 보인다. 파이 조각이 클수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파이 차트가 퍼센트 단위로 계산되는 비중을 비교한다면, 막대 차트는 주로 절대적인 양을 비교할 때 사용한다. 데이터의 크기는 막대의 길이로 표현되고, 막대의 길이를 비교하면서 값의 차이를 파악하게 된다.
파이 차트와 막대 차트를 각각 만들고 보니, 두 개의 차트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하나의 차트로 요약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자별 도이치모터스 거래량을 나타내는 막대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비중을 함께 표시하면 된다. 김건희 여사의 거래 비중을 파이 조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막대 조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막대 차트에서 데이터의 비중까지 보여주는 유형을 누적 막대 차트(또는 분할 막대 차트)라고 한다. 파이 차트뿐만 아니라 누적 막대 차트도 비중의 차이를 보여주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자별 거래량을 김건희 여사의 거래량과, 그 외 거래량으로 나눠서 정리하고 누적 막대 차트를 그렸다. 12일뿐만 아니라 13일의 거래량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이번 차트에서도 붉은색으로 김건희 여사의 거래량을 강조했다.[그림 5]
다양하게 활용되는 누적 막대 차트
또 다른 그래픽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거래 중에서 시세 조종성 거래의 비율을 보여줘야 했다. 기사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차트다. 심인보 기자는 두 개의 파이 차트를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건희 여사가 1월 12일에 직접 거래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5,760주 가운데 검찰의 공소장 범죄 일람표에 포함된 거래는 모두 91,948주로 시세조종성 거래의 비율은 59.03%에 달한다. 참고로 김건희 여사가 직접 승인한 1월 13일의 거래 가운데 시세조종성 거래의 비율은 48.1%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서 파이 차트를 간단하게 그려봤다.[그림 6] 12일과 13일 모두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종성 거래를 많이 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12일의 총거래량은 약 16만 주인 반면에, 13일의 총 거래량은 10만 주다. 약 1.6배가 차이 난다. 시세조정성 거래량도 12일에는 약 9만 주, 13일에는 약 5만 주로 거의 2배가 차이 나는데, 파이 차트를 나란히 그려서는 그만큼의 차이를 파악하기 힘들다. 동일한 크기의 파이 차트를 나란히 그리면 두 날짜의 총 거래량 차이를 보여줄 수 없다. 1.6배에 달하는 양일간 총 거래량의 차이와, 시세 조종성 거래의 비중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누적 막대 차트를 활용했다.
날짜별 거래량을 시세 조종성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로 나누고, 누적 막대 차트로 표현했다. 시세 조종성 거래를 붉은색으로 강조해서 표현했다. 이번 기사의 시각화에서 붉은색은 김건희 여사의 거래를 상징한다. 이전의 누적 막대 차트와 달리 강조하지 않는 부분을 회색이 아닌 연한 붉은색으로 표현했다. 이번 차트에서는 강조하지 않는 부분도 김건희 여사의 거래기 때문에, 회색이 아니라 옅은 붉은색을 사용한 것이다. 색상도 데이터 시각화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꼼꼼히 고려하면서 제작해야 한다.[그림 7]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차트 제작의 시작
이렇게 라인 차트나 누적 막대 차트와 같은 간단한 차트들도 많은 고민을 거쳐서 제작된다. 취재기자가 의뢰한 방식에서 출발해서 더 좋은 방식을 매번 고민해 본다. 데이터 시각화에 분명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과 목적에 따라 더 적절한 차트가 있을 뿐이다. 방송 뉴스에 필요한 시각화면 최대한 단순하게 제작하고,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들어가는 차트라면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복잡한 방식도 시도해 보곤 한다. 시각화의 목적은 항상 분명해야 한다. 비교를 할지, 변화를 보여주는지, 관계를 보여주는지. 더 좋은 시각화를 만들고 싶다면 차트를 만드는 이유부터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
1) 심인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전화주문 중 ‘이상거래’ 비율 60%>, 뉴스타파, 2022.9.8, https://www.newstapa.org/article/bjz3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