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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한겨레가 국내 언론 최초로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를 발간했다. 2020년 취재보도준칙을 확대·개편하면서 ‘연례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3부와 부록으로 이뤄진 150쪽 분량의 보고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겨레신문사가 지난 10월 말,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를 펴냈다. 한겨레가 지난 1년여간 보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애쓴 결과물 및 그 과정 등을 종합·정리한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2020년 5월 기존 취재보도준칙을 확대·개편하면서 “취재보도준칙의 지속적 이행과 감독, 개선을 위해” 저널리즘책무위원회와 저널리즘책무실을 설치했다. 저널리즘책무실은 한겨레와 외부 교수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책무위원회를 연결짓고, 콘텐츠 관련 사내 주요 사항을 함께 논의하는 기구다.
2021년 9월 저널리즘책무실장으로 인사발령 받은 뒤, A4 용지 20여 장 분량의 취재보도준칙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그러다 맨 마지막 장(7장 5조 6항) ‘준칙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 논란, 모범, 권고사항 등을 종합하는 연례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한다’는 항목을 봤다. 보고서 작성의 뚜렷한 기준이나 방향은 설정돼 있지 않았다. 무엇을 보고할지, 어떻게 담을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등을 놓고 취재보도준칙을 제정한 분들에게 문의하고, 편집인을 비롯해 편집국장, 논설실장, 책무실장 등이 함께 모여 논의와 합의를 거치며 하나씩 결정해 나갔다. 처음이라 꽤 시간이 걸렸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만든 첫 연례보고서의 이름을 ‘신뢰보고서’로 명명했다.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신뢰보고서에는 무엇이 담겼나?
150쪽 분량의 신뢰보고서는 △저널리즘 책무위원회가 지켜본 한겨레 △편집국의 신뢰 회복 노력 및 현황 보고 △외부에서 바라본 한겨레 신뢰 등과 한겨레미디어 취재보도준칙 및 <한겨레 다양성 보고서 2022> 등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저널리즘 책무위원회가 지켜본 한겨레’에는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위원으로 위촉된 언론학계 및 미디어 전문가들이 한겨레 기사와 편집 방향 등에 대해 그동안 보내온 비평 글을 주제별로 재분류해 엮었다. 저널리즘책무위원회는 1년 임기로 위촉된 미디어 관련 교수 또는 전문가 세 명으로 구성된다.
격주 간격으로 보내오는 책무위원들의 비평은 취재보도준칙 위배 여부 등 한겨레 기자들이 저널리즘 원칙을 다시 한 번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해주는 ‘죽비’ 역할을 한다. ‘책무실 통신’이라는 이름의 이 글은 한겨레 내부 집배신망을 통해 공유되나, 그동안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 말 현재까지 ‘책무실 통신’은 모두 55편(1기 26회, 2기 29회)에 이른다. 이번에 펴낸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에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의 ‘책무실 통신’ 내용을 12개 주제로 나눠 분류했다. 책무위원들이 자주 지적한 내용은 ‘사실과 의견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실명 보도가 부족하다’, ‘사실확인이 좀 더 제대로 됐어야 했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더라도 팩트는 엄밀히 챙겨야 한다’는 점 등 일단 언론이 주장(opinion)보다 사실(fact)에 천착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독자를 누구로 상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할 지점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충성 대상을 한겨레 독자만이 아니라 시민으로 더 폭넓게 잡아야 한다는 점,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되 균형감 있게 공정한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 또 시민 누구에게나 객관적 설득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 등을 자주 주문했다. 또 방법론적으로는 ‘취재 방법과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정정보도에 인색하지 말라’, 심지어 ‘상투어 표현을 삼가라’ 등 거대 담론부터 미세한 지점까지 때론 자상하게, 때론 엄격하게 질타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취재보도준칙을 왜 제대로 지키지 않느냐’는 지적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다.
책무위원들의 구체적인 제안을 한겨레가 적극 수용해 구체적 결과물로 내놓은 경우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 보도에 힘쓰라’, ‘정치인이 아닌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주라’는 등의 촉구를 받아들여 만든 기획 시리즈다. 선거에 임하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담아 직접 캠프에 전달하고 그 답변을 공개하는 형태로 진행한 ‘나의 선거, 나의 공약’, ‘청년 5일장’ 등이 있었다.
지금까지 1기 책무위원은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위원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2기 책무위원은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위원장),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 심석태 세명대 교수 등이었다. 책무위원들은 ‘책무실 통신’뿐 아니라, 편집 방향이나 콘텐츠 내용에 대한 주요 결정 사항 등이 있을 때 수시로 문의를 받고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자문을 주기도 한다.
2부 ‘편집국의 신뢰회복 노력 및 현황 보고’에서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년여 간 한겨레신문 내부의 콘텐츠 신뢰와 관련된 주요 사항 및 처리 결과 등을 전했다. 주요 ‘고침, 사과 보도’ 및 후원제 현황, 항목별 주요 기사, 열린편집위원회(독자위원회) 활동 등을 담았다. 1년 간 51건의 ‘바로잡습니다’와 3건의 ‘사과드립니다’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김건희 친오빠 캠프 교육 관여’ 정정(2022.1), ‘윤석열 후보 호칭 표기’ 잘못(2022.1), ‘한동훈 딸 부모찬스 제목’ 수정(2022.5), ‘대통령 헬기 비행 주한미군 통제’ 정정(2022.3) 등 주요 고침 사례 내용과 수정 과정 등을 정리해 공개했다. 대선 기간인 지난 2월 탐사취재를 통해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 일가의 녹취록을 확보했으나, 최종적으로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던 이유와 이후 상황, 조처 내용 등도 전했다. 이와 함께 1년 전 창간기념호 때의 약속을 얼마나 실현했는지, 콘텐츠와 독자 소통의 성과, 부족한 점 등을 스스로 평가해 공개했다. 그 결과,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서 한겨레가 이전에 비해 기사 빈도도 부족했고, 구조적 해법을 제시하는 기획도 많지 않았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인 경제적 불평등 이슈에 대해 한겨레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건 아닌가 하는 점을 신뢰보고서 제작 과정에서 스스로 다시 돌아보게 됐다.
3부 ‘외부에서 바라본 한겨레 신뢰’에는 올해 들어 진행된 여러 기관과 매체의 언론 신뢰도 조사를 한겨레 관점에서 재구성해 실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기자협회, 시사인, 시사저널 등 여러 매체와 기관에서 매년 실시되는 언론 신뢰도 조사를 조사대상별로 분류하고 지금까지의 추이 등을 포함했다. 미세하지만, 매체 신뢰도의 변화 추이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언론 신뢰도 조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설문조사 형식의 결과인 언론 신뢰도가 높으면 실제 신뢰도도 높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을 다루는 외부 기고도 실었다.
구성원 현황 공개한 다양성 보고서
신뢰보고서를 준비할 때, 한겨레 내부에서 ‘다양성 보고서’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7년부터 매년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Diversity and Inclusion Report)>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뉴욕타임스 전체 직원과 고위 간부들의 성별, 인종 비율 등을 정리한 것이다. ‘뉴스룸의 다양성’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외부에 솔직히 알리고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양성 보고서는 현재 상황(stock)보다 향후 추이(flow)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성 보고서 자료 확보를 위해 회사 인재개발부를 통해 파악 가능한 직원들의 총체적 통계 자료를 분석했다. 한겨레 구성원들의 인적 구성비 현황을 공개한 것이다. 부록 형태로 수록한 3쪽 분량의 <한겨레 다양성 보고서 2022>에는 한겨레 전체 직원 및 편집국 기자들의 성별, 연령별, 출생지역별 분포 및 비정규직 비율, 경력·수습 공채 비율 등까지 처음 공개됐다.
내용을 보면, 2022년 6월 현재 한겨레 구성원 성비는 남성 61.1%, 여성 38.9%로 나타났다. 부장급 이상 간부 중 여성 비율은 20.0%, 팀장급 이상으로 확대하면 28.2%로 집계됐다. 뉴스룸(편집국)으로 국한하면, 부장급 이상 간부 중 여성 비율은 28.0%로 더 높았다. 편집국 바깥 소속인 회사 최고위층이 아직은 남성 위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직원들의 연령대는 50대가 36.4%, 40대 35.7%, 30대 20.9%, 평균 연령은 46.0살로 나타났다. 저연령층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50대 직원 중 여성 비율은 19.0%인데, 40대는 42.4%, 30대는 67.9% 등이었다. 다른 언론사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추이는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신 지역별로는 수도권 출신자가 49.7%로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직원들의 출신 지역 구성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겨레가 수도권 중심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음을 늘 주의해야 할 것을 더욱 자각하게 됐다. 호남과 영남은 각각 19.6%, 19.3% 등으로 비슷했다. 영호남 인구를 감안하면, 호남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출신 지역에 대한 민감성은 크게 떨어졌다. 이밖에 거주지별 분포도 담았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뉴스룸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제대로 알려면, 가구당 소득, 주거 형태, 자택 가격, 출신 대학 분포까지 파악해야 하나, 이는 조사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고 봤다. 다만 한겨레 구성원들이 다양성 보고서를 통해 일반 시민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을 늘 하도록 자각하는 것이 이 다양성 보고서가 첨부된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 따르기 위한 자기 선언
신뢰보고서를 처음 준비할 때, 내부 논의에서 가장 많이 얘기된 지점이 ‘우리가 잘못한 부분, 모자란 부분을 투명하게 드러내자’, ‘잘못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 또 하나는 ‘잘한 부분도 적극 알리자’, ‘그러면 홍보 보고서가 되지 않느냐’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외부 수상실적’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최종 결과물을 보면, 잘못을 투명하게 드러내려 애썼다곤 하지만 스스로 칭찬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또 ‘잘못’ 부분은 지금까지 이미 공개된 부분을 다시 한 번 취합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콘텐츠와 관련한 한겨레 내부 결정 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전해져야, 말 그대로 독자와 시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 준비 과정에서 쉽지 않음을 금세 알았다. 비록 1년에 국한한 보고서지만, 사실상 역사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따라 해당 사건이 규정된다. 그러려면 먼저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 당사자 확인, 반론 등을 다 챙겨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편집회의를 비롯해 한겨레 내부의 수많은 회의와 결정들을 일일이 기록해 둬야 한다. 이런 구조가 형성돼 있지 않다. 또 결과적으로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콘텐츠나 행위를 비판하고 문서화하는 것이다.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는 건 아닌지, 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 하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외부에 이미 공개했거나 공개된 부분을 재정리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구성원들의 작은 실수를 박제화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아울러 콘텐츠 분야에서 신뢰와 관련돼 늘 논란이 되는 ‘언론의 정파성’ 부분에 대해 한겨레 기사 사례와 내부 구성원들의 생각 등에 대한 좀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가지 못했다. 또 외부 책무위원들의 지적에 대한 한겨레 내부 의견들은 어떻게 형성돼있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하지 못해, 보고서에 실린 ‘책무실 통신’이 외부 책무위원과 한겨레 기자들의 쌍방향 토론으로 보다 깊이 있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신뢰보고서에 담긴 외부 책무위원들의 글에 한겨레가 동의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 책무위원들의 시각을 그대로 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소 모호하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는 책무실장, 편집국 콘텐츠 총괄 등 간부들과 책무위원의 좌담회 내용이 실렸지만, 직접 현장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딜레마에 대한 평기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 내년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3>에도 이런 부분들이 얼마나 제대로 담길지 확신하긴 힘들지만, 최소한 논의 테이블에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 한겨레가 신뢰보고서를 내는 이유는, ‘우리는 잘 하고 있다’는 걸 뽐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보단 ‘이렇게 신뢰보고서를 내면, 앞으로 콘텐츠 생산이나 취재 행위 등에서 더욱 저널리즘 원칙을 따르려 애쓰지 않겠느냐’는 자기 제어와 촉진을 위한 다짐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신뢰를 더 높이는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판단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한겨레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들 사이에서 조금씩 다르다. 매일매일, 단건의 기사에서, 이를 판단하고 조정하는 것이 한겨레가 당면한 과제다.
아울러 이 보고서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언론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인데, 특정 언론만 고고히 높은 신뢰를 유지하겠다고 할 순 없다. 지금까지 특종과 속보로 다퉈왔던 우리 언론들이 앞으로는 ‘보도의 신뢰’라는 또 다른 경쟁장을 하나 더 갖게 되길 바란다. 한겨레가 그 경쟁에서 힘겨워야 한국 언론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서로 함께 협력하고 돕기를 바란다.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는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 PDF판1)으로 전체 공개하고, 종이책 형태로도 한정 발간했다. 애초 200부만 발간했으나, 찾는 이들이 많아 500부를 추가 발간했다. 디지털용 PDF판 보고서에는 관련 기사 및 자료 등을 온라인으로 연결(링크)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1) https://img.hani.co.kr/newsfile/new/2022/1024/hani_report2022_digital.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