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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저널리즘 주간 마지막 날에는 기자와 시민이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담회가 마련됐다. 기획 취재를 직접 담당했던 기자와 기사를 본 시민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리였던 정담회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2년 11월 11일. 저널리즘 주간의 세 번째 시민 참여 세션인 ‘시민·기자 정담회’가 열렸다. 올해로 3회 차를 맞이한 만큼 다양한 주제의 좋은 기획 취재물들이 후보에 있었다.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심층보도 지원 및 뉴스 콘텐츠 발굴사업인 ‘기취보소(기획취재 보도물을 소개합니다)’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정담회에 어떤 기사가 소개됐고 시민들은 무엇을 궁금해했을지 내용을 정리해봤다. 소개된 취재물은 이미 보도된 것들로 시민들이 기억하는 좋은 기사 중 선별됐다. 올해 소개된 네 편의 기사를 보면서 기자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려 진심으로 고민했고, 제대로 관찰하려 했으며, 예상치 못한 현장에서 고뇌했을지 직접 현장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사회의 어두운 면… 함께 고민하기 위해
첫 번째로 소개된 변진경 시사IN 기자의 <스쿨존 너머>는 어린이 보행 환경과 안전에 대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기사다. 악법에 어린이 혐오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민식이법’ 제정 이후 우리 사회에 남겨진 개선 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끝까지 소통하고 협업을 모색하는 노력은 우리 모든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일상 공간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VR 콘텐츠로 제작해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추모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
두 번째, 신혜림 CBS 씨리얼(See real) 프로듀서의 <용돈 없는 청소년>은 현장에서는 취재 영상을 모두 보지 못했지만, 청중을 위해 잘 편집된 영상 덕분에 주제에 관심을 갖고 몰입할 수 있었다. 씨리얼은 CBS의 뉴미디어 채널이다. 1990년대생 즉, 우리 사회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20대를 주요 구독자로 삼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해 고정 구독자 층이 탄탄하다. <용돈 없는 청소년>은 최근 사회 내 가난 혐오를 촉발하고 젊은 세대를 비하하는 ‘영끌’, ‘한탕’, ‘코인’, ‘신분 상승’, ‘벼락 거지’와 같은 표현과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1990년대생의 입장에서 생생한 현장을 탐사했다.
다양한 사정과 이유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와 능력주의로 포장된 차별 대우를 경험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씨리얼이 전달한 현장의 목소리에 5,000명이 넘는 독자들이 응답한 것이다. 섭외와 취재 과정까지 꼼꼼하게 공개한 기자에게 한 시민은 “용돈 없는 청소년을 만나고 그 현실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기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라고 질문했다.
세 번째, 박세진 투데이신문 기자는 희망(Hope)도 집(Home)도 없이 사회를 지옥(Hell)이라 생각하는 홈리스(Homeless) 즉, H세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노숙인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장기간 현장 취재를 했다. 박세진 기자는 노숙자는 계급이나 신분의 문제도 아니고 개인의 문제도 아닌 세대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명확한 관점을 전달했다. 이 기사는 시민이 직접 체험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됐다. 다양한 기술과 기법으로 시민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며 그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기자의 시선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최영규 대전MBC 기자는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주제로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10년에 대해 취재했다. 기사에서는 초고압 송전탑과 위험에 대해 여전히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취재팀은 송전탑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고압 송전탑 설치는 서울과 지방, 중심과 주변 등 심각한 사회 격차와 연결된다고 보았다. 그렇게 지난 10년을 기록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을 찾는 과정이 50분 길이의 다큐멘터리에 담겨있다. 영상을 감상한 한 시민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기술 대부분이 엄청난 전력을 요구하고 있어, 송전탑 건설 반대나 전력 전략으로는 지금의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취재팀은 이번 영상이 논리적, 균형적 구성을 중시하는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시민의 관심과 공감을 얻기 위해 정서적으로 접근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지역 분열을 조장 및 방조한 정부의 미흡함을 시민도 깨우치고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다.
대전MBC의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다큐멘터리 소개 화면 Ⓒ한국언론진흥재단
좋은 기자들과 좋은 시민들이 보여준 희망
정담회에 소개된 사례들은 모두 시민의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이, 청년, 노인 모두 우리 주변에서 매일 만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대부분은 무관심했고, 오해했고, 무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두운 세상으로 내몰린 어린이, 청년, 노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좋은 기자들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끝으로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시민·기자 정담회 세션이 계속 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 본다. 첫째, 정담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생겼고, 첫 코너의 시민 질문이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시민 소개 영상이 나와 순서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박세진 기자가 VR기기를 착용하고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던 변진경 기자의 스쿨존 체험 콘텐츠를 끝까지 보지 못했는데, 다양한 코너와 이벤트를 준비한 만큼 철저한 현장 준비와 확인이 필요했다.
둘째, 정담회 현장의 진행 시간상 좋은 보도 원문을 다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프로그램이나 홈페이지에서라도 관련 기사와 영상을 어디서, 어떻게 다시 볼 수 있는지 안내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셋째, 시민과 기자의 질의문답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다. 시민의 질문이 사전 녹화돼 있고 기자는 생방송으로 답하다 보니 진행 중 내용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는데, 그보다 아쉬웠던 것은 시민에게 질문한 제삼자의 역할이 흐름을 방해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횡단보도 사고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시민의 답변 영상이 코너 말미쯤에 나왔는데, 시민과 기자가 소통했다기보다, 유도적 질문에 대해 시민이 자기반성과 고백을 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시민과 기자의 정담회라는 취지를 좀 더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자와 시민이 보다 생생하게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과 진행에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돼 시민 대부분은 원격 라이브 화면을 통한 소통에 익숙하다. 다소 거칠더라도 라이브로 서로 질의응답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시도됐으면 했고, 취재 기사 내용에 좀 더 집중하는 질문을 모아 구성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번 저널리즘 주간에서 발굴한 좋은 기사들과 좋은 시민들이 함께 보여준 건강한 공론장이 앞으로 많은 곳에서 자주 발현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