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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저널리즘 하우투 23 - 정보공개청구를 활용한 보도 하우투
기획연재 | 등록일 : 2023-01-27

2021년 2월이었습니다. 빼어난 경관과 청정 바다, 풍부한 어장으로 유명한 섬 속의 섬 추자도에서 악취가 진동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평소 낚시꾼이 많이 찾는 하추자도 석두청산(石頭靑山) 앞바다에 정체 모를 냄새가 진동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을 내달려 추자도로 향했습니다. 현장에 갔더니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확인해보니 바다와 연결된 관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냄새였습니다. 육지로 연결된 하수관을 따라 1.3km가량 이동하자 마을에 설치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에 그대로 배출되고 있던 겁니다.

 

현행법상 수질 기준을 충족한 방류수는 투명하고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추자도에 설치된 5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방류수를 직접 채취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시설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가 배출되고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악취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섬에는 하수처리시설 관련 전문 인력이 없었고, 설비도 노후화돼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은 방류수 수질을 검사해 실시간 공개하고 있지만,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은 관리자가 수기로 수질을 검사하고 있었고 검사 결과도 공개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기사화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제주도에 최근 3년(2018~2020년)간 추자도와 우도 바다에 배출된 방류수 수질검사 결과를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그렇게 1,000여 건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열 번의 검사 가운데 아홉 번이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였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정당국이 수년째 이 사실을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입니다.

 

 

추자도 5개 하수처리시설 수질검사 관련 보도 <출처 - KBS제주 뉴스 화면 갈무리>

 

 

해당 보도 이후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도내 11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개선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장취재에 그칠 뻔했던 아이템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심층 취재물로 변화한 사례입니다. 이처럼 정보공개청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이템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구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비공개시 부분 공개 및 이의신청 활용

 

이처럼 정보공개청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청구는 정보공개포털에서 회원 가입한 뒤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해당 정보를 청구자에게 10일 이내에 공개해야 하고, 시간이 필요할 경우 10일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탐사나 기획팀 소속이 아닌 기자들은 챙겨야 할 일정이 많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메모해두고, 미리미리 청구해 놓는 게 좋습니다.

 

청구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정확할수록, 해당 기관에서도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1월 OO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정보공개 청구합니다’라고 요청하면, 담당자가 1월 업무추진비 전체 금액만 공개할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을 얻으려면, 아래 예시처럼 얻고자 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2023년 1월 OO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을 공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현황은 건별 사용 날짜, 금액, 장소, 결제 시간, 사용 목적, 비고(현금/카드), 기타 등입니다.”

 

열심히 청구했는데 기관에서 비공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9조를 보면, 개인정보나 국가안보, 경영·영업상의 비밀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내용 중에 비공개 정보가 있다고 해서 정보 전체를 비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공개법 14조는 비공개와 공개 가능한 정보가 혼합됐을 때, 비공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 비공개 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부분 공개 조항을 설명한 뒤 공개를 요청하면 됩니다.

 

만약 받을 수 있는 자료를 비공개할 경우,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기관은 7일 이내에 청구자에게 이의신청 결과를 통지해야 합니다. 이의신청마저 비공개할 경우 온라인 행정심판(www.simpan.go.kr)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자주 활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꼭꼭 숨긴 정보 소송 통해 입수

방대한 자료 분석해 탐사보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2017년부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세 곳과 국회의원들의 예산 오남용 사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을 국회가 비공개하자, 수년에 걸친 행정소송을 통해 자료를 입수한 사례입니다.

 

뉴스타파는 해당 자료를 분석하고 취재해 국회 예산의 엉터리 낭비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로 전문가가 아닌 의원실 직원과 지인들에게 수백만 원의 용역비가 흘러가고, 표절보고서와 유령 연구단체 등으로 수천만 원의 예산이 흘러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후 수십 명의 의원이 세금 낭비 사실을 인정하며 관련 예산을 반납했습니다. 국회사무처는 뉴스타파 보도 이후 의원들의 정책개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각종 연구 용역에 대한 정보를 청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템이 막막할 땐 시민단체인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각종 청구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하는 <정보공개 연차보고서>를 일독하는 것도 권합니다. 보고서에는 주요 공개 사례와 행정소송 판례, 관련 법령 등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제주도 하수처리 방류수 배출 현장 보도 <출처 –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 화면 갈무리>

 

 

주변에 대한 관심과 근성

정보공개청구는 습관처럼

 

몇 년 전 MBC에서 제주도의 하수처리 방류수 배출 현장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당시 보도를 보고 곧바로 제주지역 하수처리시설의 방류관 위치를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나머지 방류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료는 당시 제주도에서 공개한 방류수 위치 현황입니다.

 

여건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 직접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해당 자료는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공개를 청구하다 보면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자료를 모아두면 기획 아이템을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취재 일정이 바쁘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최근 제주도 공공도서관에 인기도서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지난 5년간 도민들이 어떤 책을 얼마나 대여했고, 나이대별로는 어떤 도서를 읽었는지 등을 통해 도민들의 관심도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주식과 부동산 관련 서적이 상위를 차지했을까요? 아니면 유명 소설이 인기가 많았을까요? 결과가 나오면 경제 관련 뉴스에 이 내용도 녹여내 보려 합니다.

 

정보공개청구는 주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근성도 필요합니다. 이는 곧 저널리스트의 기본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바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는 건 어떤가요? 내 아이템에 날개를 달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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