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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CES 2023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3-01-27

CES 2023이 지난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디지털 헬스, 게이밍, 웹3, 암호화폐, 메타버스 등 변방에 머물던 주제들이 전면에 등장한 CES 2023의 특이점과 주목할 만한 이슈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전 세계 기술 혁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자제품박람회 CES 2023이 최근 막을 내렸다. 2023년 1월 5~8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간 진행된 CES 2023은 팬데믹 이후 지난 3년간 일어난 혁신 기술의 총 집합체였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는 기술의 물줄기를 바꿨고, 인류는 전쟁과 기후 위기 등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인간 안보’ 중심의 기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CES는 달라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혁신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CES 참가 기업들의 경계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파괴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한편, 여러 다른 업종 내 기업들과 ‘합종연횡’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었다. 농기계 업체 존디어(John Deere)와 캐터필러(Caterpillar)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이 과정에서 그간 CES의 간판이었던 토픽은 뒤로 물러나고, 디지털 헬스, 게이밍, 웹3, 암호화폐, 메타버스 등 변방에 있던 주제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CES 2023에 참가한 기업들이 전한 메시지는 ‘개인화’ 된 ‘초연결’로 수렴됐다. 대부분의 혁신 기술은 개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멀티플랫폼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CES 전면에 등장한 모빌리티는 이제 이동 수단을 넘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 올해 CES가 ‘가전이 아닌 차전(車電) 전시회’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개인화한 초연결 기술은 가상세계로까지 영역을 확장, 메타버스 산업의 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초연결의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번 CES에서 확인한 분명한 시그널이다.

 

업의 경계 허물고 ‘초연결’에 집중

 

삼성전자는 CES 2023에서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인 ‘캄테크(Calm Tech)’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 기술을 소개했다. 매년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삼성전자가 신제품 대신 ‘제품 간 호환’이라는 콘셉트를 들고나온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파타고니아(Patagonia), 필립스(Philips)와 같은 다른 영역의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제품 간 원활한 연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가전제품들을 연결하는 ‘스마트싱스 스테이션(SmartThings Station)’은 삼성전자 제품뿐 아니라 필립스의 조명 휴(Hue), 아마존 초인종인 링(Ring) 등 타사 제품들과 연결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고안됐다. 기기들을 쉽게 연결해 개인에게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미디어 분야에서도 ‘초연결’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LG전자는 CES에서 TV 사업에서의 ‘트랜스포메이션’을 언급했다. TV 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 속에서 스마트 TV를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파라마운트(Paramount)가 확보한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파라마운트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루토TV를 LG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신 시청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타깃 광고를 내보낸다. 여기에 LG전자는 스마트TV에 탑재한 웹 OS를 통해 홈트레이닝이나 아트 플랫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CES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두 가전 회사가 ‘개인화와 초연결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급등 속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자금이 마른 기술 기업들은 신사업을 중단하고 연구개발 분야의 투자를 줄이는 대신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삼성과 LG가 들고나온 혁신은 신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가공하고, 연결하고, 협업을 통해 호환성을 높이면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쪽으로 혁신의 방향을 선회했다. 거시환경 변화로 인한 ‘혁신의 평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ES 2023 센트럴홀에 위치한 삼성전자 전시관 전경 Ⓒ더밀크

 

 

CES 전면에 등장한 ‘모빌리티’

멀티플랫폼으로 진화

 

CES 2023의 가장 큰 특징은 ‘모빌리티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한 모빌리티 전시관인 웨스트홀은 가장 인기를 끈 전시관이었다. 모터쇼를 방불케 한 ‘역대급’ 규모 때문에 CES의 약자 중 ‘컨슈머’를 의미하는 C를 Car로 변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기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전기차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 ‘전기차는 기본’이 됐다는 의미다. CES에 참가한 모빌리티 기업들은 전기차 토대에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 내 스크린을 활용한 경험을 혁신 기술로 들고나왔다. 특히 5G 기반의 차량사물통신(V2X) 기술은 차량을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이 가능한 마켓플레이스로 바꾸었다. V2X(Vehicle to Everything)는 차량과 차량 사이의 통신은 물론, 차량과 사물 간의 통신을 총칭한다. 이 ‘초연결’ 개념은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초연결 시대를 구현하기 위한 산업 간 영역 파괴는 더는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 소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니는 2년 연속으로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의 합작으로 이뤄진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소니는 이제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 회사를 포지셔닝하고 있다.

 

소니의 차에서도 개인화와 초연결 개념이 적용된다. 소니혼다모빌리티에 따르면 첫 차량인 ‘아필라(Afeela)’는 자율주행(autonomy), 증강현실(augmentation), 그리고 친밀감(affinity) 등 3가지 ‘A’ 구현에 중점을 뒀다. 아필라를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아필라의 전면에는 ‘미디어 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운전자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됐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 게임이나 콘텐츠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가 기존에 확보한 영화, 게임 등 콘텐츠를 자동차에 입히겠다는 의도다. 아필라가 ‘바퀴 달린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농기계 업체 존디어도 주목받은 기업 중 하나였다. ‘농슬라’로 불리는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목받았다.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최초의 기업 존디어는 올해 모빌리티 전시관 웨스트홀에서 운전자 없이 24시간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AI 기술을 선보였다. 이제 스마트폰 조작을 통해 밭을 갈거나 씨를 뿌리고, 제초제를 살포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기존 트랙터에 AI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을 연결해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트랙터를 개발해낸 것이다. 존디어는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 문제와 농업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인 트랙터에 ‘혁신’을 입히면서 ‘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CES 2023에 등장한 소니의 콘셉트 카 Ⓒ더밀크

 

 

모빌리티가 이제 ‘타는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면서 개인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과거 획일적으로 차를 찍어냈던 완성차 업계가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완성차 업체 BMW는 CES에서 방문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였다. 이 회사가 선보인 콘셉트 모델 ‘I 비전 디(BMW I Vision Dee)’는 E-잉크(E-ink) 기술을 탑재해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32가지 차체 색상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기술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차 안에 있는 어드밴스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차량 윈드스크린 전체에 운행 정보를 제공한다. 증강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며,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외부에서 유입되는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 등이 탑재됐다. 여기에 음성 언어로 운전자와 대화하면서 그릴의 모양을 변화시키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회장은 CES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미래의 차는 운전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텔리전트 컴패니언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W의 콘셉트 카 ‘I 비전 디’. 차체 색이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화한다. Ⓒ더밀크

 

 

콘텐츠 중요성 더 커졌다

미디어 산업, 메타버스로 영역 확장

 

미디어와 콘텐츠도 CES 2023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다. 전통적으로 CES는 미디어의 불모지였다. CES는 TV, 가전, 모빌리티 등 기술 혁신에는 주목했지만, 정작 스토리가 되는 ‘콘텐츠’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CES에서는 미디어 세션이 대폭 강화됐다. 스트리밍 경쟁이 극심해지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콘텐츠’의 중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CES 2023에서는 전시 기업 디지털할리우드(Digital Hollywood)가 주관한 ‘할리우드 스트리밍과 메타버스(Digital Hollywood: Hollywood Streaming and the Metaverse)’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TV와 스트리밍의 미래: 프로그래밍 그리고 멀티플랫폼 전략’ 콘퍼런스가 이어졌다. 워너브라더스, 닐슨, 디즈니, 디렉TV 등 미디어 관계자들이 참가한 이 세션에서는 멀티플랫폼 시대에 맞는 멀티 콘텐츠와 수익성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또 ‘인터넷TV, 패스트, 그리고 OTT: 프로그래밍 에브리웨어(Internet TV, FAST and OTT: Programming Everywhere)’ 세션에서는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와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CES 관람객들이 비햅틱스의 장갑과 헤드셋, 조끼를 착용하고, 몰입도 높은 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더밀크

 

 

주목할 만한 점은 미디어 플랫폼의 미래를 전망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와의 접점이 늘어나고 그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의 구현이 콘텐츠 기반이 된다는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미디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올해 CES 2023에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한 메타버스 전략(In the Zeitgeist: Metaverse Strategies for the Media and Entertainment Industry)’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영화사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의 제니퍼 브라운(Jenefer Brown) 글로벌 프로덕트&경험 담당 대표이자 부사장은 “메타버스를 빼놓고 CES를 이야기할 수 없다. 미디어와 테크 트렌드에서 모두 중요하다”며 “웹 2.0에서 웹 3.0으로 진화하면서 우리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그리고 소비자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방식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연례 프레젠테이션 ‘테크 트렌드 투 워치’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메타버스는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다”면서 메타버스를 주목했다. 메타버스 중심으로 사물이 구현되는 MoT(Metaverse of Things)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메타버스 산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커졌지만,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실용적인 기술은 진화하고 있었다.

 

센트럴홀에 들어선 메타버스 전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다양한 메타버스 기업들이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스마트 글라스와 햅틱(Haptic) 디바이스 등이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국 기업인 ‘비햅틱스(Bhaptics)’는 메타버스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끼와 장갑 등을 공개했다. 헤드기어와 조끼, 장갑을 착용한 이용자들은 실제와 유사한 진동과 충격을 느낄 수 있다.

 

한층 더 진화한 기술도 등장했다. 미국 버몬트(Vermont)에 본사를 둔 OVR테크놀로지는 향기 카트리지가 장착된 VR 장치에서 다양한 향기를 뿜어내는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시각, 촉각뿐 아니라 후각을 구현한 기술이다.

 

이렇게 개인화된 초연결 시대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메타버스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ES를 찾은 뇌과학자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메타버스를 올해 CES를 아우르는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특히 장 대표는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메타버스는 시공간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극복한 미래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사이트끼리 연결된 ‘평면’ 공간이, 사람과 공간, 그리고 이들이 지닌 자산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상현실 속 나와 실제 나와의 연결고리를 증명해주는 기술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웹3가 될 것이라면서 “메타버스, 웹3 등이 또 한 번의 인류 발전을 가져올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CES 2023은 획기적인 기술 혁신 대신 ‘혁신의 물줄기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속에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기술들은 다양한 플랫폼에 혼재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당장 모빌리티만 해도 ‘전기차,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만 차가 팔리는 시대가 됐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가 무기인 미디어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화되고 초연결을 지향하는 시대에 미디어 기업들도 발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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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권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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