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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문 앞에 내놓으면 깨끗이 세탁해 다음날 집 앞에 배달해 준다. 이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있을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의 노동’이 숨어 있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회사에 직접 취직해 노동 현장을 경험한 기자의 생생한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탁소 마감 시간에 맞출 필요 없이, 배달원과 약속하는 번거로움 없이 문 앞에 내놓고 모바일로 수거 신청 버튼 클릭 한 번이면 한밤 만에 깨끗해진 세탁물을 문 앞으로 배송해드립니다. 생활 빨래부터 드라이클리닝·이불·운동화·수선 서비스까지 통합적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홍보 글귀다. “클릭 한 번으로 ‘하룻밤’ 만에 깨끗해진 빨랫감이 집까지 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런드리고는 의류 자동 분류 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팩토리라는 점을 내세워 ‘혁신’을 이뤄냈다고 홍보했다.
지인이 런드리고 서비스를 쓰고 있다는 얘기에 관심이 쏠렸다. 하루에 2,500~3,000가구의 세탁물을 소화한다는 홍보 기사에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매출은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올랐다는데, 정작 직원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혁신 이면의 노동환경이 궁금했다. 런드리고는 2019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 기업이라 정보가 없었다. 노동조합이 없어 외부로 드러난 노동문제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직접 공장에 취업해 두 눈으로 현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사람 없이 불가능한 ‘24시간 세탁 배송’
취업은 간단했다. 구인공고 사이트에는 ‘월 230만 원/주간/야간/초보 가능’ 등 계약직 채용 공고가 지속해서 올라왔다.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한 즉시 면접 일정이 잡혔다. 야간 근무를 희망한다는 얘기에 반색했다. 사람이 급했던 것으로 보였다.
덜컥 면접이 예정되자 걱정부터 앞섰다. 예상과 달리 ‘괜찮은’ 노동환경이라면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고, 성장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9월 20일 면접장에 가자마자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면접관의 첫 마디가 “겉으로는 스마트하게 보이지만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깜짝 놀랄 수도 있다”고 겁도 줬다.
면접 당일 바로 합격 통보가 날아왔다. 이틀 뒤 자정부터 경기 군포의 스마트팩토리에 출근했다. 근무시간은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9시 30분까지였다. 운송기사가 세탁물을 싣고 공장에 도착하면 종류별로 분류해 검수하는 ‘야간 입고’ 업무를 맡았다. 이틀 뒤 첫 출근을 하니 면접관의 ‘으름장’은 과장이 아니었다. ‘24시간 내 배송’은 노동력 없이는 될 수 없는 구조였다.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불의 등록·검수를 맡아 신입 동료 한 명과 함께 쏟아지는 200여 개의 빨랫감을 처리해야 했다. 다른 직원이 던져주는 이불의 소재를 확인해 구분하고 오염된 빨랫감은 따로 분류했다. 2시간 간격으로 주어진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유일하게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전 6시가 되자 공장 주변의 ‘기사식당’에 우르르 몰려가 아침 식사를 했다. 지친 탓인지 다들 말없이 먹기만 했다.
입사 이튿날은 물량이 100개 더 늘었다. 함께 입사한 동료는 지쳤는지 아침 식사도 거르고 쪽잠을 청했다. 땀을 닦으며 둘러본 현장은 ‘무채색’에 가까웠다. 직원들은 무표정으로 빨랫감을 연신 나르고 분류하고 접고 개기 바빴다.
연장 근무도 일상적으로 보였다. 석 달가량 일했다는 한 직원은 짧으면 한 시간 연장 근무를 하고, 늦으면 오후 3~4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다. 실제 SNS 업무 대화방의 퇴근 보고를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입사 뒤 체결한 근로계약서 내용을 다시 꼼꼼히 보게 됐다.
불법 파견에 배송기사 사망까지
비정상적인 근무 환경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더구나 인력 파견 업체 직원들이 공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모습을 보며 “불법 파견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인력 파견 업체의 한 직원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제한이 없어 ‘무한정 근무’가 가능해 돈을 많이 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세탁원·입고원·출고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허용한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에 속하지 않는다. 인력 파견 업체가 파견업 허가를 받았더라도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짙다. 어림짐작으로 따져도 군포 공장에만 인력 파견 업체 직원이 10명은 넘어 보였다.
며칠 더 일하며 노동환경을 자세히 목격하고 싶었다. 그러나 물거품이 됐다. CCTV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 회사 관계자에게 불려 갔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CCTV 모니터를 보여주며 경위를 따졌다. 공장 곳곳에서 CCTV로 직원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이때 알게 됐다.
이틀간의 근무를 마치고 근로계약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 조항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많은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달랐다. 계약서에는 휴식 시간이 오전 3시부터 오전 4시 30분까지 1시간 30분으로 적혔지만, 실제로는 오전 6시부터 한 시간의 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실제 근로시간은 늘고 야간수당이 적게 지급될 소지가 있었다.
과도한 연장 근무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였다. 퇴사 후 함께 입사한 50대 여성 동료는 “다들 오후 3시 넘어 퇴근해 너무 힘들다. 좋은 날 여기저기 여행 다닐 수 있어 좋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틀간 같이 일했던 남자 동료는 그만뒀다고 했다. 가슴이 아팠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취재 과정에서 제보가 들어온 ‘배송기사의 사망 사고’ 역시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40대 지입기사 강 아무개 씨는 런드리고의 세탁물 배송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새벽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강씨의 아내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쏟았다. 건장했던 남편이 불과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7kg이나 빠지며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씨가 운수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런드리고는 어떠한 사과나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는 실질적으로 런드리고 배송업무만 담당해 업체에 ‘구속’돼 일했던 것으로 보였다. 강씨 아내가 “새벽 배송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울먹이는 모습이 뇌리에 박혔다.
‘깜깜이 노동’ 수면 위로
근로감독 결과 181명 직고용
이렇게 런드리고의 ‘깜깜이 노동환경’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기까지에 이르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24일 종합감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감독 실시를 부탁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실제 강도 높은 근로감독으로 이어졌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 등 관할 관서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서·성수, 경기도 군포 등 공장 세 곳의 현장 조사를 실시해 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특히 불법 파견 의혹을 다룬 기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그 결과 위탁업체 직원 181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위탁업체 직원들이 런드리고의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다는 것이다.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범죄인지와 과태료 부과 방침을 세웠다.
임금과 복리후생 혜택 일부에도 원·하청 간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위탁업체 직원 100여 명에게 7,000만 원대의 금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야간 근무자, 유기용제 취급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부분도 적발해 과태료 9,000여만 원을 부과했다.
약 두 달간 취재하면서 품었던 의구심은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런드리고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회사명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초기 스타트업이고 코로나19 격리 등으로 인해 자체 채용만으로는 고객 수요의 속도에 맞춰 세탁 및 운영 인력을 채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해해 달라. 정규직과 계약직의 급여·처우는 동일하다.”
홍보 담당자는 본사의 해명을 전하기 바빴다. 근로감독 결과와 상반되는 답변이다. 기자가 ‘반론권’ 차원에서 본사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기사 보도 이후 얼마 뒤 연말까지 100명 규모의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근로감독에 대응한 조치였던 셈이다.
혁신으로 포장된 21세기판 <모던타임즈>
“아주 <모던타임즈>에요. 쉬는 시간이 10분인데 남은 빨랫감이 없어야 쉬라고 해서, 하던 일을 끝내야 쉴 수 있어요. 쉬는 게 아닌 거죠.”
함께 입사해 여전히 런드리고에서 일한다는 50대 여성 동료는 오랜만에 안부를 묻자 이렇게 토로했다. 근로감독이 끝나고 시정지시까지 내려졌지만, 사실상 변화가 크지 않다고 했다. 근무시간은 짧아져 다행이라면서도 업무 강도는 더 늘었다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서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직접 취업해 공장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생각은 명확했다. 이른바 혁신은 ‘사람을 갈아 넣는 노동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그것도 일부의 노동력이 아니다. 한정된 인력이 밤을 새워 일하며 ‘빠르게 더 빠르게’ 일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누군가는 플랫폼과 자동화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갖다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편리하기 위해 희생하는 ‘그림자 노동’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비단 모바일 세탁 서비스 시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새벽 배송과 배달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배달 라이더나 운송기사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4시간’을 맞추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하고 신호를 위반해야 한다. 밤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끝없이 일해야 한다. 소비자의 일상적인 행복을 위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런드리고 공장 동료의 한탄처럼 플랫폼 노동은 ‘21세기의 <모던타임즈>’가 아닐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