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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는 2022년 9월 13일~12월 26일 언론사 IT 종사자 68명을 대상으로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언론사의 디지털화가 이뤄진 지 오래지만 그간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현장의 관심과 이해는 부족했던 바, 본 조사의 주요 결과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개발자가 필요한지 의문 품을 때 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독자에게 최종적인 결과물을 노출하기까지 필요한 뒷단의 작업을 도맡는 언론사 IT 종사자1)의 판단이다. 언론사가 디지털 전환에 나선 지 20년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전문 영역에서 일하는 IT 종사자(이하 개발자)의 관심과 시각이 국내 언론사 현장에 공유된 적은 거의 없다.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PUBLISH Institute for News and Technology, 소장 김위근)는 언론사 소속 개발자가 자신의 근무 환경, 조직의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2)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개발자의 언론사 내 위상과 역할에 한계가 많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언론사 내 IT 부문 총괄 책임자의 직위와 직군을 알아보는 문항에서 여과없이 드러났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의 IT 부문 총괄 책임자의 직위를 부장급 이하라고 밝혔다.[그림 1] 상당수 언론사에서 개발 조직이 소규모 부서 이하 단위로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언론사의 디지털 부문 의사결정 구조에서 개발자 부서의 발언권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보조적, 수동적 업무 국한
기술 내재화 불가능
또 전통 매체에서 IT 총괄 책임자를 개발자 직군이 맡는 경우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 반면 기자직 직군이 맡고 있다는 응답 비율(38.5%)은 순수 인터넷신문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그림 2] 정순한 에너지경제신문 디지털콘텐츠국장은 “비개발직군이 문제라기보다는 IT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이 총괄 책임자가 되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상당수 언론사 경영진이 개발 부서를 전문 부서가 아니라 말단 지원 부서 정도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효율적인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해외 혁신 언론사처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두는 등 디지털 전환에 걸맞은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계 질서가 뚜렷한 언론사 뉴스룸에서 개발자의 역할 및 업무도 보조적, 수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개발자에게 소속사의 IT 업무 수행 수준을 질문한 결과, ‘모든 IT 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약 3명 중 2명(67.6%)이 꼽은 ‘IT 업무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수행하지만, 일부는 외주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였다.[그림 3]
한 대형 종합일간지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는 A 개발자는 “내부 여건상 콘텐츠제작시스템(CMS, 편집기), 고객관리시스템(CRM) 등 대형 프로젝트는 언론사 내부에서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해외 미디어 기업의 솔루션을 들여오기도 하지만 기술 내재화는 꿈도 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기개발 기회 제공하는 매체 극소수
이같은 상황에서 개발자는 소속사 근무 환경 전반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내 소속사는 IT 인력에게 자기개발 기회(교육, 연수 등)를 제공한다’(11.8%), ‘내 소속사의 디지털 전환 투자는 다른 미디어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효과적이다’(14.7%), ‘내 소속사는 IT 업무 처리 프로세스가 원활하다’(20.6%), ‘내 소속사는 IT 관련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25.0%), ‘내 소속사가 IT 인력에게 부여하는 업무는 적절하다’(25.0%) 등 개발자의 일터 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그림 4]
더 나아가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52.9%)은 ‘현재 내 소속사에서 이직 또는 전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대형 종합일간지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는 B 기획자는 “최근 2년 사이 20여 명의 개발자 채용에 나섰지만 그 반도 채우지 못했다”며 “채용이 되더라도 금세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 환경이 썩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가 커리어 관리에도 보탬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 IT기업과 스타트업이 좋은 조건으로 개발자를 싹쓸이하는 시장 환경도 거든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귀하는 어떤 곳으로 이직하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이직 의향 기관으로 ‘다른 언론사’를 꼽은 응답자는 5.9%뿐이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개발자 대다수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구체적 목표 및 비전의 부재’(75.0%), ‘IT 관련 인력의 부족’(73.5%), ‘기자 중심의 폐쇄적 조직문화에 따른 소통 및 협업의 부재’(72.1%), ‘IT 관련 인력에 대한 낮은 처우’(64.7%), ‘기존 수익원 이외 다양한 수익모델의 부재’(61.8%), ‘IT 업무에 대한 조직의 낮은 이해도’(58.8%) 등 자신 소속사의 문제점을 다루는 항목 모두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개발자와 기자 간 소통 기회 부족
이 가운데 개발자와 기자·뉴스룸 간 커뮤니케이션은 ‘불통’에 가까웠다.[그림 5]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응답자는 8.8%로 극히 낮았다. 가장 많은 응답은 ‘필요할 때 비정기적인 회의 또는 미팅에서 커뮤니케이션한다’(47.1%)였다. 또 ‘개인이 아니라 부서(장)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는 30.9%, 이메일, 메신저, 전화 등 주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응답은 7.4%였다.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5.9%였다.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 부서에서 일하는 C 개발자는 “출퇴근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는 척도 어려울 정도로 교류가 없다”며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도 없으니 남남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조직 내에서 IT 종사자의 어색한 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개발자와 기자 사이 소통 빈도 및 형식이 부정기적, 간접적, 비대면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개발자가 언론사 내에서 고립돼 있거나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 유료 서비스 등에서 기자들과의 협업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두 직군 간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콘텐츠 품질과 이후 보완, 개선 공정에 직결되는 만큼 업무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개발자가 생각하기에 IT 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웹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제품 개발’(55.9%)이었고 다음으로 ‘DB, CMS, 보안 및 네트워크 등 내부 인프라 구축’ 51.5%,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 50.0%였다. ‘디지털 콘텐츠 및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35.3%)과 ‘디지털 콘텐츠 및 이용자 데이터 등 데이터 수집 분석 및 활용’(29.4%)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AI, 블록체인 실제 활용 사례 거의 없어
콘텐츠 생산, 인프라 구축에는 IT 기술의 쓰임새가 결정적이다. 체계적으로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의 클릭 수나 댓글을 여전히 챙기는 정도다. 자연히 개발자도 새로운 기술을 애써 챙기기보다는 업무 지시에만 따르는 등 개인주의로 흐르고 있다.
한 지상파방송사 D 개발자는 “소속이 방송사 자회사다. 방송사 디지털 업무를 한다기보다는 SI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며 “미래 계획을 나홀로 세우고 아르바이트를 뛰는 동료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개발자의 기술 활용 및 직무 인식에서 느슨하고 허술한 분위기는 그대로 나타났다. 5년 전의 직무와 비교했을 때 ‘변화 없다’는 응답은 ‘변화했다’보다 많은 29.4%였다. 10명 중 3명 가까이가 일의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AI, 블록체인, NFT 등 해외 주요 언론사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IT 기술도 국내 언론사 개발자에게는 먼 이야기다. 첨단 기술을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그림 6] 대부분은 이러한 기술을 인지한 정도거나(‘언론보도 등 외부에서 들어본 적 있다’ 25.0%), 개인적 관심을 두는 수준에 그쳤다(‘개인적 관심으로 공부 중이다’ 60.3%).
정순한 디지털콘텐츠국장은 “국내 언론사 IT 조직은 현상 유지 즉, 유지 보수에 만족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15년 넘게 언론사 개발자로 일하다 CMS 등 솔루션 비즈니스를 하는 임성묵 코드스 대표는 “괜히 일을 벌였다가 실패하거나 잡음이 생기면 IT 부서에 책임을 전가하는 조직문화도 거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 인력 안 뽑으면서 ‘디지털 전환’은 사상누각
언론사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고 결실을 맺으려면 여러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설문조사에 응한 개발자들은 ‘IT 전문 인력 채용’(92.6%)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그림 7] 다음으로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립’(89.7%), ‘디지털 인식 및 문화 확산 등 체질 개
선’(88.2%), ‘간부, 경영진 등 디지털 리더십 확보’(88.2%), ‘기존 인력의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79.4%), ‘디지털 장비, 소프트웨어 등 IT 관련 도구에 대한 투자’(69.1%) 등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높게 인식했다.
개발자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기자의 역할은 ‘IT 기술 및 개발 부문 투자 필요성 동조’(91.2%)였다. 기자가 IT 부문 투자 필요성에 동조해 주는 것만으로도 탄력을 받는 조직 문화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기자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등 디지털 기반 언론산업에 대한 이해 증진’(89.7%), ‘IT 인력에 대한 중요성 인식’(86.8%), ‘IT 기술을 활용한 퀄리티 콘텐츠 개발’(82.4%) 등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자 브랜드 확보 등 경쟁력과 평판 제고’(69.1%) 역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응답이 적었다.
최근 언론계에서 부상하는 구독자 기반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팔릴 만한 콘텐츠가 부족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54.4%), ‘전사적 관심도가 낮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14.7%) 등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구독자 기반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해 ‘현재 역량과 여건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응답은 2.9%뿐이었다.[그림 8]
한 경제지 디지털 조직에서 일하는 10년 차 E 개발자는 “기자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콘텐츠에 자부심이 강하지만 현실감은 떨어진다. 그동안 제품에 대한 고민이 없었는데 뉴스 유료화를 서두른다고 가능한 일인가 싶다”고 소속사의 성급한 디지털 구독모델 추진을 비판했다.
개발자의 능동적인 자기 역할 찾기 필요
이밖에 포털과 협력해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포털 등과 협력해 구독모델을 공동으로 준비해야 한다’ 14.7%)과 더불어 포털 뉴스 서비스의 뉴스 유통이 중단됨으로써 가능할 수 있다는 상반된 응답(‘포털 등 기존 뉴스 유통 전략을 중단하면 가능할 것이다’ 13.2%)이 의미 있는 수준의 비율로 나왔다.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에서 살펴본 대로 국내 언론사 소속 개발자 대다수는 ‘소통과 협력 문화 부재, 자기 개발 기회 부족, 전문 인력 확보를 비롯한 디지털 투자 미흡’ 등 언론 산업 전반의 혁신 지체에 실망과 우려를 갖고 있었다. 특히 개발자들은 소속사의 디지털 투자와 비전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 호응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일궈내려면 기존 낡은 리더십을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교체하는 등 조직 문화, 인력 구성에 전향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기자 중심 언론사 조직 문화에서 개발자는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다른 언론사에서 디지털 전환 및 개발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련 정보를 파악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언론사 개발자들이 모여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관심사를 나누는 출구가 필요하다. 정순한 국장은 “업계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발언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 스스로도 새로운 기술 실험 주도, 솔루션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설계, 경영전략 수립 등 능동적으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2022 언론사 IT 종사자 인식 조사> 조사 개요 △표본 크기: 68명 △조사 기간: 2022년 9월 13일(화) ~ 12월 16일(금) △표집 방법: 개별 언론사의 IT 종사자에 직접 연락하거나 관련 부서에 요청하는 방법, IT 종사자 단체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 등 편의표집(Convenience Sampling) △조사 방법 - (주)마켓링크 온라인 서베이머신(Survey Machine) -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통한 응답은 5점 척도로 구성(예: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은 편이다, 3=보통이다, 4=그런 편이다, 5=매우 그렇다). |
1) 언론사 IT 종사자는 언론사 소속 디지털 서비스(프론트엔드), 시스템(서버 보안 등 백엔드), 콘텐츠 개발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 담당자와 지면 제작 및 발행 과정 기술 지원, 디지털 행정(인트라넷, CRM) 등과 같은 디지털 업무 담당자를 의미한다. 조직에 따라서는 전산인, 개발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2) 언론사 관련 부서와 한국언론정보기술협회(협회장 강무성) 등에 직접 협조를 요청하고 온라인 설문조사 작성 페이지(URL)를 전달했다. 개발자가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는 자기기입식으로 구성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특성과 구체적인 내용은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홈페이지(https://publishinstitut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