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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KBS <[단독]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증축’ 포착…발사 준비 본격화>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2-24

위성사진은 북한의 정세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지금껏 미국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KBS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언론 최초로 북한 위성사진을 입수·보도했다. KBS의 북한 위성사진 단독 보도 취재기를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2023년 2월 8일 북한 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열병식 준비 정황은 지난해 말부터 포착됐습니다. 미국 언론들이 평양 일대를 위성으로 촬영해서 알아냈습니다. 2월 8일이 가까워질수록, 보도 내용은 점점 더 구체화됐습니다. 열병식 규모, 열병식에 등장할 카드 섹션 문구까지 식별될 정도였습니다. 200km 떨어진 서울에선 할 수 없는 보도를 10,000km 이상 떨어진 워싱턴에서 마구 쏟아냈습니다.

 

코로나19 봉쇄로 북한 땅을 사람이 오갈 수 없게된 뒤, 언론에 위성사진은 북측의 물리적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 됐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보도는 미국 매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같은 군사시설은 물론이고, 해상 불법 환적, 북·중 물류 유통 현황을 볼 수 있는 남포항과 의주비행장 등은 단골 촬영 장소입니다. 금강산 일대와 순안공항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미국 매체들이 촬영한 위성사진은 주로 미국의 전문가들이 분석합니다. 어떤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분석을 내놓는 건지는 우리가 알 길이 없습니다.

 

6개월여 만에 얻은 첫 위성사진

 

지난해는 ‘1년 내내’ 북한의 7차 핵실험 임박의 해였습니다. 핵실험장 근처 도로가 정비되거나, 건물이 개축되면 ‘핵실험 임박’의 정황으로 사용됐습니다. 어디를 잇는 도로인지, 어떤 용도의 건물인지 궁금했습니다. 연초에 ‘임박’이라고 했던 핵실험이 왜 연중에도 계속 임박 상태인 건지, 궁금했습니다. 임박은 곧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핵실험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번엔 ‘기술적 준비’는 끝나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기술적 준비가 끝났다고 보는 근거가 궁금했습니다. 스스로 확신하지 못한 채 핵실험 공포를 계속 언급하는 게 맞는 건지 찜찜했습니다. 북한 위성 사진 분석 보도를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국내에서 위성 관련 업체를 수소문했습니다. 기사 검색으로 무작위로 업체 이름을 찾았고, 홈페이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대뜸 전화를 걸어 문의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상업용 위성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일부 업체는 국내 회사와 일종의 ‘판매 대행’ 개념인 ‘재판매’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판매 대행사와 연결이 닿으니, 위성사진 사용을 위한 계약 작업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있었습니다. 어느 지점을 찍을지 정하고, 사진이 찍혔을 때 변화내용과 의미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 보도를 추진하게 된 출발점과 직결된 과제였습니다. 사진 1장을 찍을 때마다 ‘돈’이 들기 때문에, 보도 가능성이 높은 곳을 잘 선정해야 했습니다. 관심 지역이어야 하고,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북한 취재를 해 온 기자와 북한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한 첫 번째 순간입니다.

 

후보 지역을 여러 곳 정했고, 촬영 우선순위도 정했습니다. 군사시설 관련 지역, 남측 주민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 경제 상황을 볼 수 있는 지역으로 크게 분류를 나눴습니다. 어떤 지역 사진이 어떻게 찍힐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초반에는 여러 지역을 촬영했습니다. 좌표 설정이 잘못돼 그냥 버려진 사진도 있었고, 구름이 끼어 쓸 수 없는 사진, 일조량이 적어 제대로 찍히지 않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처음 ‘제대로 된’ 사진이 찍혀 전송됐을 때 느꼈던 감정이 아직 생생합니다.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며 준비를 시작한 지 6개월여 만에 얻은 첫 사진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황무지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 모니터에 다시 띄워놓고 최대치로 확대해 다시 찬찬히 봤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건물이 보이고 길이 보였습니다.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막막함이 뒤따라왔습니다. 과거 보도된 위성사진들을 찾아서 시간 순서대로 배치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하나하나 달라진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내면 이 작업을 대행해 주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기자가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또, 그 돈 아껴서 사진 1장이라도 더 찍자는 생각에, 직접 했습니다.

 

위성사진 틀린 그림 찾기

 

어린 시절 취미가 기자직에 큰 도움이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는 ‘틀린 그림 찾기’ 마니아였습니다. 틀린 그림 찾기만 모아놓은 책을 사다 풀 정도로 즐겼던 게임이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달라진 부분을 발견해 동그라미 표시를 할 때마다 씨익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 작업은 기자와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한 두 번째 순간이기도 합니다. 기자는 사진을 무식할 정도로 샅샅이 뒤져서 달라진 점을 찾아낸다면, 전문가는 ‘포인트’를 찍어서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협업이 끝나고, 두 그룹이 찾아낸 ‘달라진 곳’을 하나로 합쳤을 때,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막막했던 사진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시기별 변화상이 한눈에 들어와,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기자와 전문가의 세 번째 협업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물리적 변화의 의미를 분석하는 일입니다. 사실 이 단계는 ‘협업’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전문가의 진가가 발휘되는 단계입니다. 전문가는 전문가였습니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건물 하나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인데, 장거리 로켓을 수직 조립, 수직 이동, 수직 발사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바로 알아봤습니다. 산속에 길 하나가 새로 뚫렸는데, 기차 외에 해상으로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엔진 시험장에 거대한 구조물이 새로 생긴 걸 보고는, 화성 17형 시험발사 실패의 경험과 연결했습니다.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복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전문가들끼리 몇 마디 말씀을 휙 주고받으니, 훨씬 정교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개척 가능 분야 많은 위성 분석 보도

 

지난해 10월 28일, 첫 리포트가 방송됐습니다. 제목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증축’ 포착…발사 준비 본격화?>였습니다. 여기저기서 긍정적 반응이 왔습니다. ‘재미있다, 잘 봤다, 다음엔 어디 찍을 거냐, 차별화된 보도였다’ 등등의 반응이었습니다. 이 보도 이후로도 동창리는 눈에 띄는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미국 매체들도 지금 이 지역 위성 사진을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위성사진 분석 보도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땅으로 갈 수 없는 곳을 하늘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위에서 넓은 지역을 내려다보니, 물리적 변화를 포착해 내기 수월합니다. 당대회나 전원회의 결정 사항 등과 오버랩시켜 분석하면,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큽니다.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합니다. 현장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없으니, 위장 전술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을 쓴다면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이는 오보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국내 언론 모니터를 꼼꼼히 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매체와 KBS의 위성 분석 보도, 못 봤을 리 없습니다. 대응책을 짜지 않을 리도 없습니다.

 

위성 분석 보도를 해보니, 개척할 수 있는 분야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식량 부족으로 농사에 힘을 쏟고 있는데, 농경지 규모에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북·중, 북·러 접경지역을 살펴보면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포착될 것 같기도 합니다. 어려운 첫발을 뗐으니, 의미 있는 후속 보도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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