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취재기제작기] 한겨레 <참사가 앗아간 당신과 함께...오늘,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작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2-24

한국 사회에서는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참사 속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은 쉽게 잊히고 만다. 한겨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AI·로봇연구소와 협업해 사회적 참사 희생자의 현재 모습을 되살려 유가족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세월호, 천안함, 용산, 대구 지하철,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40여 건의 대형 참사가 있었습니다. 무수히 반복됐던 참사 속에서 희생자들은 금세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고, 유가족들은 아픔을 삭인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한겨레 사진부 기획팀은 희생자 가족의 사연을 단발성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에게는 위로를 전하고, 독자에게는 참사의 비극을 되새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던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소장 김익재)의 ‘3D 나이변환 기술’을 접하게 됐습니다. 3D 나이변환 기술은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 양과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이용해 현재 얼굴을 구현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주로 실종 아동의 얼굴을 현재 모습으로 구현해 실종자를 찾는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3D 나이변환 기술을 이용해 참사 희생자를 현재 모습으로 구현한 뒤 가족사진을 찍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김익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님에게 연락했습니다. 김익재 소장님은 저희의 기획 취지에 흔쾌히 동의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장 제작비가 문제였습니다. 제작비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지원사업에 지원하게 됐고 다행히 지원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의 현재 모습

 

그렇게 지난해 5월 한겨레 사진부 기획팀의 ‘3D 나이변환 기술을 이용한 사회적 참사 희생자 가족 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출발점인 섭외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한데, 제가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명해 준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이제 와서 가족사진을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대구 지하철 참사, 천안함 침몰 사건, 학교 폭력 등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 가족들이 나서길 주저했습니다. 가슴에 묻어왔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데다, 얼굴이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딸, 아들, 형, 누나, 아버지, 어머니를 잃은 가족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보상비를 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 ‘자식 팔아 장사하냐’라는 말들은 이들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몇몇 대형 참사 이외에는 제대로 된 추모 조직도 꾸려지지 않아 홀로 상처를 보듬으며 현재까지 버텨왔습니다. 한 유가족은 “내가 죽고 나면 죽은 이들을 누가 추모하고 기억해주겠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세월호·용산 참사 희생자, 삼풍백화점·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산재 사망 故문송면 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이 응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참사 희생자와 비슷한 나이, 체형을 가진 분을 대역 모델로 구해야 했고,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한데 모아야 했습니다. 희생자 가족분들의 용기와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작업이었습니다. 유가족의 요구는 단 하나였습니다.

 

“용기 내서 카메라 앞에서 섰으니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로 보답해주세요.”

 

 


 

 

유가족의 용기 덕분에 가족사진이 한 장 한 장 완성됐습니다.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은 현재의 얼굴로 변환됐습니다. 그 후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현재 시점의 얼굴을 합성해 가족사진이 완성됐습니다.

 

대역 모델의 손을 잡고는 눈을 떼지 못하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故손경아 씨의 어머니 김덕화 씨, 세상을 떠난 오빠에게 쓴 편지를 읽다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故심동선 씨의 막내 여동생 심경화 씨, ‘나와 남편을 기억해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는 용산참사 희생자 故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 등 가족사진을 찍는 현장은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카메라를 내려놓고 유가족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이는 것뿐이었습니다.

 

관심 멀어지면 책임자는 제자리로 돌아가

 

2022년 11월 30일 자 한겨레 1면과 2개 면에, 12월 19일 인터랙티브 페이지1)를 통해 <참사가 앗아간 당신과 함께... 오늘, 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가 보도됐습니다. 보도 이후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유가족 위로가 조금이나마 되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용산 참사,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사고, 산재 희생자분들, 5·18,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 명복을 빕니다”, “이런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네요. 너무 귀한 일이네요”, “아픔을 달랠 수는 없지만 충분한 위로는 될 것 같네요”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4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형 참사가 반복됐습니다. 언론의 관심 속에 떠들썩한 검경의 수사가 이뤄졌지만 책임지는 책임자는 없었습니다. 말단 공무원이나 현장 직원들에게 칼날이 꽂힙니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지면 책임자들은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누군가는 삼풍백화점을, 누군가는 성수대교를, 누군가는 세월호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수없이 반복됐던 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 및 제대로 된 추모가 이뤄져야 합니다.

 

 

 

 

1) https://www.hani.com/family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박종식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3-02-24
  • 조회수 : 6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