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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2023 SXSW(South by Southwest) 현장에 가다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3-31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매년 봄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전 세계 문화 산업과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손꼽힌다. 음악·영화·광고·미디어 분야와 더불어 인류의 당면 과제를 논하는 콘퍼런스, 전시 등으로 이뤄진 올해 SXSW의 주요 이슈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스틴을 달군 10일간의 열기

 

지난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텍사스 오스틴에서 세계 최대의 문화, 미디어, 테크 행사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가 열렸다. 1987년 3월 오스틴 지역의 음악가들이 주최한 ‘South by Southwest Music and Media Conference’에서 시작된 SXSW는 음악 외에 영화, 인터랙티브(Interactive) 분야가 추가되면서1) 전 세계 문화 산업과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행사가 개최된 10일 동안 SXSW의 모태를 이룬 음악 페스티벌, 영화제, 코미디 축제, 음악·영화·광고·미디어·문화뿐 아니라 노동·건강·기후 위기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콘퍼런스, 각종 전시회, 참여자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특별 행사(Meet-Up, 웰컴 파티, 이슈·그룹별 라운지 등)가 열렸다. 행사 첫날, 사전 등록한 아이디 카드를 찾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주 행사장인 오스틴컨벤션센터 인근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생성형 AI, 업그레이드된 확장현실(XR): SXSW에서 만난 기술의 향연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SXSW를 달군 올해의 기술이었다. 지난 3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개최된 오픈AI(OpenAI) 공동 창립자 그레그 브록만(Greg Brockman)의 대담을 비롯해 생성형 AI와 관련된 콘퍼런스 행사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매년 SXSW에서 올해의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에이미 웹(Amy Webb)이 ‘2023년은 생성형 AI의 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2) AI가 음악·미디어·건강·노동·시민사회 등 사회 전 영역에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참가자들의 주요 화두였다. 미디어 산업 섹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뉴스룸에서의 AI(AI in Newsroom)’, ‘딥페이크 투 달리(Deepfakes to DALL-E)’ 세션은 시작 20분 전부터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3월 12일부터 개최된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시회, XR 전시회는 생성형 AI, 그리고 AR·VR 기술이 기존의 미디어·문화 산업, 창의 노동과 어떻게 융합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2D 이미지와 영상을 3D로 감상할 수 있는 3D-AI 태블릿(Leia Lume Pad2), 영상과 음성을 결합한 e-Book(ToofarMedia), 생성형 AI를 통한 작곡 및 영상 제작, VR 영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의 연설 장면을 재현한 AR 부스 등 향후 콘텐츠 생산 및 이용자의 경험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기술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 DEI, 인간다움에 대한 모색

 

기술만큼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SXSW에 모인 다양한 참여자와 이들 간의 다양한 네트워킹 활동이었다. 앞서 언급한 그레그 브록만 외에도 2023년 SXSW에는 섬블 데사이(Sumbul Desai) 애플워치 부사장, 케빈 켈리(Kevin Kelly) 전 와이어드(Wired) 편집장 등 소위 최근 미디어 기술의 혁신 및 관련 담론을 이끄는 사람들뿐 아니라 환경, 음식, 의류 분야 및 스타트업, 정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콘퍼런스, 전시회, 이노베이션 어워드에 참여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범람 속에서 인간다움, 그리고 다양성, 평등, 포용성(DEI)에 대한 모색, 윤리적 기술 생태계의 형성은 이번 SXSW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제였다. 3월 10일 첫 오프닝 스피커로 오랫동안 인종차별에 맞선 연구자 겸 시민 활동가인 사마렌 지트 싱어(Simran Jeet Singh)가 나섰다는 점은 SXSW가 불평등을 넘어 포용적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성형 AI와 뉴스의 만남: 새로운 가능성?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개최된 미디어 산업 트랙의 콘퍼런스 역시 이러한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었다. 생성형 AI의 등장에 따른 뉴스 생산 노동의 변화, 허위 정보에의 대응, 저널리즘의 위기와 신뢰 회복, 포용적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조직 내외부의 전략 등이 논의됐다. AP, BBC 등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기자 단체, 사회 운동가, 소수자 그룹의 모임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성형 AI의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룬 세션은 3개에 불과했지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관련 이슈는 현업 언론인 및 마케팅 담당자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 저널리즘의 이슈를 다룬 여러 세션의 패널들은 생성형 AI가 향후 뉴스 생산 환경과 그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 조디 긴스버그(Jodie Ginsberg) 저널리스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대표, 에미 라인하트(Aimee Rinehart) AP통신 AI 매니저는 모두 생성형 AI 기술이 뉴스룸 내 단순노동을 줄여주고, 기사 생산 외에 숏폼 영상, 뉴스레터 제작 등을 요구받는 기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도와줌으로써 노동 부담을 완화 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CNN의 미디어 비평가로 활약하고 있는 사라 피셔(Sara Fischer) 악시오스(AXIOS) 선임기자 역시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룸에 이 기술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지만, 조직 규모와 관계없이 미디어 기업의 경영 효율성(일례로, 마케팅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증진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콘퍼런스에 참여한 호주의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는 제스퍼 AI(Jasper-AI)3)를 활용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소속 기자들의 초과 노동시간이 2시간에서 0시간이 되었다는 경험을 전했다. 생성형 AI는 BBC와 같은 대형 언론사의 뉴스룸에서도 활용되고 있었는데, BBC의 기술 전망 분야 수장인 로라 엘리스(Laura Ellis)는 현업 기자들이 이미 기사를 작성할 때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채 제목 선정이나 기사 점검 시 챗GPT 같은 AI 기술을 종종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오프닝 스피커로 나선 사마렌 지트 싱어 <출처 - 사마렌 지트 싱어 트위터, https://mobile.twitter.com/simran/status/1634207825676181507>;

 

 

생성형 AI 관련 세션들의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사진은 2023년 SXSW ‘뉴스룸에서의 AI’ 세션 풍경 <출처 - 필자 제공>

 

 

케빈 켈리가 말한 것처럼 앞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보편적 인턴(universal intern)’으로 뉴스룸에서 활용된다면, 기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뉴스 제작이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조디 긴스버그는 생성형 AI가 대두하고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기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활용·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 AI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그 진위를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세션 패널들은 AI를 활용한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윤리는 ‘투명성(transparency)’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성형 AI가 뉴스 생산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그리고 왜 활용했는지에 대해 그 의도와 절차, 조직 및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독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4)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허위 정보,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에 어떻게 맞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도 여러 세션과 토론에서 논의됐지만, 이와 동시에 딥페이크나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물 제작의 긍정적인 활용 가능성 또한 만날 수 있었다. 에미 라인하트는 알코올중독 후 치유된 사람, 홍콩 민주화운동 참여자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을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활용함으로써 정보원 보호와 정보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중남미 시민미디어 활동가인 자코보 리바데네이라(Jacobo Rivadeneira)는 멕시코 민주화운동에서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아닌 이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디어 기술 활용의 목적과 맥락, 책임 있는 이용, 기술 접근 및 이용의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모색

 

트위터에서 큐레이션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스미드라(David Smidra)는 생성형 AI와 저널리즘을 둘러싼 최근 논의가 데이터 저널리즘이 대두되던 때나 뉴스 조직에서 소셜미디어 활용을 강조하던 시기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의 등장 속에서도 적절한 메시지의 신중한 전달이라는 뉴스의 기본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데이터 마이닝을 이용한 취재·보도 실험도, 댓글·소셜미디어·뉴스레터 등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한 것도, 매체를 넘나드는 서사 구조를 생산한 것도 모두 이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 현상을 둘러싼 심도 깊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성이 위기에 처한 지금,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등장이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모색’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챗GPT를 활용한 보도에 대해 독자들이 인간이 쓴 기사와 마찬가지로 그 노력을 인정하고 신뢰를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돼야 할까? 이는 결국 ‘저널리즘이 이용자와 사회로부터 어떻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다시 맞닿아 있다.

 

신뢰 받는 저널리즘을 일구기 위해 SXSW의 미디어 산업 세션 참석자들은 독자와의 커뮤니티 형성, 사건 또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안전에 천착한 보도, 차별과 혐오에 민감한 포용적인 뉴스 제작 환경 조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속보 경쟁’, ‘조회수 경쟁’의 문제를 극복코자 한국 언론이 진행했던 실험들, 예를 들면 젠더·환경·동물권 등에 특화된 콘텐츠의 제작, 독자와의 소통, 젠더 데스크의 설치 등 보도와 뉴스룸 내 인권 감수성의 고양, 저널리즘 책무실 운영 등은 생성형 AI의 시대 저널리즘이 신뢰와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디딤돌로 자리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새로운 기술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역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23년 SXSW 참여자들은 지금 당장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제안은 챗GPT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우리 사회와 한국의 언론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언론 현장 및 유관 단체, 학계는 물론 정부기관 및 시민 단체가 긴밀히 협업하여 관련 이슈가 폭넓게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https://www.sxsw.com/about/history/

2) Featured Session: Amy Webb Launches 2023 Emerging Tech Trend Report

3) 제스퍼(Jasper)는 AI Copywriter를 표방한 생성형 AI 서비스의 한 형태다. https://www.jasper.ai/

4) 2023년 3월에 발행된 시사IN 810호, 커버스토리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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