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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누워 있어 몸에 궤양이 생기는 질병, 욕창. 환자 상태에 맞춰 정해진 시간에 몸의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 병의 특성상 가족 중 욕창 환자가 생기면 일상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욕창을 통해 우리나라의 돌봄 의료 실태를 고발한 <욕창이 온다>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욕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서, 드라마와 뉴스 등 방송 매체에서 듣고 봤던 욕창. 대부분 고령자에게 많이 생기는 고약한 ‘피부병’ 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욕창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욕창은 치매와 혈관질환, 당뇨병 등 노인성 질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병임에도 웬일인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통해 알아본 욕창은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욕창 환자는 피부 압력을 줄이기 위해 최소 2시간마다 몸을 뒤집어줘야 해 24시간 전담 돌봄 인력이 꼭 필요합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일상도 철저히 파괴됩니다. 욕창을 조명하면 대한민국의 돌봄과 의료 공백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2년 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더욱 욕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국 욕창 환자 전수 분석
“요양병원에서 방치해 욕창이 생겼습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요. 어른 주먹이 꼬리뼈 쪽에 두 개가 들어갈 정도입니다. 새카맣게 썩어가지고.”
요양병원 입원 환자가 욕창이 심해 사경을 헤맨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고 한참 뒤에 병원을 찾았더니, 환자 몸에 심한 욕창이 생겼다는 겁니다. 비슷한 제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습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제보가 잇따라, 많은 언론이 요양병원 환자 방치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취재진은 욕창에 대해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욕창 환자 자료를 요청해 소득별, 지역별로 분석했습니다. 4년 전 발표된 서울대 박지웅, 이진용 교수의 욕창과 환자 소득수준에 대한 논문도 찾아보고 취재진이 도출한 통계 결과가 유의미한지, 허점은 없는지,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도 자문했습니다. 20명이 넘는 각계 전문가, 환자 가족, 척수장애인협회, 저소득 환자를 취재해보니 욕창은 음지에서 약자를 더 힘들게 하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욕창을 매개로 사회가 놓치고 있던, 또 고민해야 할 지점을 찾고자 했습니다.

‘발목 지뢰’ 욕창, 가족도 수렁으로
“욕창이 없었을 때는 덜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욕창이 있으니까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어딜 나가지를 못하는 거야. 반복되는 악순환인데 사실 지치죠. 저는 제 생활 자체를 아예 못하고 있어요.”
환자 가족들은 욕창을 ‘발목 지뢰’라고 표현합니다. 전쟁에 나선 군인이 발목만 다쳐도 부축해야 하는 또 다른 군인이 필요하므로, 전투력은 크게 상실됩니다. 아주 끔찍한 비유지만 욕창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일상을 지켜보면 이해가 갑니다. 물론 24시간 간병인을 고용하면 환자 가족은 간병에서 잠시 해방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교포 간병인의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간병인 수가 줄었고,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간병인 고용 비용은 치솟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하루 간병비는 15만 원을 웃돕니다. 간병인을 한 달만 고용해도 500만 원 정도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셈인데, 월급 받는 직장인이라면 간병비 부담에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욕창 환자가 있으면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돈 없는 사람들은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그러면 가족들은 자기 생계를 포기하고 환자 옆에 계속 매달려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취재를 통해 저소득층에서 욕창 환자 비율이 높고, 병세도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물여덟 나이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한 척추장애인은 앉을 때는 엉덩이, 엎드릴 때는 무릎에 체중이 실리면서 욕창을 달고 살았습니다. 욕창 수술 한 번에 400~500만 원, 지금까지 2,000만 원 정도를 수술비로 썼다고 합니다. 월 80만 원 정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욕창 치료비로 지출했습니다. 더구나 욕창 치료는 비급여가 많기 때문에 연고 한 개 가격만 20~30만 원을 오갑니다. 매일 붙여야 하는 전문 반창고는 개당 만 원 정도로, 한 달이면 30만 원이 넘어갑니다. 욕창에 걸리면 지옥의 굴레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전국 욕창 지도: 병원이 없는 현실
욕창은 지역 의료 공백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은 욕창 수술이 가능한 성형외과나 화상 전문병원이 드물어 대부분 환자는 대도시로 나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주로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까지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해 진료를 받고 오는데, 걷지 못하고 누운 채로 생활하는 환자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교통 약자를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이동 차량과 같은 교통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돈을 들여 사설 구급차를 불러 누워서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차량 서비스는 예약자가 많아 며칠 전부터 미리 배차 신청을 해야 하고, 사설 구급차는 회당 이용 금액만 10~20만 원이 넘습니다. 소외 지역에 사는 욕창 환자는 병원 가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전국 욕창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지도에 드러난 욕창 취약지는 전남, 경북, 인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 지역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의사 수와 치료 가능 사망률, 공공병원 설치율’을 토대로 뽑은 전국 최악의 의료취약지(인천·전남·경북)’와 일치했습니다.

욕창으로 본 대한민국 돌봄·의료 공백 실태
“욕창은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리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욕창이 빠르게 늘면 돌봄과 의료 시스템에 공백이 있다고 보는 거죠.”
욕창을 들여다보면 간병비와 의료수가의 허점도 볼 수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적은 임금 수준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간병 인력의 부재로 간병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또 욕창 치료는 비교적 낮은 의료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꺼립니다. 결국 소극적인 치료로 이어져 욕창 치료 개발도 더디게 합니다.
“욕창을 주 질병으로 해서 연구하고 치료하는 분야는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애매한 질병이 돼 버린 겁니다.”
전문가들은 욕창 치료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예방기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예방기구의 비싼 가격을 이유로 예방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했습니다.

욕창 환자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큽니다. 욕창은 가난과 소외 등 사회 양극화를 고착시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욕창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회는 아직 욕창을 흔한 병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욕창이 온다>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욕창을 들여다보면 돌봄과 의료 시스템에 난 구멍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통계를 작성해서 조명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욕창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사회의 불평등과 불균형을 진단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욕창 보도에 이어 KBS <시사기획 창>에서도 욕창을 다뤘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욕창. 하루빨리 욕창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합니다. 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늙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욕창이 나와 내 가족을 삼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