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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스타트업 업계에도 위기가 닥치고 있다. 특히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은 그 타격이 더욱 크다. 미디어 스타트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지, 2016년 매경미디어그룹 사내 벤처로 시작한 엠로보의 사례를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경기 침체로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 기업과 달리 아직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하거나, 비즈니스 모델도 실제 매출과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검증 단계를 밟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자체 매출보다는 외부의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경기 침체로 투자 진행이 미뤄지거나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 수익에 기반하고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데, 이로 인해 광고 매체인 미디어 스타트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산업 전반의 역성장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사업 환경, 시장 성장성 등 시장 매력도를 낮춘다. 결과적으로 투자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경기에 더욱 민감한 미디어 스타트업
2022년 뉴미디어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문을 닫았다. 닷페이스는 성평등, 환경, 장애인, 젠더 다양성 등 사회 주요 이슈를 다루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기업 및 단체 등과의 협업을 통한 브랜디드 콘텐츠 개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으나,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확보에 이르지는 못했다. 결국 코로나19로 더욱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6년 만에 해산을 선언했다.
같은 시기에 언론사와 포털(네이버)의 조인트벤처 1호인 조선일보 잡스엔도 문을 닫았다. 잡스엔은 취업·창업·직업 등에 특화된 기사 콘텐츠를 제작한 미디어 벤처기업으로, 지난 2016년 설립된 이후 최근까지 당기순이익 10억 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돼왔다. 적자인 해가 없을 정도로 수익성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 개편으로 사업 기반이 위태로워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이용자가 특정 주제(판)를 구독하면 모바일·PC 메인화면 탭에서 해당 주제에 부합하는 콘텐츠만 선별해 보여주는 큐레이션 방식을 유지했다. 이용자의 관심 콘텐츠만 모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높은 편의성을 확보해 인기를 끌었지만, 유튜브, 틱톡 등 영상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서 결국 사업 구조가 바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잡스엔 외에 여행플러스(매일경제-네이버) 등 언론·미디어가 협력하던 많은 서비스가 종료되고 말았다. 이제 수익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조차도 물음표가 된 상황인 것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인 엠로보(M-Robo)는 언론사 사내 벤처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성이 강한 조직이었다. 자체적인 시장 개척 및 고객 발굴로 수익 구조를 먼저 확보했다. 2016년에 창업했으며, 지금까지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서 쉽고 빠르게 뉴스 콘텐츠를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금융 분야의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타 미디어 분야에 비해 경기에 더욱 민감한 편이다.
팬데믹 이후, 오랜 거래 관계에 있었던 언론사와의 협업 관계가 끊어졌다. 로봇저널리즘 서비스는 언론사의 신규 사업 아이템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기 침체 지속으로 신규 사업 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지원사업이나 R&D 과제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엠로보는 사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모멘텀’을 만들어 보는 모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리빌딩 방법: 피보팅과 ‘업(業)’의 변경
피보팅(Pivoting)이란 핵심 사업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시장을 검증하고, 고객을 발견해내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피보팅은 비교적 친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이템의 변경’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 자체를 바꿔야 하는 또 다른 창업의 단계다. 그래서 타깃 시장, 타깃 고객, 서비스 프로토타입 등 모든 준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선 로봇저널리즘 서비스를 미디어 외 분야에 적용해 볼 수 있는지 검토했다. 엠로보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은 범위가 매우 넓은 시장이다. 뉴스 미디어 외에도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포맷이 존재한다. 또한 K-컬처 등 전 세계 투자자에게 높은 시장 매력도를 가진 영역도 존재한다.
로봇저널리즘 기술은 일을 빠르고 정확히 처리하는 ‘자동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뉴스 기사는 포맷이 정해져 있어 자동화의 이점이 크다. 주력 사업인 증권 기사 콘텐츠는 ‘흥미’보다는 ‘정보’로서의 유용성이 더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 로봇저널리즘 기술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만약 로봇저널리즘이 웹 소설을 쓴다면? 아마 자동화를 하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 등에서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이 개발된 바 있지만 아직 사업화는 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보통 이렇게 벤치마킹할 아이템이나 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기술의 개발 범위를 세밀하게 정한 뒤, 세부 기술 개발 목표를 정해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투입 가능한 인력, 자금 등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렇게 쪼개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리빌딩 결과: 맞춤형 콘텐츠 제작
사업 리빌딩의 방향은 간단하게 말해서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과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고도화였다. 기술 개발의 범위나 목표는 가능하면 자세히 기술돼 있고, 가급적 짧은 시간에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과 타깃을 먼저 정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였다.
주목했던 것은 인공지능 교육 시장이었다. 핀테크 분야의 인공지능 교육 시장을 검토해 본 결과 주요 교재나 커리큘럼이 기존의 인공지능과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캐글(kaggle)1) 등 오픈된 데이터로 인공지능 모델을 배우는 커리큘럼이 있다고 하자. 캐글은 나름 교육 시장에서 검증된 데이터고, 이미 사용자들의 많은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공지능 교육에 활용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핀테크 분야에서 ‘데이터’를 근거로 한 투자 의사결정이나, 보험사의 이상 탐지, 그리고 신용도 평가 등의 분야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 즉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착안해서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 상품을 기획했다. 금융권을 타깃으로 한 인공지능 모델뿐만 아니라 실무 적용을 위한 인사이트까지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상품이 필요했다. 증권 로봇기자 서비스를 하면서 축적된 경제·증권 데이터 전처리 및 분석 기술이 큰 도움이 됐다. 이후 데이터에 대한 해설 및 결과에 이르는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성공적으로 신규 고객을 1) 발굴했다.
기사 생성 부분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챗GPT를 사용했다. 챗GPT를 사용하면 보다 쉽게 ‘텍스트’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로봇 기자 서비스를 4년 운영하면서 ‘기사의 관점’, ‘기사 문체’, ‘결과에 대한 근거’ 등 기사를 쓰기 위한 여러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빠르게 구체화했다.
아직은 신규 론칭 서비스에서 굳건한 매출이 나오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GPT를 활용한 서비스의 경우 매일 강력한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치밀한 장기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틈틈이 여러 프로젝트나 시제품을 제작해 마켓 핏(market fit)을 보면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편이 보다 안전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이 동일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5월 현재는 이제 글쓰기뿐만 아니라 이미지나 영상 제작도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나온 상황이다. 누구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남과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차별화할 수 있는가?’였고, 우리의 답변은 ‘이제까지 안 보였던 고객의 목소리를 보다 끊임없이 듣는다’였다.
1) 2010년 설립된 예측 모델 및 분석 대회 플랫폼.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