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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KBS 청주방송총국 <단양 마더스 클럽> 제작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8-25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있다. 충청북도 단양이 그중 한 곳.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에 정작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알리기까지, 그 제작 후기를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산부인과가 없다고요?” 

 

우연히 충청북도 단양에 산부인과가 없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충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청주에 살고 있는 내게 산부인과는 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단양을 찾은 관광객들의 반응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갑자기 소름이 돋는 거예요. 어떻게 산부인과가 없어요. 아이가 태어나는 게 도시의 시작이잖아요. 충격이네요.” (이진영, 전남 순천) 

“아이를 낳아본 입장에서 산부인과가 없다는 게 안 믿기네요. 그러니 다들 도시에 사는 거 아니겠어요?” (강현정, 경북 김천) 

 

<단양 마더스 클럽>은 충북에서 유일하게 산부인과가 없는 단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출산을 위해 가깝게는 제천이나 충주 멀게는 강원도 원주, 경북 영주까지 원정을 떠나야 한다. 또 낮은 출산율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키즈카페 등 아이를 위한 인프라도 없다. 배 속의 아이를 돌볼 곳도, 낳을 곳도, 안심하고 키울 곳도 변변치 않은 이곳에서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걸까?


막막했던 섭외…그리고 ‘뻗치기’

 

막상 취재하려고 하니 엄마들을 어디서 만날지 막막했다. 매년 1,000만 명이 관광하러 오는 단양은 인구 2만 7,000여 명으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다. 지난해 단양에서 태어난 아이는 60명. 쌍둥이가 있다고 가정하면 산모 수는 이보다 적다.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했지만 임신했거나 갓 출산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아이가 없는 곳에서 출산·육아 문제를 다루겠다니… 섭외가 쉽지 않은 기획이긴 했다.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찾아가는 산부인과’였다. 일주일에 두 번, 충주의료원에서 의료진이 방문해 버스 내에 마련된 진료실에서 산모들의 건강을 살핀다. 단양에서 유일하게 산모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일명 ‘뻗치기(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취재 기법)’를 시작했다. 진료일마다 찾아가서 무작정 기다렸다. 많을 때는 6~7명도 찾아왔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단양엔 그 흔한 맘카페도 없어요.” 

“산모 교실에 가려면 적어도 제천엔 나가야 해요.” 

“산부인과도 없는데 조리원 동기는 꿈도 못 꾸죠.”

 

당시 섭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기에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도대체 어디 가면 단양 엄마들을 만날 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이런 말이 돌아왔다. 나중엔 오히려 내가 ‘산부인과는 어디가 좋고, 산모 교실은 어디 가면 있고, 산후조리원이 어디에 생겼다’는 등 엄마들에게 들은 말로 정보를 주기에 이르렀다.

 

 

<단양 마더스 클럽> 포스터 ⒸKBS 청주방송총국

 

 

김미진 씨를 만나면서 ‘단양 마더스 클럽’이라는 엄마들의 소통 모임으로 기획이 구체화됐다. 2021년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취재하면서 만난 미진 씨는 단양에서 10년째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이 소통할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들은 아이를 위한 정보들을 얻고 싶어 하잖아요. 다른 엄마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알고 싶고. 또 환경이 힘드니까 의지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임이 없어요. 특히 임신했을 때는 산부인과마저 없으니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 병원도 자꾸 옮겨 다니고 답답했어요.” (김미진)

 

소통에 대한 갈증은 다른 단양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엄마는 육아용품을 중고 거래하러 갔다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단양에 내 또래 엄마는 나뿐인 것 같았는데, 다른 엄마가 있다니!’ 너무 반가워서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정지수 씨도 정보 교류를 위해 매주 제천으로 육아교실을 다녔다. 아무리 아이를 위해서라지만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아이와 함께 울고 싶어진다고 했다.

 

많은 대화 끝에 미진 씨와 ‘맘카페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미진 씨는 단순한 교류뿐 아니라 단양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커뮤니티를 원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맞은편 단양군 보건소에 소통 공간을 마련한 것은 의료진의 고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료진들은 버스에서 진료하다 보니 마땅한 대기 공간이 없어 산모들이 차 안이나 보건소 복도에서 불편하게 기다리는 걸 미안해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일에 맞춰 소통 공간을 연다면 자연스럽게 산모들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했다.


‘단양 마더스 클럽’의 탄생

 

그렇게 엄마들의 소통 공간 ‘단양 마더스 클럽’이 탄생했다. 엄마들과 전문가 조언을 구해 공간을 꾸미고, 디카페인 커피, 건의 게시판, 물물교환 박스 등 스토리텔링을 위한 장치들도 곳곳에 두었다. ‘편안한 공간에서 차 한잔과 함께 엄마들만의 이야기를 나누세요’라고 현수막도 걸고 전단도 뿌리고 온오프라인으로 열심히 홍보했지만 진짜 엄마들이 찾아올지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아이도 엄마도 적은 단양이니까! 스태프들에게는 호기롭게 아무도 안 오면 그것도 메시지가 될 테니 괜찮다고 말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다행히 첫날부터 많은 분이 찾아줬다. 찾아오는 엄마들이 늘어날수록 ‘단양 마더스 클럽’이 다채로워졌다. 아이 의자부터 바운스, 장난감, 유기농 음료까지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채웠다. 엄마들의 수다는 자연스럽게 아이 키우는 문제로 이어졌다. 모임지기인 미진 씨와 이야기 나누며 방향성을 잡긴 했지만, 대화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단양은 비 올 때나 추울 때 아이를 데려갈 데가 없어요. 키즈카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윤미, 산모)

“첫째가 돌 즈음에 열이 막 났었거든요. 집에 혼자 있고, 차도 없어서 다른 지역 병원에 입원시켰어요. 소아청소년과만 있어도 살기 편할 것 같아요.” (함영미, 작년 출산) 

 

촬영할수록 엄마들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여기서 아이를 못 키우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소아청소년과에 가기 위해선 아픈 아이를 차에 태워 먼 거리를 운전해야 했다. 또 단양의 산모들은 임신과 동시에 어느 지역에서 출산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진료받다 보니 진료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다.

 

“진료 데이터들이 다 이관돼 통합되는 게 아니니까 다른 병원에 가면 처음부터 기록을 쌓아야 해요.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병원을 옮겨 다니면 산모한테도 아기한테도 좋지 않으니 한 곳에 다니라’고 말해요. 그렇다고 제가 선생님을 붙잡고 ‘저도 그러기 싫은데 단양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그렇다’고 할 수 없으니까 ‘네’하고 돌아서는데, 그럴 때마다 꾸중을 듣는 것 같아요. 저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시간 내서 먼 타지까지 가는 건데….” (김지선, 산모)

 

 

충북 분만 산부인과 통계 ⒸKBS 청주방송총국

 

 

이들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지켜봤기에 “꾸중을 듣는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이 방송이 엄마들에게 응원의 목소리가 됐으면 했다. 그래서 엄마들의 어려움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듯 유쾌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내레이션 없이 엄마들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것도 이들의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난 여기서 아이를 낳을 거고 어떻게든 키워내겠지. 나는 부모니까. 내 애가 커서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고향을 만들기 위해 나는 이 자리에서 노력할 것 같아요.” (김지선, 산모)

“조금 불편한 거야. 나도 내 고향이 없어지는 건 싫어. 아직 갈 길은 멀어. 그래도 단양 엄마들이 또 한 번 뭉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잖아? 파이팅하자 우리!” (김미진, 3남매 엄마)

 

방송은 끝이 났고 ‘단양 마더스 클럽’의 미래는 엄마들에게 넘어갔다. 방송 이후 엄마들은 함께 가족 여행을 다녀왔고, 육아용품을 교환하는 장을 여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단양군 보건소에 일주일에 한 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이동 진료를 오게 된 것이다. 촬영 당시 한 엄마가 찾아가는 산부인과처럼 ‘이동 소아과’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 말을 단양군 관계자와 충주의료원 의료진들이 인상 깊게 들은 결과였다. ‘단양 마더스 클럽’이 던진 조그만한 돌멩이가 우리 사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작은 파장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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