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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시사위크 <'초저출생 시대', 다자녀 아빠로 살기>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10-27

기록적인 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 초저출생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8년 첫 아이 출생과 함께 임신과 출산, 육아 일기로 시작된 기획연재가 초저출생 시대 다자녀 아빠의 육아 이야기로 바뀌기까지, 기자가 직접 체험한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2018년 6월 1일 오전 9시 40분. 지금껏 살면서 제게 가장 깊이 각인됐고, 또 앞으로도 그럴 순간입니다. 바로 첫 아이가 태어난 순간이죠. 마치 생일 선물을 주려는 듯 제 생일에 꼭 맞춰 딸아이가 태어난 그때 그 신비로운 감정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으면서도 여전히 생생하기만 합니다.

 

모든 게 설레고 낯설던 그 무렵, 제게 또 다른 의미로 각인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초저출생 문제였는데요. 어느 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뉴스를 통해 한 해 출생아 수가 30여만 명이라는 걸 듣게 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어쩌면 일상적인 소식일 수 있는 내용이 저에겐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죠. 어릴 적 익히 들었던 ‘60만~70만 수험생’이란 표현이 떠오르면서 불과 30여 년 만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절반이나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전에도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연했던 현실을 무서울 정도로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 문제를 전보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마주한 건 절망이었습니다. 먼저, 이대로 초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재앙에 가까운 여러 문제에 부딪힐 것이 불 보듯 뻔했죠. 당장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일할 사람과 소비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사람들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나라를 지킬 군인을 비롯해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인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습니다. 젊은층의 부양 부담이 크게 가중되는 것도 큰 문제고요. 특히 지방에서는 각종 문제가 더 먼저, 더 빠르게 나타나며 최근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소아과 대란 같은 시스템의 붕괴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자가 체감한 초저출생 원인

마주치는 건 절망 뿐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찾는 것이 출발점일 텐데요. 초저출생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를 따지고 들어가 봐도 마주치는 건 역시 절망이었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나 경력 단절을 비롯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넘어 일자리부터 결혼, 주거 등 여러 청년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난제들이 총망라돼 있죠. 여기에 결혼 및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등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고요.

 

조금 고지식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생물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무엇일까요. 아마 생존일 겁니다. 그리고 이 생존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의 생존, 그리고 종의 생존이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종의 생존을 포기하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고, 무척 중요한 결정인 거죠.

 

물론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는 다른 고등한 존재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철저히 각자의 자유의지로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얼마나 절망적으로 느끼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런 지적도 합니다. 인구가 꼭 많아야 하냐고요. 인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 등 또한 심각한 만큼,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로봇이나 AI 같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까지 있으니 오히려 시대 흐름에 맞는 일이라고도 하고요. 

 

적극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인구가 많고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반드시 좋은 사회인 건 아닙니다. 지나치게 높은 출생률이나 출산율도 많은 사회문제를 불러오고 국가 발전을 저해합니다. 당장 지금도 우리와는 정반대로 출생아가 너무 많아 고민인 나라가 적지 않죠. 우리만 해도 불과 수십 년 전엔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속도와 정도입니다. 출생 인구가 완만하게 감소해 간다면 큰 문제 없이 연착륙이 이뤄질 테지만, 지금 우리의 출생 인구를 비롯한 각종 인구 관련 지표의 감소 속도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절벽’이나 ‘추락’ 같은 표현에 무리가 없죠.

 

또한 그 정도도 단순한 인구감소를 넘어 사회의 존속 자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까지 떨어졌는데요. 여기서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 국가의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의미하는 ‘대체 출산율’이란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 지표가 2.1 정도로 여겨집니다. 합계출산율이 2.1은 돼야 지금의 인구가 유지된다는 건데, 우리의 수치는 3분의 1 수준인 겁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생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도 합계출산율이 1은 넘습니다. OECD 가입국 중 합계출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생생한 육아현실 보여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 덧붙여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게 된 기획연재의 처음 제목은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였습니다. 큰 주제는 이제 막 첫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초보 아빠 기자가 좌충우돌 육아에서 체감한 초저출생 문제였죠. 직접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중고 거래를 통해 육아용품을 구비하고, 육아휴직 급여나 육아 관련 지원금을 받고, 육아 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가는 등 육아를 하며 직접 겪고 부딪힌 일들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또 육아 또는 초저출생 문제 해결과 관련해 새로운 제도나 좋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고, 아빠의 출입을 막았던 수유실처럼 직접 겪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을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거나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제안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연재를 이어오던 중 2020년 9월,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022년 12월엔 뜻밖에 찾아온 막내까지 태어났죠. 초보 아빠였던 제가 어느덧 삼 남매를 둔 베테랑 다자녀 가정 아빠로 거듭난 겁니다. 때문에 더 이상 초보 아빠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게 됐고, 제목을 <초저출생시대, 다자녀 아빠로 살기>로 바꿔 연재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는 초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많은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지급되는 지원금은 첫째 때 50만 원이었던 것이 막내 땐 200만 원으로 늘었고, 매달 지급되는 지원금도 크게 확대됐습니다. 배우자 출산휴가조차 턱없이 짧고 실효성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이제는 남성 육아휴직자도 제법 늘어났죠. 제가 5년 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했던 영유아와 함께 타기 좋은 택시가 ‘서울엄마아빠택시’로 현실화하기도 했고요. 초저출생 현상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각종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올해 들어 두 명의 친구가 나란히 쌍둥이 임신 소식을 전해왔는데, 모두 회사에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더군요. 두 친구 모두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데도 말이죠. 분명 많은 개선과 발전이 이어지고 있긴 하나, 실효성 측면에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는 쪽에선 각종 제도 신설과 강화가 그림의 떡에 그치며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키우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고요. 

 

첫 아이가 태어난 2018년,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2만 7,000명이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2020년엔 27만 2,000명이었고요. 막내가 태어난 2022년엔 24만 9,000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많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방향을 바꿀 기미가 없는 출생아 수 추이는 갈 길이 먼 우리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바람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나 합계출산율 같은 지표가 지난해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꼭 쓰고 싶습니다. 부디 그날이 너무 늦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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