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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 OTT계의 지각변동] 토종 OTT 간 경쟁 심화와 KBS+ 출시까지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10-27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수혜를 누렸던 OTT 시장의 분위기가 불과 몇 년 새 급변했다. 지난해 가입자가 크게 줄면서 재원 마련이 어려워졌고 올해 글로벌 경제 둔화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 OTT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올해 국내 OTT 업계는 격동기를 맞았다. 극심한 경쟁 속 시장에서는 낙오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왓챠가 매각설에 휩싸인 데 이어 올 초에는 IHQ가 백기를 들고 OTT 사업을 접었다. 내년에는 대대적인 시장 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사업자 간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올해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따라 사업자의 명운도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남겨진 사업자의 과제는 재원 확보다. 이를 위해 국내 OTT는 독자 행보를 이어갈지, 다른 사업자와 연합전선을 구축할지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에 나섰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수익 사이 딜레마

 

글로벌 OTT 시장은 커졌지만,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세계 구독형 VOD(SVOD)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는 2024년 8.6%로, 2020년 36.4%와 비교하면 둔화세가 확연하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사업자 간 경쟁은 심화됐다. 미국 미디어 데이터 분석기관 휩미디어(Whip Media)가 지난 9월 발표한 ‘2023 미국 OTT 만족도 조사’에선 미국 OTT에 대한 구독자 만족도가 대체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조사결과 구독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플랫폼(HBO 맥스)과 가장 낮은 플랫폼(피콕) 사이의 점수 격차는 14%포인트에 불과했다. 2022년에 이 격차는 26%포인트였다. 

 

문제는 수익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해외 주요 OTT 가운데 수익을 낸 것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의 영업 적자는 2022년 기준 2,964억 원으로, 2020년(385억 원)과 비교하면 약 8배 커졌다. 

 

이처럼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는 건 OTT 업체들이 콘텐츠 제작에 지속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독자를 확보하려면 제작이든 수급이든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해야 하지만, 1~2만 원 수준의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의 특성상 돌아오는 수익은 적다.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디즈니플러스 <무빙>의 제작비가 각각 300억 원, 5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OTT 사업자가 제작비를 확보하기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현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콘텐츠에 자막·더빙을 입히는 등 콘텐츠 현지화 작업에만 막대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막 제작에만 1편(1시간 기준)에 수십만 원이 투입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까지 위축되며 현재 웨이브만이 당초 계획대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미주 지역 OTT 플랫폼 코코와(KOCOWA)를 인수해 미주 시장에 간접 진출하면서다. 

 

반면 티빙은 2022년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 미국 등 주요 거점 국가에서 K-콘텐츠 열풍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으나 잠정 보류한 상태며,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던 왓챠도 추가 진출 계획을 접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설 무산됐나

 

대신 OTT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자는 논의가 최근 사업자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 7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제기됐는데,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주축이 돼 콘텐츠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OTT 통합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업자 간 통합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으나, 사업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지향점이 달라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양사 간 합병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0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 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는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를 상대로 한국 OTT가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티빙에 OTT 통합을 제안했지만, 티빙 측이 “웨이브로부터 제안받은 바 없다”고 일축하며 합병설은 허무하게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병설은 업계에서 꽤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는데, 양사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내부적인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협력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웨이브와 티빙의 영업 손실은 각각 1,216억 원, 1,191억 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 

 

특히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지난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 인수합병(M&A)에 따른 부담으로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피프스시즌은 미국작가조합(WGA) 총파업으로 당초 계획했던 영화와 드라마, 각종 TV 프로그램 등의 제작을 중단하거나 연기해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합병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양사 중복 가입자가 많기에 합병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OTT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유료 OTT 가입자 과반수가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SDI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7%가 두 개 이상의 유료 OTT를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한 개 서비스만 이용하는 이용자는 39.3%에 불과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중복 가입자를 고려하면 양사가 합쳐져도 가입자가 두 배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합병 시 넷플릭스에 사실상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양사가)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수준으로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냐도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합병 시 지분 정리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웨이브 최대 주주는 SK스퀘어(지분율 40.5%)이고, 지상파 3사도 각각 19.8%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티빙도 1대 주주 CJ ENM(48.85%)을 비롯해 KT스튜디오지니(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복잡한 구조다. 

 

이 같은 이유에설까. 업계에선 웨이브와 티빙 간 합병 논의가 결국 무산됐다고 전해진다. 


티빙 제친 쿠팡플레이

 

올해 토종 OTT의 고전 속 눈길을 끈 건 쿠팡플레이의 선전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로써 쿠팡플레이는 지난 8월 티빙을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두 달 연속 2위 자리를 지켰다. 9월 쿠팡플레이와 티빙의 MAU는 각각 531만 7,417명, 512만 2,396명이었다. 

 

MAU는 수많은 성과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쿠팡플레이의 선전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만이 OTT의 성공 전략처럼 여겨진 가운데,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없이 이룬 성과기 때문이다. 

 

그동안 쿠팡플레이는 오롯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만 집중해 왔다. 모기업인 쿠팡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향후 쿠팡플레이가 고정 팬층이 확실한 스포츠 콘텐츠 확보를 통해 구독자를 늘리는 동시에 광고 매출로 수익을 이원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미디어 사업자는 이미 스포츠 중계 시 대체 광고를 송출해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OTT 시장이 가입자 구독 시장에서 광고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광고의 경쟁력은 실시간 방송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OTT 콘텐츠는 대부분이 주문형비디오(VOD)인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권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OTT도 광고요금제 출시를 통해 이원화된 수익 구조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광고요금제는 콘텐츠에서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대신 구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TV+를 제외한 해외 주요 OTT는 이미 광고요금제를 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캐나다·독일·이탈리아·일본·호주 등 12개국에서 ‘광고형 베이직(Basic with ads)’ 요금제를 처음 선보였으며, 12월에는 디즈니플러스도 월 7.99달러(약 1만 850원)의 저가형 광고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를 도입했다.

 

광고요금제의 효과도 입증됐다. 신규 가입자를 대거 확보한 것은 물론, 수익성도 개선됐다. 넷플릭스가 올 1분기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준 월 6.99달러(약 9,500원)의 광고요금제 가입자 한 명에게서 월 구독료 외 광고로 발생하는 수익은 최소 8.5달러(약 1만 1,000원)다. 기존 가입자가 광고요금제로 하향해 오히려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비껴간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창업자 겸 공동 CE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에서 “제이슨 킬라(Jason Kilar, 전 훌루 CEO)는 프리미엄 광고로 성공을 거두면서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더 나은 모델임을 증명했다”며 “그동안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채택을 꺼리고 몇 년 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국내 OTT의 입장에서 수익 다각화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까진 광고 시장에 대한 OTT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전망”이라며 “콘텐츠 릴리즈 방식과 요금제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봤다.


공영방송까지 가세, 다가온 선택의 순간

 

내년 OTT 사업자 간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기존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던 공영방송까지 스트리밍 시장에 가세하는 추세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경우 지난해 이미 OTT를 출시했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대한 고민이 자리한다. 영국 정부가 BBC 수신료를 동결하고 나아가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BBC의 TV 수신료 수익은 2021년 기준 37.5억 파운드(약 6조 1,756억 원)로 BBC 전체 재정의 74%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KBS가 최근 무료 OTT인 ‘KBS+’(케이비에스 플러스)를 공개했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이후 수신료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 OTT가 공영방송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로부터 나온다.

 

최근 국내 OTT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과감한 시도를 하기엔 어려운 재정 상황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젠 정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등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플랫폼은 절대적인 수준의 가입자를 유지하지 못하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로컬 사업자가 되어 넷플릭스가 제공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할지, 글로벌 사업자가 될지 선택의 순간에 도달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로 간다면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할 때 3위 통신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약한 고리’ 전략을 썼지만, 국내 OTT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그 반대인 ‘강한 고리’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며 “현지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번들링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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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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