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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JTV 전주방송 <아찔한 농어촌버스>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4-02-23

전라북도 무주·진안·장수군을 연고로 한 무진장여객은 수년간 속도계를 무단으로 조작한 버스를 운영해 왔다. 버스 승객의 대부분은 노인들이었다. JTV 전주방송은 이 같은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위험에 방치된 승객의 안전을 확보했다. 그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무진장여객 소속 버스 기사로부터 받은 영상은 황당했습니다. 16인승 버스는 달리고 있는데 차량 계기판에는 노란색, 빨간색 경고등이 7개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도 속도계는 0을 계속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런 버스가 7대 있었습니다. 이 버스들은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승객을 싣고 300km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무진장여객은 전북에서도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무주, 진안, 장수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세 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해봐야 7만 명이 채 안 됩니다. 세 곳 모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5%가 넘습니다. 낙후된 지역에서 노인들의 대중교통 선택지는 적습니다. 반대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조금만 걸어서 나가면 원하는 물건을 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도시와는 다릅니다. 

 

도시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했다면, 엉망인 상태로 방치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 노인은 문제를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터미널에서 버스 계기판 사진과 영상을 보여줘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뭔가 바뀔 때까지 지적하지 않으면,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발성 보도에 그친다면 버스 회사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정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또 속도계를 뽑은 채 달릴 게 분명했고, 진안군은 지금껏 해온 것과 같은 관성적인 점검 한 번 더 하는 것에 만족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보도를 기획했습니다.


속도계 뽑고 운행한 농촌 버스

 

취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자가용 차량 대시보드에 들어있던 매뉴얼을 꺼냈습니다. 매일 운전하는 자동차지만, 차량의 상태를 알리는 경고등의 의미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매뉴얼에 나온 경고등의 의미를 하나씩 비교해 가며 사진에 나온 차량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은 정비사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속도계 문제였습니다. 제보해 준 버스 기사들은 매연저감장치에서 생긴 문제로 차량의 출력 문제가 발생했고, 회사에서는 해결 방법을 찾다가 속도계 케이블을 뽑아보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습니다. 

 

무진장여객은 매연저감장치가 고장이 잦은 부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번 수리하는데 8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고쳐도 한 달가량 지나면 고장이 반복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문제가 된 16인승 버스를 만든 자일대우도 폐업해 부품 찾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속도계를 빼고 버스 운행을 지속했고, 별도로 속도계를 구입해 대체했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적이 있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자일대우가 폐업한 시기는 2022년이었고, 버스 출력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9년, 2020년이었습니다. 무진장여객은 차량 자체의 결함에 대해 버스 제조사에 항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운수회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을 방치했던 것입니다. 

 

무진장여객을 취재하는 과정은 ‘이렇게 쉬워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도계를 뽑고 운행했다는 걸 쉽게 시인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등록증과 검사 기록 등도 확인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받았습니다. 당당했던 이유는 자신들의 행동이 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을 자체적으로 차량을 수리해 운행하게 만든 임기응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진장여객에서 운영하는 16인승 버스의 계기판 ⒸJTV 전주방송

 


실태엔 무관심… 

서류만 검사한 지방자체단체

 

무진장여객은 정기 차량 검사를 받을 때만 차량을 수리했습니다. 매연저감장치를 교체하고, 속도계 케이블을 다시 연결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매번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등록증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적 주행거리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안군은 공업사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줬다는 것만으로 버스의 상태가 괜찮다고 판단했습니다. 주행거리가 적혀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본인들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니 공업사의 판단만 확인해 왔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받았습니다. 

 

속도계가 움직이지 않는 차량이 정상이 아니라는 건 차량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안군에서는 관성적으로 검사 결과지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버스 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무주군과 장수군은 진안군에서 검사 결과를 받았으니, 의심조차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운행하는 버스에 직접 탑승해 상태를 확인한 적도 없었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버스의 안전을 점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규정에 없는 확인 방법이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진안, 무주, 장수 등 무진장여객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통안전공단이 함께하는 별도 조사도 있었습니다. 무진장여객은 해당 조사도 모두 통과했습니다. 차량 점검표를 확인하니 20여 가지의 조사 항목 가운데 ‘차량 구조와 장치의 임의 변경’ 사항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속도계 케이블을 뽑은 상태로 운행해 왔다면 이 부분을 잡아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차량을 작동시키며 검사하지 않아 문제를 잡아낼 수 없었습니다. 시동을 꺼놓은 채 외관을 검사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매일 진안군 대중교통팀에 전화하고, 차량 검사에 관해 물었습니다. 기자라서 누구보다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건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납득의 순간이 올 때마다 그것을 부정하고, 물음표를 던지는 지겨운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자신이 담당하지 않을 때 발생한 일이라는 답변에는 이전 담당자까지 찾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도 찾았습니다.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무진장여객과 같은 기종의 차량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양구군은 경찰과 함께 적극적으로 점검에 나서 결함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이들은 문제를 파악해 버스 업체에 정비 명령을 내렸습니다. 손을 놓고 있던 진안군과는 달랐습니다. 보도할 때 참고만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따로 리포트를 제작했습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도해, 진안군에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3년 넘게 방치된 버스를 멈춰 세우다 

 

보도가 나간 후 진안군은 무진장여객에 72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습니다. 문제가 된 16인승 버스 6대에는 운행 정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이후 6일 만이었습니다. 3년 넘게 방치된 버스를 멈춰 세웠습니다. 무진장여객은 대체 버스를 투입하고, 문제가 생긴 버스는 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를 기획하면서 목표로 했던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년간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운행한 버스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속도계 케이블을 의도적으로 뽑아 운행해 결과적으로 차량 자체의 주행거리가 변했다면, 이를 형사고발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속도계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 차량의 주행거리가 기록되지 않는다는 건 차량 관리에서 상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권해석에 대한 변호사들의 판단도 같았습니다. 반드시 위태로운 주행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어도, 이 정도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로는 충분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주행거리의 변화가 없는 차량의 정기 검사 결과지 ⒸJTV 전주방송

 


버스 안전 문제, 여기가 끝은 아닐 것

 

무주, 진안, 장수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승객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할 수 없는 고령층입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안전할 권리는 모두에게 있습니다.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태로운 버스에 몸을 맡겨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 보도의 가치는 시민들에게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되찾아 준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진장여객은 문제가 된 버스를 교체하고, 진안군은 무진장여객을 고발해 이번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대중교통 안전 문제가 전북 다른 지역에는 없는지 확인하지 못한 건 여전히 과제로 남았습니다. 우연히 무진장여객에 관한 제보를 받아 취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11개 시군을 다니는 버스에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버스 운행 상태를 현실적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에, 전북 내 다른 지역 버스 운행 실태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도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대중교통 실태에 관한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저희는 전북 지역 방송이기에 무주, 진안, 장수 지역을 중심으로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된 지역과 비슷하거나 더 열악한 상황에서 버스가 운행되는 곳이 분명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 언론이 이러한 문제를 찾아서 책임을 묻고, 해답을 제시하는 일이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버스를 탈 수 있는 내일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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