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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2030세대의 시사 친구, <듣똑라>가 남긴 것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2-23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뉴스미디어 <듣똑라>가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그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듣똑라>를 돌아보며, 언론에 다양한 미디어 실험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편집자 주

 

 

듣똑라 서비스 종료 안내 이미지 ⓒ듣똑라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는 2019년 정식 출발한 중앙일보의 뉴스 서비스였다. 뉴미디어 실험의 하나로 팟캐스트와 유튜브, 지식 콘텐츠 시리즈 등 지난 5년간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구독자 수는 유튜브 채널 43만 명, 오디오클립 6만 명, 팟캐스트 4만 명 등 총 70만 명이 넘는다. 

 

그런 <듣똑라>가 지난 2023년 12월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독자들은 당황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듣똑라> 측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콘텐츠 시장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상황과 정책의 변화로 듣똑라의 여정을 여기서 멈추게 됐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저희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듣똑라>가 여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듣똑라>의 행보를 돌아보며 뉴미디어 실험의 의미와 한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사내벤처로 성장한 <듣똑라>

 

2015년 중앙일보는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라는 이름의 장기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30세대 젊은 기자들이 당시 같은 세대의 사회·직장 생활, 연애, 주거, 정치, 문화 등을 취재해 보도한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해당 기획은 막을 내렸지만 일부 기자들이 토요일에 모여 <청춘라디오>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제작에 나섰다. 이것이 <듣똑라>의 전신이었다. <청춘라디오>는 2017년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9년 정식 서비스로 자리잡기 이전까지, <듣똑라>는 기자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운영됐다. 제작비 지원 없이 기자들이 개인 시간과 비용을 쏟아가며 미디어를 운영했다. 홍대 부근 녹음실을 빌려 콘텐츠를 만들었다. 수년간 쉬는 날에 출근해 방송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뉴스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기사라는 정해진 틀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공급자 중심의 뉴스를 벗어나 독자 중심의 뉴스로 관점을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했으며 공개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코어 팬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들은 취재 후 기사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방송에 담아낼 수 있었다. 어려운 뉴스는 쉽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김효은 기자는 독자들의 반응에서 힘을 얻어 2년간 사이드 프로젝트로 방송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팟캐스트에서 유튜브로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 <듣똑라> ⓒ듣똑라

 

 

2019년 당시 중앙일보에선 디지털 서비스를 인큐베이팅하는 ‘뉴스랩’이라는 이름의 부서가 출범했다. <듣똑라>는 해당 부서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본업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효은 기자가 키를 잡았고 정치부에 있던 이지상 기자, 사회부에 있던 홍상지 기자가 팀에 합류했다. 출발 당시 내걸었던 슬로건은 ‘밀레니얼의 시사 친구’였다. 

 

<듣똑라> 제작진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후 독자 분석에 나섰는데, 당시 청취자의 80%가 2030세대였다. 그래서 밀레니얼이란 키워드를 내세울 수 있었다. 친구라는 키워드는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말고 여러 생각을 가감 없이 나누자는 뜻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댓글 등으로 활발히 반응하는 독자들이 많았고, <듣똑라> 팀은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다음 콘텐츠 제작에 독자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듣똑라>의 독자층은 계속 단단해졌다.

 

2020년 <듣똑라>는 큰 변화를 맞았다. 중앙일보 뉴스랩 부서가 사라지고 해당 부서에 소속됐던 <듣똑라>는 사내벤처로 확대됐다. 기자 3명이 유닛으로 활동했던 팀을 회사가 본격적으로 밀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후 경제부 이현 기자를 영입해 기자 4명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뉴스랩 산하 시절 다른 팀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던 PD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을 충원해 조직을 갖췄다.

 

이후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반응은 뜨거웠다. 채널 운영을 시작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구독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다루는 이슈 역시 다양해졌다. 기존에 운영하던 팟캐스트는 뉴스와 커리어를 중심으로, 유튜브에선 라이프 스타일·경제·건강·문화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했다. 뉴스레터를 운영하기도 했고 자체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유료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4년가량을 운영하는 동안 7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듣똑라>에 모여들었다. 운영 마지막 해가 된 2023년에도 <듣똑라>는 팟캐스트 선정 ‘올해의 인기 프로그램’에 오르기도 했다.


2030세대의 시사 친구, <듣똑라> 성공의 비결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언론사가 올드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뉴미디어 실험을 이어갔다. 언론사에 뉴미디어 팀이 등장해 한창 콘텐츠를 쏟아낼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콘텐츠 제작 구성원들이 대부분 젊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소수의 정규직 직원이 키를 잡고 프리랜서나 계약직 형태로 인원을 충원해 운영했다. 이들의 처우나 업무환경은 좋지 않았고 불안정성 또한 높다 보니 콘텐츠 자체에도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듣똑라>도 여러 시도 중 하나였지만 다른 레거시 미디어의 뉴미디어 팀과 차이가 있다면 Topdown(톱다운)이 아닌 Bottom-up(바텀업) 방식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회사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일부 기자가 자발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작 일선에 있는 기자들이 자신을 내세워 애정을 담아 콘텐츠를 기획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효은 기자는 아웃스탠딩과의 인터뷰를 통해 <듣똑라>가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 기준 5가지를 설명한 바 있다. 첫째, 뉴스와 지식 사이를 추구한다. 시의성 있는 이슈와 그 속에 담긴 지식 사이를 채워주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온디맨드(On Demand) 뉴스를 추구한다. 독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뉴스를 제작하는 것이다. 셋째, 임파워링(empowering)이 필요하다. 독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현장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넷째, 불편하지 않은 뉴스를 지향한다. 교조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말이 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섯째, 다양한 채널로의 연결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 채널을 끊임없이 확장해 독자들을 먼저 찾아가고 지속적인 연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듣똑라> 콘텐츠 제작 현장 모습 ⓒ듣똑라

 

 

제작진의 진심은 팬덤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뉴스레터, 오프라인 행사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팬덤이 모여들었다.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었다. <듣똑라>가 이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특정 세대를 위한 뉴스가 필요했고, <듣똑라>는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미디어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평균 실종과 취향의 세분화다. 전 국민이 하나의 드라마, 하나의 예능에 열광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모두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뉴스 콘텐츠만큼은 이 같은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2030세대의 시사 친구를 지향했던 <듣똑라>의 콘텐츠는 그들에게 가닿았다. 특히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가득 담아냈다. 팀을 이끌었던 기자와 제작진은 물론 초대 손님도 대부분 여성이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민감한 젠더 이슈를 가감 없이 다루었다. 특정 세대를 위한 뉴스 콘텐츠를 독자들이 필요로 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중년 남성들이 등장해 가르치는 듯 설명하는 뉴스 콘텐츠가 주류인 가운데 <듣똑라>의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야 한다.

 

둘째, 독자들이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고, <듣똑라>는 거기에 발맞춰 독자들과 적극 소통했다. <듣똑라>는 사이드 프로젝트 시절부터 독자들과의 소통에 진심이었다. 채널을 불문하고 독자들은 댓글과 메일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풀어달라 요구하기도 했으며,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초대해달라 요청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제작진은 이를 적극 반영해 콘텐츠 기획에 나섰다. 특히 기자들은 물론 제작진 역시 대부분 2030 여성이었던 만큼 독자들의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또 상황에 공감했다. 2020년 <듣똑라>는 ‘원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후 위기, 동물권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SNS를 통해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에 독자들은 반응해 참여 인증에 나서기도 했다. 콘텐츠가 독자 행동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이어졌다. 오래전부터 <듣똑라>를 지켜본 이들은 스스로를 <듣똑라>의 가족이라 인식하고 있다.

 

셋째, 미디어 브랜드가 하나의 IP로 성장해 다양한 채널에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본격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구독자 20만 명이 몰렸다. 이미 형성한 브랜드 가치가 다른 채널에서도 작동한 것이다.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넘어 인스타그램 등의 SNS, 뉴스레터 등 다양한 채널에서 여러 포맷으로 콘텐츠를 제작했고 대부분 긍정적으로 작동했다. 또 각 채널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김효은 기자가 과거 <신문과방송>을 통해 설명한 예1)를 가져와 보면, <듣똑라> 제작진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전시를 다룬 바 있다. 당시 제작진은 사전 취재 내용을 뉴스레터에 쓰고, 현장 취재 과정을 유튜브 브이로그에 담고, 큐레이터를 섭외해 팟캐스트 인터뷰 방송을 제작했다. 방송에서 인상적인 멘트를 골라 SNS로 노출했다. 이후 청취자들이 미술관을 함께 투어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보내왔다. 비디오와 오디오, 텍스트, 오프라인 등으로 콘텐츠의 형태를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RACE(레이스)’라는 이름의 유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그들의 콘텐츠 실험은 계속되고 있었다.

 

 

<듣똑라> 서비스 종료 안내문 ⓒ듣똑라

 

 

<듣똑라> 왜 멈출 수밖에 없었나

중소형 미디어 스타트업의 한계

 

<듣똑라>의 서비스 종료 소식은 갑작스러웠다. 종료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듣똑라> 제작진은 서비스 종료 공지를 통해 ‘콘텐츠 시장을 비롯한 내외부적인 상황과 정책의 변화로 <듣똑라>의 여정을 여기서 멈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듣똑라>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내외부적인 상황과 정책의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내부에서 이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야 그 이유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듣똑라>를 응원하며 지켜본 관찰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 이유를 조심스레 추측해 볼 수는 있겠다.

 

<듣똑라>가 중앙일보 비즈니스 성과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이 이유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부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디어 언론 시장의 부진이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중앙일보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4년 2월 현재 2023년 재무제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반기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 등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JTBC는 누적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추진하기도 했다.

 

<듣똑라>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즈니스 성과가 필요했다. <듣똑라>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크게 2가지, 브랜디드 콘텐츠와 유료 콘텐츠 제작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성과는 크게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종료 시점 당시 <듣똑라> 조직은 기자 5명, PD 4명, 마케터 2명,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작비 대부분이 인건비였겠지만, 이것만 해도 매달 수천만 원 수준이다. 동시에 광고 시장은 꾸준히 축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고 매출에 의존하는 중소형 미디어 스타트업 대부분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듣똑라> 역시 드라마틱한 매출을 만들어 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듣똑라> 제작진이 말한 내외부적인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중소형 미디어 스타트업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미디어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가 충돌할 때 주로 미디어 가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듣똑라>의 경우 콘텐츠의 가치를 키우는 데 들인 노력에 비해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는 소극적이었다. 다만 광고, 커머스 등 사업 개발에 나섰다면 매출은 늘었겠지만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가깝다.

 

둘째, 특정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는 해당 독자들의 반응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이는 곧 확장 가능성의 한계를 만들기도 한다.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처럼 <듣똑라>는 단단한 팬덤을 형성했으나, 해당 팬덤은 2030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영향력의 한계를 뜻하기도 한다. 콘텐츠가 날카로울수록 공감의 크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셋째, 대형 플랫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듣똑라>는 처음부터 플랫폼에 올라탔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뉴스레터 등 여러 플랫폼에서 영향력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각 플랫폼과 트래픽의 수혜를 나눠야 한다. 또 플랫폼의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광고 규정과 콘텐츠 유료화 등도 플랫폼의 규정 내에서 시도할 수 있다. 

 

<듣똑라> 오프라인 행사 모습 ⓒ듣똑라 

 

거듭 언급하지만 이는 <듣똑라>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 미디어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한계다. 스타트업 대부분의 여정을 살펴보자. 초기에는 기존의 미디어와 다른 형태로 콘텐츠를 만들어 주목받고 특정 세대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이후 투자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해 투자한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남기는 속도가 비용을 소진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지만 초기에 추구했던 미디어 가치와 충돌하며 고민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가고 브랜드 주목도는 점차 흐려지면서 결국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 다소 과격하게 정리했지만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이 이러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나의 브랜드였던 <듣똑라>

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사내벤처 형태였다는 이유로 날카로운 기준에 맞춰 <듣똑라>의 여러 면을 돌아봤지만 끝내 삼켜지지 않는 지점이 있다. <듣똑라>는 ‘사내’ 벤처로 자리하고 있었고, 그 회사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미디어 그룹이다. 그런데 10여 명짜리 조직 하나 끌고 갈 여력까지 사라진 걸까? 필자 역시 <듣똑라>의 독자로서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단순히 돈을 벌지 못했기에 실패한 실험이라고 보기엔 <듣똑라>의 가치가 너무 컸다. 제작진이 열정을 쏟아 만들어 낸 가치 속에서 뉴스 콘텐츠의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듣똑라>는 기자의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독자는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볼 만한 뉴스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독자는 좋은 뉴스 콘텐츠에는 주인 의식을 느끼며 제작 과정에도 적극 참여했다. 미디어 역시 하나의 브랜드 IP로 자리잡아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듣똑라>는 증명했다.

 

김효은 기자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저에게 <듣똑라>는 30대 그 자체죠. 제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2년 동안 했고 정식 서비스를 5년 했으니 30대의 대부분을 <듣똑라>를 생각하면서 보냈거든요. 저의 치열했던 30대의 시간을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듣똑라>에게 얘기하고 싶네요”라고 전했다.

 

안 되는 이유에 집중해선 성공할 수 없다. 실패의 이유가 아니라 성공 가능성에 집중할 때 혁신이 이뤄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미디어 시장에서의 실패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어디선가 <듣똑라>가 남긴 가치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길, 그리고 또 다른 실험이 이어지길 바라본다. 

 

 

 

 

 

 

1) 김효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사친구가 되기 위한 도전과 실험>, 《신문과방송》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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