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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저작권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과 뉴스미디어 업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됐다. 드러내지 않고 뉴스를 학습하는 AI에 대한 대가 요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미디어 업계와 빅테크 기업의 저작권 논쟁 현황과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구글과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이 등장한 이후 미디어 업계와 주로 갈등을 빚은 대목은 뉴스 콘텐츠 사용료 문제였다. 뉴스로 얻은 이익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 미디어 업계의 핵심 요구였다. 플랫폼 기업이 뉴스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얻는 데 반해 언론사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에서 2019년 4월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DSM 저작권 지침)’을 도입하면서 양측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DSM 저작권 지침은 음악인, 연주자, 작가, 뉴스 발행인과 언론인의 저작물이 구글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되면 플랫폼 측에서 저작권자에게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이 언론 저작물로 수익을 낼 경우 그 수익에 대한 적절한 분배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빅테크 기업과의 힘의 격차를 EU라는 거대 시장의 법 제도가 어느 정도 메워줄 수 있었다.
구글은 이 지침을 가장 먼저 국내법으로 도입·시행한 프랑스에서 뉴스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오히려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2019년 11월 프랑스 신문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에 구글도 소송으로 맞섰으나 결국 패소하고 2022년 1월 프랑스 종합신문사연합과 뉴스 콘텐츠 노출 및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EU 회원국 언론사들과 뉴스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싸움은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됐다. 호주도 2021년 뉴스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메타가 뉴스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는 등 갈등 끝에 호주 정부와 메타, 구글은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약 2억 호주달러(약 1,746억 원)의 뉴스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6월 캐나다도 비슷한 법안을 도입했다. 메타는 이에 반발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캐나다 뉴스 링크를 차단했으나 구글은 캐나다 정부와 연간 95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C4 데이터 세트에 사용된 토큰 수를 기준으로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언론사 웹사이트가 상위에 올라 있다. 특허 문서 등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모은 웹사이트도 최상단에 있다. <출처 – https://doi.org/10.48550/arXiv.2104.08758>;
생성형 AI, 뉴스 저작권 갈등의 새 진앙지로
뉴스 저작권을 둘러싼 빅테크 기업과 미디어 업계의 갈등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확대됐다. 이전까지의 싸움이 플랫폼에 뻔히 보이는 뉴스를 두고 벌어졌다면, 이번 싸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동의 없이 사용된 뉴스에 어떻게 대가를 받을 것이냐의 문제다. 언론계가 맞선 주된 상대도 구글에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그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로 바뀌었다.
챗GPT가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이 능력은 대규모 언어모델(LLM)로 확보했고, 이 LLM 학습에 막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가 사용됐다. 그 데이터의 대부분은 저작권이 있는 책을 비롯한 언론·출판물이다. 메타와 오픈AI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그들의 모델은 주로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공공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영리 단체 커먼 크롤(Common Crawl)에서 스크랩한 데이터로 학습됐다. 커먼 크롤은 2018년에만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수십만 개의 기사를 복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 콘텐츠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손쉽고도 매력적인 먹잇감이었다. 온라인상에서 구하기 쉬운데다 고품질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데이터였기 때문이다. 또 중층적인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쳐 정보의 정확성과 문장의 완성도가 높고,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까지 했다.
실제 AI 학습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뉴스 콘텐츠의 비중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4월 구글의 T5와 페이스북의 라마(Llama) 등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에 사용된 구글의 C4 데이터 세트를 분석했다. C4 분석 결과 학습에 이용된 상위 10개 웹사이트의 절반은 뉴욕타임스(4위)와 LA타임스(6위), 가디언(7위)과 같은 뉴스 사이트였다. 오픈AI의 챗GPT는 학습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지 않아 제외했는데, 2020년 출시된 GPT-3의 훈련 데이터만 C4에서 웹스크래핑한 데이터의 4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GPT-3 훈련에 커먼크롤 데이터를 비롯해 뉴스 사이트 자료들이 사용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동의 없이 전송·복제해 활용했다는 점이 법적 논란이 된 후 AI 기업들은 이전과 달리 훈련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타는 저작권이 있는 출판물을 허가 없이 모아놓은 ‘Books3’를 포함해 자사의 LLM인 라마의 첫 버전을 훈련하는 데 사용한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고 공유했지만 최신 버전에선 침묵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웹 검색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성된 답변을 내놓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웹상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사 입장에선 동의 없이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한 것도 부당한데, 생성형 AI가 웹 검색을 대체하면 뉴스 사이트로의 유입률이나 광고 수입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최신 학습 데이터가 끊임없이 들어와야 뉴스에 비견할 만한 새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뉴스의 완전한 대체제는 될 수 없지만, 과거 기사를 검색할 필요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공정이용 VS ‘훔친 물건’
미디어 업계는 수많은 자원을 투입해 만든 언론 저작물에 무임승차 하지 않도록 AI 학습에 뉴스를 사용할 때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기여와 보상 체계가 마련되면 더 다양하고, 질 높은 언론 출판물이 만들어지면서 생성 AI의 혁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논리에서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뉴스 콘텐츠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뉴스미디어 업계는 학습에 활용한 뉴스 콘텐츠의 범위와 분량, 활용의 정당성과 대가 지급 여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I 기업이 어떤 데이터를 학습에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첫 과제이다. EU는 지난해 6월 AI 학습에 이용된 자료의 출처와 저작권 등을 표시하는 규제법 초안을 가결했다. 한국신문협회도 2023년 8월 22일 네이버·카카오·구글코리아·MS 등 국내외 대형 IT 기업에 뉴스 저작권자와 이용기준 협의,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등 공개, 뉴스 콘텐츠 이용 방식 구체적 명시, 뉴스 저작물에 대한 적정한 대가 산정 기준 마련 등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언론사들은 오픈AI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과 협의에 나서면서 동시에 동의·보상 없는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 사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AI 기업이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긁어가는 ‘크롤링’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빅테크 기업과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뉴욕타임스처럼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소송이 협상 카드의 하나로 활용되고, 도중에 멈출 수도 있지만 법원을 거치면서 보상 의무 유무, 보상의 기준 등 새로운 저작권법 체계가 마련될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AI 산업 발전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 제도는 저작권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공정한 이용으로 문화·지식 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에 활용하거나 학술 연구·교육 등 비상업적·제한적으로 사용할 경우 공정이용으로 간주하고 저작권의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포털의 경우 공정이용 개념보다 언론사가 동의한 뉴스 제휴 약관에 따라 학습에 사용했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대체로 공정이용 원칙에 기대고 있다. 뉴스 콘텐츠 활용은 AI 혁신을 위한 정당한 사용이라고 본다. 단적으로 구글은 콘텐츠 게시자가 거부하지 않는 한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인식은 《보그》, 《얼루어》 등을 출판하는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콘데나스트(Condé Nast)의 최고경영자 로저 린치(Roger Lynch)가 지난 1월 12일 열린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현재 출시된 생성형 AI는 훔친 물건으로 제작됐다”면서 “그들(빅테크 기업)이 우리와 협상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출발점은 ‘무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뉴스)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학습에 공짜 점심은 없다?
빅테크가 주장하는 공정이용 원칙이 법원에서 인정받을지는 확실치 않다. 유료 구독 버전이 있는 GPT처럼 생성형 AI가 상업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런 AI 학습에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 맥쿼리(Macquarie)의 분석가인 프레드 해브메이어(Fred Havemeyer)는 지난해 12월 3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작권은 생성 AI 산업을 형성하는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핵심 고려 사항은 공정이용 원칙이고, 무엇보다도 원본 저작물을 대체하기 위해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디어 입장에선 뉴스를 생성형 AI 학습에 활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막상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증거를 대기 쉽지 않다. 학습 과정에서 잘근잘근 씹어 소화돼 다른 텍스트 데이터들과 혼합된 ‘스튜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학습 결과로 뱉어내는 결과물이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과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제임스 그림멀만(James Grimmelmann) 코넬대 디지털·정보법 교수는 지난 1월 4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저작권법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일반적으로 불법)과 이를 혼합해, 새롭고 창의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구분한다. AI 시스템에서 혼란스러운 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U를 필두로 호주, 캐나다 등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뉴스 이용에 사용료를 내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는 건 미디어 업계에 긍정적이지만, 기술 개발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생성 AI의 영역에 있어서는 정부가 저작권 보호보다 예외 적용과 활용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학습 데이터 사용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AI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쟁점들을 소송으로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사이 불필요하게 에너지만 낭비될 수 있다. 결국 업계를 주도하는 거대 IT 기업들이 먼저 입장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 게시된 뉴스 콘텐츠에 사용료를 내야 하듯, AI 학습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원칙이 세워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