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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남도일보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4-03-29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은 남도일보가 2020년 1월부터 시작한 기획시리즈다. 광주와 전남 지역 종가와 그에 관련된 인물과 전통을 소개한 이 시리즈는 연재 기간 동안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종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광주와 전남 곳곳에는 세파에 동요하지 않고 집성촌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찾아 수백 년 파란만장한 가문의 내력을 취재 보도했다. 보물로 알려진 녹우당, 포의사, 소쇄원, 운조루, 모현관, 의병청지, 백운동원림, 필암서원, 남파고택 등이 현재에 이른 것은 격동의 세월을 이기고 지켜낸 수많은 가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에는 취재한 122개 가문마다 고유의 보물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3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명문가들이다. 어촌은종가·학봉종가·창암종가·귀만와종가·미암종가·고사정종가·백운동종가·하서종가·청재종가·수은종가·금강종가·은봉종가·기봉종가·망암종가·석헌종가·연촌종가·제봉종가·신재종가·노사종가·해광종가·고봉종가 등 문화유산의 주인공이 된 가문의 내력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니, 가문이 ‘지키려는 정신’이 ‘보물’이며 귀하고 사랑스러운 대상이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독자 생활 밀착 기사를 찾아라

 

지역신문이 처한 내외적 어려움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혁신하느냐, 이것이 문제였다. 남도일보는 2020년 새해를 맞아 신문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꾸면서 ‘이젠 혁신’이라는 슬로건 하에 내용적으로도 혁신적인 기획기사 아이템 발굴에 나섰다. 

 

민간전승 한국 대표정원인 담양 소쇄원을 찾아 원장에게 광주 전남 지역 종가들의 존재 현황과 마을과의 관계를 물어 취재대상 정보를 파악했다. 전남의 상당수 마을은 한두 성씨가 세거지를 이루고 있고 ‘종가집’ 중심의 공동체를 이루며 미풍양속과 인물 관련 스토리, 문화유산을 전승·보존하고 있었다. 문화재급 건축물과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으나 미공개 자료도 많았다. 영화·드라마를 타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옥과 정원, 김치와 발효식품 등 한식, 한복, 고문서 기록자료 등 보물급 한류문화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종가도 여러 곳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창의적인 아이템을 찾던 남도일보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기획으로 인정됐다. ‘누구나’ 어느 성씨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기 또는 주변인 성씨의 유래와 스토리에 관심 가질 수 있어 독자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뉴스정보가 될 것으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남도일보는 ‘종가’를 발굴하고 탐방하는 단독 기획보도를 주말 특집면인 24면 한 면에 매주 연재하는 계획을 세웠다.

 

4년간 이어진 장기 기획보도, 122가문 찾아 취재·검증

 

연재했던 기획시리즈의 명칭은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이고 수식어는 ‘한류콘텐츠 보물창고’다. 전남 22개 시군지역, 광주 5개구지역에서 집성촌을 이루며 10대 이상 세거했거나 특별한 문화유산을 보존한 가문을 대상으로 했다.

 

전통마을 등 농촌이 품고 있는 가치와 특성을 취재함으로써 한류문화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빛나는 과거에서 미래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명문·명촌의 전통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취재하고 보도했다. 광주·전남지역 100대 가문 발굴·탐방취재를 목표로 연재를 시작했는데, 2020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4년간 125회를 연재하며, 마을과 가문의 내력을 보도했다. 

 

 

전남 담양 소쇄원 제월당 풍경 ⓒ남도일보

 

 

성씨 시조와 입향 선조 스토리, 명재상·대학자·청백리·효행자 등 가문을 중흥시킨 인물이야기, 충절공신·의병장·애국지사가 활약한 의로운 고장의 역사, 향약·학맥·권농·풍속 등 자치공동체 사례, 명화·명당·고목·가양주와 가전기예에 얽힌 사연 등 마을과 종가의 보배들을 기사에 담았다.

 

사실 검증에도 힘썼다. 각 종가를 방문해 만난 취재원은 가문의 후손이다. 이 때문에 비문, 족보, 고문서 등 종가 후손이 제시한 자료에 주관적 관점과 사실 왜곡이 있을 수도 있었다. 취재기자는 현장취재를 기반으로, 과거급제자, 공신록 등 민감한 사안은 사료 검토로 2차 검증했다. 역사학·국학 전문가인 한국학 연구자 3인(교수2, 박사1)에게 요청해 검증토록 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했다. 명확하지 않는 사항은 기사화하지 않고, 유물은 사진으로 증명력을 높였다. 박물관, 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받아 유물의 보존상황과 사진을 기사에 담았다. 

 

현장을 생생하게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묶어 동영상 서비스도 제공했다. 유튜브에는 AI아나운서가 기사를 읽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가독성을 높였다. 연재를 하면서 고정 독자층이 형성된 것을 인지했다. 독자들은 종가 재발견 기사로 말미암아 자신의 뿌리와 존재, 인생과 삶에 대해 돌아보고 자존감을 확립하고 있다며 격려했다. 


고정독자층 확보해 온라인 뉴스 100만 뷰 달성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기획시리즈는 아무도 이 내용에 주목하지 않을 때 남도일보가 단독으로 발굴, 보도한 기획물이다. 기획시리즈 이전엔 어느 지역에 집성촌이 있는지, 그 중심에 어떤 종가가 있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성씨의 시조로부터 주요 인물에 의한 종회 분파와 해당 지역 입향 후 현재에 이르는 내력을 소개하며 문화재의 가치와 지역사회 내 기능과 역할을 살핀 기사로는 유일한 기획시리즈다.

 

2020년 1월 남도일보의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기획시리즈가 출발한 이후 전통마을과 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기획시리즈는 매니아 독자층을 형성해 100만 뷰에 달하는 인기 콘텐츠가 됐다. 남도일보는 이러한 독자층의 홈페이지 방문에 힘입어 광주전남 일간신문 홈페이지 방문자수 2023년 1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신문 영향력 증가에 기획시리즈가 기여한 것이다.

 

‘꼰대’라는 종가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전통마을도 가보고 싶은 곳이 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고택 종가집 활용사업에서 남도 종가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1년분이 순식간에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또한 전라남도는 소개된 종가들 중 대표적 종가들과 함께 매년 ‘남도 고택체험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함평이씨, 나주임씨 등 가문들은 가문 문화유산을 고증 복원하고 전시관을 꾸리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가문과 성씨 유래 관련 유튜브 영상도 매우 활발히 생산돼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나주 함평이씨 참판공파종가 돈목재 풍경. 종가는 최근 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돈목재 등 가문 문화유산을 복원했다. ⓒ남도일보

 

 

종가문화 진흥 조례 추진되고 종가 연구 과정 생겨

 

전라남도와 도의회는 종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면서 “전라남도 종가역사문화 진흥 조례[시행 2023.2.28.]”를 전국 최초로 제정해 종가문화 보존 활용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조례에 근거해 전라남도는 6억 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종택 보수 정비, 음식문화큰잔치, 고택 체험, 종가집 활용사업 등에 나섰다.

 

전남지역의 종가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도 당초 1차에 그쳤던 것이 기획시리즈에 의해 추가 발굴된 종가의 존재를 확인한 후 2~4차 조사까지 이어져 130종가가 발굴됐다. 종가회가 활성화되고 전국적인 연대로 확대됐다. 남도종가회로 발전한 사단법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경기도종가회, 영남종가회 등도 법인화를 추진했고, 교류 답사 방문,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준비에 나섰다. 

 

기획시리즈로 인해 지역 대학원에 지역 종가 연구 과정이 개설돼 대학원생 연구자들의 연구논문이 만들어지고 있다. 2021년 전남대학교 대학원은 인문사회계열 호남학과에 종가연구과정을 개설해 연구 여건을 조성했다. 

 

담양 장흥고씨 양진재종가의 370년 씨간장은 유럽에 퍼져 유네스코가 있는 파리에서 화제가 됐다. 레시피 행사에 사용하기 위해 담양에서 프랑스로 가져간 씨간장을 유네스코본부가 자신의 금고에 보관한 것이다. 종가가 생산한 장류와 김치 등 발효식품과 레시피가 유럽 유명 백화점과 레스토랑, 요리사 학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제 유럽과 미국 등에서 전남 담양에 있는 종가까지 레시피를 직접 배우러 방문하고 있다. 보성 전주이씨 종가는 미력옹기를 파리에 수출하게 됐다. 

 

보성 득량만 강골마을에 있는 보성 광주이씨 이진래고택(열화정)은 유럽, 일본, 아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게스트하우스로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상원은 2025년부터 전 세계를 순회하는 ‘한국정원 르네상스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고, 한옥 기술자 및 목재 공급을 위해 전북대와 MOU가 체결됐다. 종가문화가 한국을 넘어 세계 문화와 접변하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적 가치 확인한 종가문화, 한국인 자존감 아이콘 되길

 

남도일보는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기획시리즈와 같은 독자적이고 장기적인 기획물이 다수 창출되는 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새로운 저널리즘에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위원회의 지원 선정으로 “파리에 간 광주전남 종가 스토리”를 9회 특집기획으로 제작 보도했다. 그 결과 기사 영향력은 증대되고 매니아 독자층이 관리될 수 있었다. 

 

남도일보는 ‘종가 재발견’ 기획시리즈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이라는 도서를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학계 연구자들은 이 책이 지역사회를 연구하는 각 분야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며 책의 탄생을 반겼다. 기획기사를 완료한 기자로서 과분하고 감사한 일이다.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도서출판 바로

 

 

기획 연재가 진행되는 과정에 종가문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답사단이 두 차례 현장 답사를 했고, 경기, 영남, 충정, 전남 등 종가회가 공동으로 등재추진단을 구성했다. 전국 종가들의 바람대로 종가문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한국인의 가슴에 자존감을 심어주는 아이콘이 되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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