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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3년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는 만 3세 이상에서 만 9세 이하 어린이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미디어 이용 실태를 알아본다.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실제 육아 교육 및 관련 정책과 연결하여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유아에게 미디어는 똑똑한 놀잇감이며 동시에, 직접적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를 유보해 인지·언어, 사회·정서 발달에 문제를 야기하는 위험물이기도 하다. 2020년대 전후 출생한 유아들은 보호자와 달리 디지털 사회에서 유년기를 누리고 있어 인쇄 미디어만큼이나 스마트 디바이스가 친숙한 세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9년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 기초연구를 토대로, 2020년과 2023년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특히 만 3세 이상의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만 9세 이하)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2020년에는 총 2,161명을, 2023년에는 2,67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우리나라 유아들이 과연 얼마나 미디어에 노출돼 있는지, 이용 양상은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1차 2020년 연구는 2019년 코로나19 시기 중 3~9세 아동의 미디어 이용을 조사했는데,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이 284.6분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뤄진 2023년 조사에서는 이용 시간이 185.9분으로 나타나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미디어 이용 시간이 단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아기부터 다양한 미디어 이용 목적 고려
2020년 결과와 비교되는 재미있는 결과 중 하나는 아동의 미디어 이용 목적이다. 특히 부모가 미디어 이용을 허락하는 이유로, 2020년 조사에서는 텔레비전 시청에 대해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 기분 전환을 위해서’가 1순위고 ‘보호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 아이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가 2순위인데 비해 게임은 ‘아이가 할 일을 다 하거나 말을 잘 들었을 때’ 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조사에서도 1순위는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로 공통적이었지만, ‘보호자가 다른 일을 하거나 쉴 때’에 비해서 ‘아이가 할 일을 다 하거나, 말을 잘 들었을 때’ 보상의 개념으로 텔레비전, 스마트폰, 유튜브, 게임 등을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상의 결과는 유아기 미디어 이용의 시작이 스트레스 해소와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한국아동패널을 구축해 동일 대상을 태내기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누적해 조사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아동패널 분석 연구에서는 만4~6세 때와 만 8세 때 동일 아동의 미디어 이용 목적(오락 또는 교육)별 이용 시간이 만 10세 학업성취와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이 연구에서는 유아기와 학령 초기에 오락용 미디어를 접한 시간이 10세 때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중독적 미디어 이용도 높아졌다고 보고됐다. 이 연구에서는 5~6세 및 8세에 접한 오락용 미디어는 10세 시점 아동의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중독적 미디어 이용이 높아졌음이 보고됐다.
반면 학령초기인 8세때 교육적 목적의 미디어 이용은 이후 학업 성취와 학교 적응도를 높였으며, 아동의 컴퓨터 사용 능력도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유아기의 오락용 미디어 이용이 학령초기의 오락용 미디어 이용보다 오히려 10세 때 미디어 중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미디어 이용 시간의 양적 측면뿐 아니라 어떠한 목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했는지가 이후 학업 및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보호자들이 유아의 미디어 이용을 허용할 때 오락뿐만 아니라 궁금한 것을 찾아보거나 새로운 것을 경험시킬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사용해 보도록 지도해야 함을 알려준다.
유아기 숏폼 콘텐츠 이용의 부정적 영향
2023년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에 새롭게 추가된 미디어는 유튜브 중 숏폼 이용에 관한 조사다. 2023년 조사에서 유튜브를 이용하는 아동 중에서 ‘유튜브 키즈’를 이용하는 비율이 68.3%였고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은 44.0%, 무엇보다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아동의 비율도 51.1%로 나타났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인 결과다. 이들은 주로 유튜브 쇼츠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용자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시간 정도 시청하고 있었다. 만 3~4세 유아(설문 대상자인 387명)도 42.4%가 유튜브 쇼츠(1순위),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다. 숏폼 콘텐츠는 60초 이내의 짧은 콘텐츠로 현재 뉴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확산하는 추세며, 숏폼만 보는 이용 특성도 증가하고 있다. 성인에게도 중독성이 높은 숏폼은 유아기 뇌 발달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 단언한다.
인간의 뇌는 출생 후 6년까지 빠르게 양적, 질적 변화와 성장을 거듭해 간다. 뇌 발달은 생후 5년간 90% 정도가 이루어지는데, 특히 출생 후 형성된 시냅스의 밀도는 만 2세에 최고치에 도달한다. 그 이후는 ‘가지치기’라는 과정을 통해 시냅스가 정리되며,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는 시냅스는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나라 옛 속담이 뇌 발달 측면에서도 옳은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주는 뇌 발달의 민감기가 바로 만 3세 미만인 영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유아기는 양질의 양육 환경과 교육이 더욱 강조되는 시기다. 아이들은 의미 있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므로, 놀이와 같이 직접적이며 즐거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도록 해야 하며, 적극적인 신체 운동도 권장된다. 아울러 우리의 뇌는 분절적이 아닌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유아들의 학습이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미디어를 이용한 학습은 주로 시각 및 청각적인 정보처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보호자나 교사가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과 경험을 연계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영유아기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델링이나 모방 기회를 갖게 되며 세상의 규칙과 소통방식을 익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숏폼 콘텐츠는 시각적 주목도와 몰입도가 높지만, 유아들에게는 부적합한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다.

보호자의 미디어 교육 경험은 증가
유아기와 학령 초기 아동의 미디어 이용은 보호자들로부터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보호자들의 미디어와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2023년 조사에서는 2020년과 비교해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보호자의 부정적 평가는 낮아지고, 미디어 이용 지도 방식은 다양해졌으며 그 수준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들의 미디어 교육 경험률도 높아졌는데,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 원격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미디어가 교육적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경험을 한 반면, 보호자들이 미디어 과의존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자각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AI 교과서가 도입되고 디지털 문해력 등이 강조되며, 교육 현장에서의 미디어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하고 재창작해 보는 과정은 아동의 미디어 문해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숏폼 콘텐츠와 같이 매번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어떠한 검증없이 유아기부터 경험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미디어 이용 가이드라인을 통해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3년마다 반복되는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는 유아기와 학령전기 아동의 미디어 경험을 파악하게 돕고 있다. 향후 아동 미디어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데이터로서 더욱 성장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