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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폴리널리스트의 등장과 과제
미디어 트렌드 | 등록일 : 2024-03-29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진출하는 언론인에 대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폴리널리스트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쟁점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언론인 현황과 언론인이 정치인을 지향하는 이유와 배경, 시사점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또 다시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직전까지 권력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권력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입장이 되면서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 논리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현직 언론인들의 입장은 옹호보다 비판 논리가 우세하다. 비판성명서를 내면서 후배 언론인들이 감당해야 할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면 현재 언론 환경이 폴리널리스트를 더욱 양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립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어느 편에 속해야 더 유리하게 언론인의 역할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악화되는 언론 환경 또한 언론인들의 정치 분야로의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보다는 ‘기레기’라는 자조적 자아 인식이 더 지배적인 환경에서, 언론인들은 오늘도 탈출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이 정치에 눈 돌리는 이유

 

지난 3월 12일 기자협회보는 ‘제22대 총선 전직 언론인 출마 현황’이라는 표를 게재하며 총선 등과 맞물려 퇴사 후 곧장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인 언론인에 대한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1) 보도 당시 기준으로 공천이 확정됐거나 경선을 치르는 후보는 총 29명으로 조사됐다. 상당수의 전직 언론인이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이미 당면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자로서 전문성을 키우지 못하고 출입처를 돌다가 나이가 50세가 넘으면 현실적으로 언론사를 나와 갈 만한 곳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한국의 언론인>을 살펴보면 타 언론사가 아닌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원하는 언론인이 70%가 넘었다. 그만큼 현재의 언론 환경이 미래 비전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또 다른 탈출 경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천 여부가 불확실하고, 공천을 받는다고 당선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물리적인 나이가 되면 정치권이 언론인들의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고(故)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2017년 한국언론학보에 발표한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언론인 출신 정치인의 비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언론의 높은 정치 병행성과 낮은 전문직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최근 언론이 산업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직업안정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한국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정치권은 말과 이미지로 국민의 환심을 사야 하는데 이에 최적화된 것이 언론인이다. 수많은 출입처를 돌며 쌓은 인맥과 화려한 언변이 국민의 환심을 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당들은 언론인의 정치권 입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 출마하고자 하는 언론인의 연령대를 보면 3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50대 이상으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임이 명확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이미 당면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 막을 규정 없어 

 

언론인의 정치 참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6년 6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뒤로 현직 언론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법적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언론인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선명하게 밝히는 건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선거 때마다 폴리널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당시 헌재 판결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헌재는 “언론이 공직선거에 미치는 영향력과 언론인이 가져야 할 고도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에 근거하여 언론인의 선거 개입 내지 편향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여, 궁극적으로 선거의 공정성·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범위의 언론인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다”라며 언론인의 고도의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주문했다. 다만 “언론인의 선거 개입으로 인한 문제는 언론매체를 통한 활동의 측면에서 즉,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그 지위에 기초한 활동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것이므로, 언론매체를 이용하지 아니한 언론인 개인의 선거운동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는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언론인 개인의 선거운동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만 없는 것이지, 언론인의 공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까지 버리라는 뜻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언론인은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있다고 현실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언론인의 정치 참여를 막을 수 없다. 언론사들은 개별 사규나 내부 강령을 통해 통제하려고 하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언제든지 그만두고 현실 정치로 뛰어들 수 있다. 결국 언론인의 정치 참여는 실정법 규정을 넘어서는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반복되는 폴리널리스트의 논란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언론인 스스로, 사회적으로도 숙의 필요 

 

이런 상황 속에서 언론인의 자성과 함께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현역 언론인들이 원칙도 없이 바로 정계 진출을 하지 못하도록 언론계와 정당이 최소 1년 정도는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협정을 맺자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북기자협회는 지난 2014년 폴리널리스트의 언론사 복귀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 선거 캠프나 지방자치단체 홍보 파트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 인사가 언론사에 재입사하려면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정치권의 제의에 사표를 제출하고 바로 직행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말자는, 일종의 언론인 복무규정을 정하자는 것이다. 입법을 통한 법적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닌 상황에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계속해서 폴리널리스트가 사회적 문제로 쟁점화된다면 과거 김영란법에 언론인 포함 여부를 두고 언론의 자유 침해와 언론 권력에 대한 자정 필요성이 논란이 된 것처럼, 폴리널리스트 문제도 시간 싸움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이다. 유능한 언론인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고, 정파성에 기댄 언론인이 또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국회 입성을 원한다면 국민은 외면할 것이다. 이런 국민의 시그널이 나와 준다면, 앞으로 폴리널리스트를 생각하는 언론인들은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1) 강아영, <국민의힘 38명, 민주당 25명… 전직 언론인 총선 대거 도전장>, 기자협회보, 2024.3.12,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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