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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이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업무량은 급증했다. 어렵게 업계에 들어온 10년 차 전후 기자들은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한 채 격무에 시달리다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 본 주니어 기자들의 언론사 이탈 현황과 시사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일주일에 한 명꼴로 사직서를 쓰고 있다. 중앙일보·JTBC 노조 조합원 중 올해 퇴사를 결심한 기자가 8명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으로 전례 없는 저연차 인력 유출이다.”
지난 3월 발행된 중앙노보의 첫 문장이다. 노보는 한 주에 한 명꼴로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고 전했다. 저연차 기자의 이탈은 중앙일보, JTBC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는 2022년 5월 노보를 통해 지난 10년 간 조선일보에 입사한 기자 106명 중 40명이 퇴사했다고 밝혔다. 젊은 기자들의 40%가 언론사를 떠나 다른 업종으로 전직을 택한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이직 사관학교가 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2019년 1월 노보에서 지난 1년 사이 10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보도했고, 채널A도 같은 해 10여 명이 이직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모두 10년 차 전후의 젊은 기자들이다.
주니어 기자들이 업계를 떠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퇴사 후 갈 곳을 정하지 않고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이례적이다. 얼마 전 회사를 떠난 후배는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후배는 “우선은 좀 쉬려고요. 더는 이 일에 미련이 없어요”라는 말을 남겼다. 재취업이나 전직이 아닌 ‘일단 언론사를 떠나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건 상당한 위기다. 언론사가 젊은 인재 입장에서 ‘일하고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이 너무 길다
언론사 채용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 서류심사-필기(논술, 작문)-현장 취재(기사 작성) 겸 면접-최종 면접의 과정을 거친다. 근래엔 채용 전환형 인턴제를 택하는 회사도 늘었다. 인턴 기간 현장 취재와 기사 작성 능력, 보고 태도와 성실성을 포함한 업무 능력을 직접 확인한 뒤 일부만 정직원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시험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취업준비생에겐 가혹한 벽이고, 다른 취업 기회를 포기해 가며 금쪽같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잔인한 과정이다.
그나마 공채를 진행하는 회사는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한다. 최근엔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고 기본기를 훈련한 경력 기자를 뽑는 것을 선호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채용과 신입 기자 교육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줄이고 바로 현장을 뛸 수 있는 인력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 기반 언론사나 군소 매체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 여러 차례 이직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기성 언론사 입사가 점점 사회 초년생들에게 높은 벽이 되어가는 셈이다.
막상 입사하면 교육이 없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격해도 기쁨은 잠시, 격무가 기다린다. 그래도 과거엔 낭만이 있었다. 십수 년 전 입사했을 당시 필자는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교육을 받았다. 수습 기간 취재 방법부터 출입처의 기본, 기사 작성 기초 등을 가혹하리만큼 강하게 교육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기자는 현장을 찾고, 사람을 만나고, 각종 문건을 분석하고, 사회 문제를 보여주는 단면을 찾아내 정리된 글로 독자에게 전달한다는 기본을 체득할 수 있었다. 신입 기자들이 그간 거친 현장에 내던져지면서도 버티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쓴 기사가 가져오는 변화에 놀라기도 하고, 내 기사에 수많은 선배의 손길이 더해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언론사가 교육 기능을 상실했다. 도제식 교육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합리적인 교육을 한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현실은 구성원 대부분이 격무에 시달려 교육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 결과 정제되지 않은 기사를 앞다투어 출고하고, 정보 보고가 곧 기사가 되는 일도 많다. 언론사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약해지고 받아쓰기식 보도가 늘어나면서 주니어 기자들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배우지 못한 채 소모품처럼 쓰이고, 빠르게 탈진한다.
“정말 제 기사가 이대로 나가도 될까 불안한데 봐주는 사람이 없어요. 매일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기사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기사가 뭔지는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많이 쓰라고만 하니 더듬으며 길 찾는 기분이에요.”
“사회부에서 일을 배우고 싶었는데 온라인 팀에 발령이 났어요. 1년 내내 인터넷 서핑하면서 흥밋거리를 찾아서 빠르게 베끼는 게 주 업무였는데 뒤늦게 사회부 발령이 나니 취재 자체가 힘들더라고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주니어 기자들의 토로는 교육 기능이 사라진 언론사가 기자 지키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니어 기자의 빠른 상황 판단
언론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던 언론사들은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 사이트 내 뉴스 납품자로 전락했고, 영향력이 점차 감소했다. 유통망을 탈환하려는 언론사의 노력은 기자들의 피로감을 불러왔고, 그마저도 뉴스 소비 채널이 페이스북,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넘어가면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주니어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업무량은 급증했다. 회사 대부분이 조직원들에게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종용한다. 디지털 기사를 일정량 이상 생산하라는 기본 주문에 더해 1인 유튜버들처럼 창의적인 콘텐츠, 주니어 기자에게 요구되는 젊고 새로운 발상, 동시에 유료 독자를 모을 수 있는 깊이 있고 전문성 있는 작품에 대한 요구와 지시가 동시다발로 쏟아진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으니 모두가 헤매는 중이다.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급여는 이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는 20대에는 다른 직종의 친구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 증가 폭이 작아 업종 간 차이가 벌어진다. 똑똑한 주니어 기자들은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하고, 빠르게 회사를 떠난다.
후배를 잡지 못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최근 회사를 떠난 후배 기자에게 작별 인사로 꼰대같이 옛이야기를 했다. 나 어릴 땐 누가 회사 나간다고 하면 술집이든, 사무실 귀퉁이든 잡아서 일단 앉혀놓고 못 일어나게 가둔 채로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설득했다고. “너는 천생 기자인데 가긴 어딜 가냐”, “좀 쉬었다가 다시 와라”, “원하는 부서 있으면 보내줄게”, “같이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공수표들이 밤새 날아다녔고, 취해서 울고, 다음날 해장하고 나면 열에 다섯은 회사에 남아서 다시 같이 일하기로 했다고.
그러면서도 후배를 잡지는 못했다. 고생 많았고, 너는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남아서 함께 일하자고 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더했다.
언론은 업의 특성상 기자 한 명 한 명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기자들의 이탈이 늘어날수록 언론사의 역량이 떨어지고 동료 기자 역시 사기가 저하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후배들이 더는 회사를 등지지 않도록 언론사들이 주니어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면한 문제들을 고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