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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스페인_언론 보도로 살펴본 관광 대국의 이면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5-31

2023년 8월, 필자는 1년간의 언론인 장기 해외 연수를 위해 스페인 남부 도시 말라가(Malaga)에 도착했다. 당시 말라가는 페리아(Feria)라는 축제 기간이었는데, 골목마다 와인잔이나 맥주잔을 들고 다니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저 말로만 들어온 열정적인 스페인 사람들의 모습인 줄 알았지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에 그들이 관광객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패션쇼부터 코미디 축제 등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이곳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말 그대로 ‘축제의 도시’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는데, 그때마다 늘 도시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실제 2023년 스페인 말라가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1,40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08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자 같은 해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관광객 1,100만 명보다도 많다. 말라가가 인구수 58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임을 생각하면 그 수는 더욱 거대하게 다가온다.


관광산업 초호황, 현지인 불만은 증가

 

말라가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은퇴 이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불린다. 사실 천재 화가 피카소의 고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중세 시대 때부터 있었던 오래된 성당이라든지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과 오래된 성처럼 관광객이 관심을 가질 유적들은 여느 유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작은 소도시 느낌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그다지 풍부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1년 내내 끊임없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뭘까?

 

이곳은 한겨울에도 패딩 입을 일이 없을 만큼 1년 내내 따뜻한 날씨가 특징이다. 여기에 지중해에 위치해 각종 해산물과 육류 등 넘치는 먹거리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예전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경기 침체와 무관치 않았던 우리 입장에서는 일견 부러움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페리아 축제 기간 말라가 거리 모습 ⓒ성승환

 

 

하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등 다른 관광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역시 넘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것을 넘어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는 등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어보면 필자가 살고 있는 집과 불과 100미터 거리의 말라가 메인 상점가 까예 라리오스(Calle Larios)에서 새벽 시간 3명의 외국인 청년 관광객이 길거리에 놓인 수많은 광고판을 훼손해 큰 논란이 일었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관광객에 의한 유사한 파손 행위가 있었는데 스페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오버투어리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일부 관광객의 범죄를 오버투어리즘 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어 보인다. 스페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역대 최대 관광객을 유치한 지난해, 관광객들은 말라가에서만 200억 유로, 우리 돈 30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어놓고 갔다. 올해는 1분기에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 기록은 또다시 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분명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관광객들인데, 왜 스페인 사람들은 관광객을 골칫거리로 보고 있을까? 필자 주변 사람들, 그리고 스페인 언론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근간에 바로 먹고 사는 문제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다른 듯 닮은 듯, 스페인과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

 

지난 4월 말, 스페인 정부 추산 1만 4,000여 명이 피켓을 들고 말라가 거리로 나섰다. 말라가의 관광 모델이 잘못됐고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규탄 집회였다. 스페인 언론 보도 사진에는 부패한 정치인들을 규탄하는 내용부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촉구 내용까지 수많은 비판 목소리가 담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글귀는 ‘Somos extranjeros en nuestra propia tierra’였다. 해석하면 ‘우리는 우리 땅에서 이방인일 뿐이다’라는 뜻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넘치는 관광객들로 심각한 교통체증은 물론 낮은 임금과 빈곤 문제를 야기했으며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낮은 임금과 빈곤 문제부터 얘기해 보자면, 관광객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말라가의 상업 역시 관광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건강한 도시는 자생적 체질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직업군이 공존해야 하는데, 관광 일변도로 굳어지면서 관광객을 상대하는 호텔과 식당, 술집, 쇼핑몰 등만 집중적으로 늘어났고, 그 결과 일자리 역시 그런 곳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만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와 관광객을 상대로 형성된 상권으로 인해 물가는 급속도로 올라갔지만 정작 임금 상승률은 그에 못 미쳐 결과적으로 매년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마이너스 생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시위 참가자들은 대체 관광객이 쏟아부었다는 그 막대한 돈은 어디로 갔는지, 말라가 주민들의 생활 안정에 쓰이지 않고 부패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높아진 부동산 가격과 넘치는 관광객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시위 참가자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 언론의 분석 기사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주택의 숙소화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스페인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말라가 지역 전체 임대 주택 중 관광 임대 목적의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스페인 전체 도시 중 세 번째로 높았다. 말라가 시내는 20%를 넘었으며 외곽 지역은 50%를 웃돌았다. 즉 말라가 전체 임대 주택 3채 중 1채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인데, 이는 스페인 전체 평균인 1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말라가 좌측에 붙어있는 마르베야(Marbella)의 경우 도심은 60% 이상, 외곽 지역 역시 50%를 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전체적으로 주택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쳐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수많은 주택이 관광객 대상 숙소로 전환되면서 공급 부족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 중앙은행의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60만 채의 주택이 더 공급돼야 하는데, 현재 약 400만 채의 주택이 임차인 없이 비어있는 집이라고 한다.

 

특히 멈춰선 임금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월세에 스페인 사람들은 시내에서 외곽으로 밀려났고, 그 외곽 지역에서마저 이제는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스페인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우리 땅에서 우리가 이방인’이라는 시위대의 피켓 구호가 왜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최근 정부 조사 결과를 보면, 말라가의 관광 임대 주택 소유주의 95%가 주택 한두 채를 소유한 일반인이다. 그동안 말라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거대 자본이 주택을 사들여 관광 임대 목적으로 바꾸고 가격 폭등을 유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1채 혹은 2채를 가지고 관광객 상대로 월세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들 가운데는 은퇴한 인구의 비율이 높은데,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높은 비용도 기꺼이 지불하는 만큼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더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 관련 기사들의 분석이었다. 한국 역시 빠듯한 임금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전월세 시장에 임대인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 또 그러다 보니 부동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쉽사리 규제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양국이 다른 듯 닮은 부동산 상황이라고 할만하다.


말라가 임대료 얼마기에? 

월세에 월급 쏟아붓는 현지인들


최근 스페인 직장인이 내 집을 마련하려면 평균 7.6년 동안 임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1)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데 마드리드는 9.3년, 아라곤은 5.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돈을 15~20년 모아야 한다는 기사들이 나온 걸 생각하면 그래도 한국보다는 사정이 낫구나 싶다. 다만 같은 종류의 분석 기사가 있다는 점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말라가의 임대료는 대체 얼마나 될까? 한 스페인 부동산 전문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라가의 1㎡당 평균 임대료는 14.67유로, 우리 돈으로 2만 1,000원을 좀 넘는다.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 수준인데 올해 1분기 3개월 동안 지난해 4분기보다 무려 10.4%가 올랐다. 

 

매체는 스페인의 출산율이 약 1.5명이라며 말라가에서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방 2~3개짜리 주택의 평균 넓이를 100㎡로 보고 평균 월세는 1,479유로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평수로 불리는 84㎡로 따져보더라도 1,230유로, 우리 돈 180만 원가량이 된다.

 

여기에 말라가 사람들의 평균 월급은 2,100유로(약 309만 원), 일부 고소득 전문직을 제외하면 수치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는데, 월급의 70%가량을 월세로 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말라가 사람들의 평균 임금이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높아진 월세를 감당하기 벅차다는 점은 그만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페인도 ‘헬?’ 불행한 MZ세대 바라보는 스페인 언론

 

‘N포세대’, ‘헬조선’. 이제는 구식 표현이 된 이 신조어들은 우리 사회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꼬집은 MZ세대의 자조적인 비판이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평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이들의 비관적 전망은 비혼과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많은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대책을 얘기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스페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노마드’로 전락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청년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스페인 언론들은 MZ세대의 N중고(重苦) 에 대한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저임금 일자리부터 높은 월세까지 앞서 서술한 여러 문제를 총망라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사들은 65세이상 연령대의 수입은 2013년 이후 최상위 수준을 이어갔지만 2030 세대는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그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8년과 2022년을 비교해본 결과 가파르게 오른 물가에도 65세 이상의 구매력은 10% 넘게 늘어난 반면 16~29세 청년들은 오히려 13%가량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서양에 대한 이미지, 즉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한다’는 것과 달리 스페인에서는 점차 그 연령이 올라가고 있다. 실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평균 30.3세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으로 나타나 20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여기에 30세 미만 중 독립을 한 비율은 단 16.3%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10%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것에 비해서는 나아진 수치지만 2007년 30%에 육박했던 것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유럽 평균인 32%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부모로부터 독립한 16.3%의 30세 미만 청년들은 월급의 대부분이 월세로 나가기 때문에 점점 더 낡은 집,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스페인 정부는 국민연금을 증액하는 쪽으로 제도를 손보며 다음과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구매력이 줄어든 청년들을 부모들이 지원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그리고 스페인 정부가 청년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바우처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전체 대상자 중 단 10%만이 지원을 받는 데 그쳤다.

 

해당 기사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결과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참으로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우리의 오늘이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닥쳐올지도 모를 미래인 셈이기 때문이다. 

 

 

 

 

1) Amparo Estrada, <Buying a house requires on average 7.6 years of a full salary in Spain>, Sur English, 2024.4.5, https://www.surinenglish.com/spain/buying-house-requires-years-full-salary-average-20240404081542-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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