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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유튜브 선호는 유난하다. 이투데이는 유튜브 이용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유튜브 중독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유튜브의 순기능에 가려졌던 문제를 조명해 반향을 일으킨 <유튜브 중독 보고서> 취재 후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너 모르는 쇼츠가 없네?”
“나 완전 도파민 중독이야.”
고등학교 동창들과 즐기는 풋살 동호회에서 유행하는 쇼츠를 따라 하며 놀던 보통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도파민’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지? 그럼 요즘 문제라는 그 도파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지?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주로 영상 콘텐츠, 특히 60초 이내의 짧은 영상(쇼츠)이 인기를 얻으며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습니다. “하루에 유튜브 몇 시간 이용해?” 돌아오는 답변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나 일할 때 빼고 계속 봐.”
“난 자면서도 틀어놔.”
이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간이 설문조사를 진행해 봤습니다. “정치 뉴스도 유튜브로 봐”, “재테크 꿀팁은 유튜브에서 얻지” 등 조사 결과를 보니 유튜브에 묶여 있는 일상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 전체가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유튜브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유튜브는 우리의 일상이 됐습니다. 경제·정치·음원 유통·쇼핑 등 삶의 전 분야에서 유튜브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익숙함에 취해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사회·정치·경제적인 문제들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시야를 넓혔습니다. 도파민 중독은 유튜브 중독으로 인한 결과 중 하나였습니다. 수습기자 시절 잠복 취재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들은 유튜브가 사기 세력의 창구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주식, 선물 등 불법 투자 사기의 피해도 조명하기로 했습니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 정치를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가짜뉴스, 혐오 발언 등을 통한 정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어 왜곡된 구조는 명확해지고 있었습니다. 정보 전달의 순기능보다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 정치의 구심점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점 역시 문제였습니다.
막대한 영향력, 제재 수단 없는 것이 문제
이처럼 유튜브의 부작용은 커지고 있는 반면, 유튜브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문제도 취재해 보기로 했습니다. 구글의 유명한 경영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입니다. 빅테크 기업으로서 이용자의 편의와 관련 산업 육성을 바탕으로 ‘착한 기업’을 키우겠다는 각오입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검색 시장,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등 주요 사업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면서 경영 모토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구글의 영업 형태는 국가를 넘어, 전 세계 경제를 넘어, 사회·정치·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유튜브는 카카오톡(4,525만 명)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페이스북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30억 4,900만 명으로 유튜브(24억 9,100만 명)를 크게 앞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유튜브 선호는 매우 뚜렷합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사회·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한 국가 내에서 기여하는 바가 많아질수록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국내에서 조세 회피, 끼워팔기 등 규제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구글코리아가 2022년 발표한 <대한민국 글로벌 성장 원동력: 혁신과 문화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한국 시장 기여도는 경제적으로 19조 3,00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원, 각종 분야에서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을 능가하는 구글코리아가 낸 법인세는 2022년 기준 169억 원에 불과합니다. 네이버(4,105억 원), 카카오(2,418억 원) 등 국내기업은 구글이 낸 법인세의 최소 14배에서 최대 24배에 달하는 금액을 법인세로 냈습니다.
유튜브의 순기능에 취해 우리가 간과했던 문제들을 들춰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수치적으로 유튜브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파악하는 양적조사를 넘어서 더 나아가 어떤 사회적 변화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질적조사에 초점을 맞춰 취재에 돌입했습니다.
10대의 중독 현상 심각하고
정치·경제 콘텐츠의 영향력 막강
먼저 유튜브 이용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MAU 조사 등으로는 중독 현상을 명확히 알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뢰성 있는 설문조사를 위해 전문 설문조사 업체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표본, 보기, 질문을 설정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현 상황을 제대로 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0세~60세 이상의 전국 남녀 1,000명을 인구 구성비에 따라 비례 할당 추출해 유튜브 이용 행태를 조사했습니다(신뢰수준 80%·표본오차 ±2.03%p).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인 만큼 유튜브의 정치, 경제 분야 영향력과 신뢰성도 함께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유튜브에 돈을 지불하며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이용자의 10명 중 4명이 한 달에 1만 4,900원을 지불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모바일 이용률이 높은 2030세대의 경우 10명 중 6명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결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밖에 슈퍼챗, 슈퍼 스티커, 슈퍼 땡스 등 후원 유료 시스템을 결제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값을 지불하며 이용하는 만큼 더더욱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이 기획을 시작하게 된 도파민 중독 역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용자의 절반은 한 달에 90시간 이상 도파민 덫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심각한 부분은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10대들의 중독 현상이었습니다. 지불 능력이 없는 10대가 전 연령을 통틀어 유튜브 후원에 가장 많이 돈을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중독 현상은 물론 유튜브에 1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청소년들도 다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0대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대가가 아닌 유튜버와 연대감을 위해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며 소송전을 벌인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도파민 중독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판단됐습니다. 이에 10대의 유튜브 도파민 중독 상황을 조명했습니다.

유튜브가 우리 국민들의 정치 정보 획득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신문 기사보다 정치 유튜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정치 분야 유튜브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경제 분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재테크 판단 시 유튜브 콘텐츠에 의존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세대별로 활용하는 유튜브 콘텐츠의 분야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 분야 의존도가 타 그룹 대비 높은 건 5060세대였으며, 재테크 분야의 의존도가 타 그룹 대비 높은 건 2030세대였습니다. 2030세대의 정치 유튜브 의존도와 신뢰도는 타 그룹 대비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유튜브의 슈퍼챗 순위 등을 보여주는 ‘플레이보드’를 뒤졌습니다. 팬덤 정치와 정치 양극화의 실태가 날것으로 보이는 수치였습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마치 공천관리위원회처럼 의원 평가를 하는 채널의 목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들과 다각적인 인터뷰를 통해 구속력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유명인을 사칭한 가상자산, 주식 투자 사기의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피해자 모임 카페에 가입해 취재원을 확보한 후 실태를 파악해 나갔습니다. 금전적인 부분이 연계된 만큼 익명을 원하는 취재원은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유튜브 콘텐츠 피해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문제점을 분석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각종 정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하루가 다르게 발생하지만, 유튜브가 현행법상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한 구글의 실제 한국에서 매출과 법인세 규모를 유추한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의 논문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구글 매출 추정 및 세원잠식 사례연구를 중심으로>를 샅샅이 분석하며 실제 구글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논문을 직접 집필한 전성민 가천대 교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논문 집필 이후 후속 대책 등에 대해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콧대 높은 유튜브가 움직이다
기사는 보도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동도 없던 유튜브의 자발적인 움직임입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 정치 광고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유명인을 사칭해 온라인 광고를 한 계정은 사전 경고 없이 곧바로 영구 정지됐습니다. 구글코리아는 콘텐츠 생태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제1기 유튜브오픈포럼’도 개최했습니다. 콧대 높은 유튜브가 낮은 자세로 접근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 등에 ‘유명인 사칭광고 피해 방지를 위한 자율 규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국무조정실 주관 민생금융 범죄 관련 범정부 태스크포스(TF)도 만들어, 강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 정부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다뤄진 적 없던 10대들의 슈퍼챗 현황, 도파민 중독 현상 등을 처음으로 조사해 사회에 알렸습니다. 또, 유명인 사칭 사기 유튜브 광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유사모(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이 등장하며 해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고 여론이 형성되는 데 기여했습니다.

‘단독’ 기사는 아닙니다. 유튜브에 대한 문제의식도 처음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한국 사회를 잠식한 유튜브의 영향력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다루거나 사회적인 문제만 제기하는 기사들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점을 넓혀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우리 삶 전반에서 유튜브 중독에 대해 다룬 점이 차별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유튜브가 얼마나 큰 플랫폼이 됐는지’의 관점에서 유튜브의 MAU, 월 이용 시간을 다루지 않고 ‘유튜브 과다 이용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유튜브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10대들의 도파민 중독 사태, 정치·경제 유튜브 콘텐츠 의존도, ‘깜짝 카메라’ 콘텐츠와 ‘유명인을 이용한 사칭 사기 광고’로 인한 피해, 피해자 구제책 미비 등을 심층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는 없었다고 판단합니다.
원인 분석과 해결책 모색에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활용했습니다. 유튜브가 국내에서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정책적 사각지대를 분석하고, 관련된 논문을 수집했습니다. 유튜브의 다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터뷰하며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우르는 제언까지 담아냈습니다.
<유튜브 중독 보고서>는 끝낼 수 없습니다. 오늘도 유튜브로 인한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자발적인 행동을 처음으로 보인다는 점, 정부에서도 규제를 위한 대응에 착수했다는 점, 유명인들의 피해 사실이 더해지며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유튜브 중독’으로 인한 피해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저희가 더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