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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는 지난해부터 여성회원 풋살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대회는 전년에 12팀이었던 참가팀이 29팀으로 늘어나는 등 관심이 한층 뜨겁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선수가 됐지만 한결같이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는 여기자들에게 풋살의 매력과 의미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시작부터 치열한 신경전!
김남영 중앙일보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먼저 도착해 있던 정다운 CBS 기자와 최주연 한국일보 기자의 입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풋살 유니폼을 입고 들어온 김남영 기자를 보며 “역시 중앙일보가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더니”, “최근 중앙일보가 원정 유니폼을 맞췄다는 소문이 들리던데”라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뒤이어 들어온 남지현 한겨레 기자도 유니폼을 입고 참석해, 유니폼 2명 vs 사복 2명 구도의 좌담회가 이뤄졌다. “풋살은 기세다”, “공은 항상 사람보다 빠르다” 등 스포츠 뉴스에 나올 법한 주옥같은 명언이 쏟아져 나왔다. 오랫동안 스포츠 취재 현장을 누빈 진행자, 정현숙 KBS 기자도 깜짝 놀란 한 좌담회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정현숙 아무래도 ‘축구는 남자들만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어서 진입 장벽을 느꼈을 수도 있는데. 풋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최주연 시작할 때 진입 장벽은 당연히 있었던 것 같다. 대학 때 학보사에서 일했는데, 새벽마다 기사 쓰다 지쳐 산책을 자주 했다. 그때 덩그러니 놓인 공을 발견하고 이리저리 차보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 게 시작이었다. 마침 학교에서 여자 풋살 대회가 열린다고 해 대회 참가를 목표로 교양 수업도 들어보고 친구의 남자친구를 불러 배우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니 기자 생활처럼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했던 시기였다.
정다운 팀 스포츠는 물론 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막내 기자 한 명이 팀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시작하게 됐다. 어렵게 말을 꺼낸 후배의 청을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내심 정치적인 목적도 있었다. 여기자들끼리는 서로 부담 주지 말자는 차원에서 회식도 잘 안하고, 약속도 잡지 않고 전화로만 대화하다 보니 많이 소원해지더라. 그래서 ‘아예 자리를 만들어서 회사 여자 기자들의 세력화를 좀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나서게 됐다.
김남영 처음에 노조 위원장이 대회 참가를 위해 풋살을 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을 때는 “마감 중이라 도저히 못할 것 같다”라고 한번 거절했다. 그런데 같은 팀에 있는 선배가 “나 하고 싶은데 너도 같이 하자”라고 재차 권유해 한번 해보자고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남지현 스포츠는 남자들만 한다는 인식에 대해 예전부터 문제의식이 있었다. 미국에 갔을 때 여자아이들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공차고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게 남자냐 여자냐의 젠더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렸을 때 농구를 좋아해서 농구 동호회도 했기 때문에 풋살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었다. 기자협회에서 대회를 주최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한 동기들을 중심으로 모집·섭외해 팀을 꾸렸다.

가장 큰 난관은 팀원 모집, 회사 지원은 든든
정현숙 팀을 꾸리는 게 어려웠을 텐데, 어떤 식으로 팀원들을 모았는지?
남지현 무작정 연락했다. 민폐가 될 것 같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즐겁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 회사에 돌면서 알음알음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었다. 지금 참가자는 17~19명 정도 되는데, 다른 팀에 비해 선배들이 많아 다 같이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남영 총선 때문에 쉬게 된 팀원도 있고, 육아휴직 한 팀원도 있어서 변동이 좀 있지만,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난해보다 팀원이 늘었다. 지금 15명 정도 된다. 10살 차이 나는 선배도 계신데, 선배들과 회사 일도 상담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있다.
정다운 지난해는 팀 엔트리가 8명이었는데 올해는 14명이 됐다. 새로 들어오신 분들 가운데 2명의 선배가 포함된 것은 주장으로서 열심히 활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작정 찾아다니면서 여건이 안 된다고 거절하시는 분들에게도, “적어도 세 번만 유니폼 입고 함께 나가서 해보자”라고 하면서 섭외했다.
최주연 확실히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일이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남아서 동료들에게 “혹시 운동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 있다. 저희는 비교적 저연차로 구성돼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정현숙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지원은 해주는지? 훈련장 대여비도 비쌀 텐데?
김남영 최소한의 경기장 대여 비용, 유니폼, 풋살화까지 구매 지원이 된다. 이 자리를 통해 회사에 감사드린다.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팀원들을 구할 때도 몸만 오라고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가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남지현 중앙일보가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얘기를 회사 보직자들에게 전달해 추가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중앙일보가 물길을 터주신 느낌을 받는다. 한겨레의 경우, 노조에서 받는 동아리비가 있지만 그와 함께 회비를 3만 원씩 각출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최주연 회사와 노조에서 모두 지원받는다. 남자 축구에 비해 인원이 적어서 남자 축구 경기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남자팀에서 “우리 지원금을 덜어도 되니까 똑같이 주라”고 얘기해줘서 고맙게 받았다.
정다운 유니폼을 맞추고 풋살화를 단체로 지원받는 등 회사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아껴 쓰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지원을 남자 기자들은 몇 십년 동안 받고 있었던 것 아닌가. 이제 여기자들도 이런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수록 빠져드는 풋살의 매력
아직까지 여성들을 위한 풋살화 등 용품 산업도 뒷받침되지 않고, 여자 화장실이 없는 연습구장도 존재하는 현실. 심지어 여성 회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면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라며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동네 어르신들까지 존재한다. 하지만 풋살이 주는 즐거움은 이런저런 제약을 모두 극복하게 만든다.
정현숙 풋살의 매력,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남지현 상대적으로 농구나 다른 팀 스포츠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 농구는 규칙이 까다로워서 초보자들이 한 걸음 떼는 것부터 너무 힘들지만, 풋살은 공을 차고 뛸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땀 흘려 고생해 뛰다가 한 골 들어가면 좋고 그런 걸 못 느껴본 여자 선후배들이 많으니까 그 느낌을 공유하는 기분이 너무 좋다.
김남영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성장하면서 팀 스포츠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기껏해야 어렸을 때 해봤던 피구, 발야구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서 단체 스포츠라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뭔가를 같이 배워나간다는 게 뿌듯하다. 선배 한 분이 경기장에서 “서로를 돕자!”라고 말씀하신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공은 어떻게 하든 굴러가게 되더라. 잘 굴러가느냐 아니냐는 문제가 남지만 그래도 할 수
있으니까.
최주연 한 사람이 일당백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매력이다. 손흥민 한 명보다 고만고만한 선수 여러 명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공이 사람보다 빠르지 않나. 한 사람이 드리블하는 것보다 패스를 연결시켜 슈팅하는 게 빠르다. 패스를 통한 마법,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정다운 풋살을 해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지난해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수 인원이 계속해서 함께 연습하다 보니 단단한 팀워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소극적이고 얌전한 줄 알았던 동료가 경기장에서 몸을 날려서 수비를 하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팀 스포츠가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정현숙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젠더적인 측면에서도 여기자 풋살 대회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남지현 기자들 특유의 승부욕 때문에 그동안은 지면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풋살은 팀 스포츠고, 내 마음처럼 잘되지 않을 때도 있어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과정을 잘 만들어 가는 방법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최주연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선배인데 “잘 봤다”라고 얘기도 해주시고, 여자 선배들과 친해질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생겼다. 여자 부장 한 분은 예전에 남자 기자 위주의 축구대회를 비판하는 칼럼을 쓰셨는데, 최근에는 후배들이 나처럼 수동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직접 편견에 맞서고 있다는 칼럼을 쓰셨더라. 긍정적인 반향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정다운 남자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남성 연대가 형성되는데, 여자 기자들은 그게 쉽지 않다. 술을 못 마시는 여자 기자의 경우 이른바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해서 소외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따로 모임을 만들려고 하면 반감을 살 수도 있고…. 힘든 기자 사회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사실 선후배 관계인데, 풋살을 통해 ‘서로 잘해보자’라는 인식의 공통분모가 생기고,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남영 회사에서 이름이 아니라 “어이 주장” 이렇게 부르시는 분들도 있다. 그때는 내가 주연이 아니라 그 매력을 못 느꼈었던 것 같다. 풋살을 시작하고 관련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공 차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요즘은 골키퍼 포지션을 잘 소화하기 위해 필라테스까지 병행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명랑 풋살’이 목표… 그럼에도 꿈꾸는 승리
기자협회 주최 여성회원 풋살대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의도한 섭외는 아니었지만, 좌담회에 참석한 4명의 기자가 모두 각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상황. 정다운 기자의 CBS와 최주연 기자의 한국일보는 16강에 올라간다면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좌담회 내내 즐거운 대담을 이어갔지만, 불타는 승부욕으로 내심 승리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최주연 (지난해 졌기 때문에) ‘또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과 긴장, 양가적인 감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즐겁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정현숙 그렇지만 ‘CBS는 이기겠다’라는 생각이 있지 않나?
최주연 웬만해선 이기겠다.
정현숙 그렇다면 CBS는?
정다운 사실 16강은 생각도 안하고 (지난해 준우승했기 때문에) 이제는 위로 올라갈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다치지 않고 ‘명랑 풋살’을 하는 게 목표인데…우승도 꿈꿔본다.
김남영 경기가 끝나면 다들 기사를 작성하러 가야 하는데, 다치면 제가 데스크들을 볼 면목이 없다. 다치지 않고 지난해보다(지난해 중앙일보는 3위를 차지했다)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남지현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다. 지난해 너무 긴장하고 너무 진지하게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웃으면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여성 회원 풋살대회 참가팀은 지난해 12팀에서 올해 29팀으로 급증했다. 최종 승자는 6월 1일 파주에서 가려진다.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당당히 그라운드에 서는 여기자들의 당찬 도전을 응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