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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제보팀장의 등장과 언론 윤리
미디어 트렌드 | 등록일 : 2024-05-31

뉴스 제보 플랫폼 ‘제보팀장’은 기사 제보자가 지불하는 수수료를 기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유료화 서비스를 운영할 것이라 선언했다. 이 유료 서비스는 실제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우리 언론계에서 이러한 광경은 사실 낯설지 않다. 제보팀장 유료화 문제의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언론에 돈을 주고 기사를 써 달라 부탁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기사화를 대가로 준 돈이 기자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 계좌로 들어간다면 말이다. 기자협회보는 기사를 사고파는 관행을 현행법으로 막지 못하는 실태와 이 점을 이용해 수익사업까지 계획한 제보팀장을 지난 3월 보도했다.1)

 

“기사 써주시면 돈 드려요”

 

‘제보팀장’은 2022년부터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해 왔다. 제보팀장이 구축한 주소록에는 기자 2만 명의 이메일 주소가 들어갔다.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돼 있으니 특별히 불법적인 방법을 쓴 건 아니다. 제보팀장은 언론과 시민을 이어주는 ‘플랫폼’을 자처했다. 취지는 괜찮았다. 외면받고 묻히는 제보가 없게 하겠다며 시민이 제보하면 순식간에 전국의 모든 기자에게 제보해 준다고 내세웠다.

 

제보는 넘쳤다. 공익 제보보다 주로 민원성 제보가 많았다. 주변에 아는 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써 몇 언론사에 직접 연락해 봐야 기사로 다뤄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시민들은 제보팀장을 이용했다. 원체 억울한 일도 많은 데다 사사로운 갈등이라도 주변에 큰 소리로 알려야 해결되는 풍토도 작용한 듯했다.

 

제보팀장을 모르는 기자는 거의 없게 됐다. 악명도 높다. 받아보겠다고 한 적 없는 제보가 하루에도 몇 건씩 이메일로 밀려드니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하다. 눈 밝은 기자는 이런 와중에도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 보도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단독성’도 없는 이런 제보를 반기지 않았다. 당연히 제보가 실제 기사가 되는 ‘타율’도 저조했다.

 

3월, 제보팀장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돈을 주겠다고 기자들에게 광고했다. 제보자가 서비스 이용료를 내면 수수료를 빼고 남은 돈을 기자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50만 원까지도 줄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제보자와 기자 모두 돈을 내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화를 추진해 보겠다는 뜻이었다. 제보자는 돈을 주고 자신에게 필요한 기사를 주문하고, 언론은 돈을 받고 맞춤형 기사를 만들어 팔라는 셈이었다.


‘기사거래’를 막을 수 있는 규제수단의 부재

 

제보팀장은 이처럼 기사를 사고파는 일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점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에 있었다. 이 법 덕분에 기자는 간단한 식사나 선물, 경조사비 명목이 아니라면 직무관련자인 취재원으로부터 땡전 한 푼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어딘가에 소속된 직원 개인을 규율하는 법이다. 공적인 조직의 업무를 왜곡하지 않게 일탈을 막는다는 취지다. 제보팀장은 군소 언론법인과 제보 공급 계약을 맺겠다고 했다. 기자 개인의 경우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은 객원기자와 계약하겠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고용이 아닌 계약 관계의 프리랜서에게까지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보팀장은 미리 법률 자문까지 거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언론사를 처벌하는 새로운 법이 필요한 걸까? 물론 법이 효과적인 제재 수단일 수는 있어도 타율규제가 언제나 옳거나 좋은 규범은 아니다.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언론 영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언론인은 공무원이 아닌데도 규율 대상에 넣는다는 점이 청탁금지법 입법 당시에는 큰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기사 거래’를 막는 데 자율 규제가 작동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진흥기금이 투입되는 자율규제기구가 세 개나 있지만 실효는 없다. 언론사가 받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를 개인에게 통보하지도 않다 보니 중견 언론인들도 이런 기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뉴스 제보 플랫폼 ‘제보팀장’ 홈페이지 <출처 - https://jeboteamjang.com/>;

 

 

돈 받고 쓰면 그저 광고일 뿐

 

언론에 어떤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하는 게 그 자체로 잘못된 행위는 아니다. 시민에게는 언론에 접근할 권리가 있고 제보를 받는 건 언론의 직무 행위다. 그렇지만 돈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을 받고 쓴 기사를 언론계에서는 통상 ‘유가 기사’라고 부른다. 가격을 붙여 파는 기사라는 뜻이다. 유료 기사, 협찬 기사라고도 부른다.

 

이런 기사는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어렵다. 일부 기자들은 자기 기사를 ‘기사형 광고’가 아니라 ‘광고형 기사’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격이 수백만 원 정도 되는 유가 기사는 진짜 기사처럼 보이기 위해 어느 정도 취재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9월 대법원은 이미 ‘교통정리’를 했다. 이런 기사들이 아무리 기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돈이 개입한 이상 결국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돈이 기자 개인이 아니라 언론법인에 들어간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해석도 이 판결에서 확정됐다. 다만 대법원은 이런 기사 거래는 신의성실의원칙에 어긋나며 부정한 청탁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뒀다.2)


자율규제 기회 놓친 언론계

 

기사의 외피를 쓴 이런 광고는 2021년 7월 연합뉴스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됐다. 연합뉴스가 2019년 10월부터 건당 10~15만 원을 받고 홍보 대행사에서 받은 홍보자료 최소 2,000여 건을 기사로 만들어 포털로 송고한 사실이 내부 고발로 드러난 것이다.

 

큰 문제가 된 이 사건은 정말 ‘문제만 되고’ 말았다. 언론계 자성과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미 이때도 연합뉴스를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경찰은 앞서 나온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2022년 7월 무혐의 처분했다. 직원들이 홍보 대행사에서 받은 돈을 중간에서 착복하지 않고 고스란히 법인 계좌에 넣었기 때문이었다.3)

 

포털에서 퇴출 규제를 받은 연합뉴스는 한 달여 만에 복귀했다. 법원은 연합뉴스가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는 스스로 자율규제 업무를 수행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자율규제기구 자격은 약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실효성 있는 제재에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율규제기구가 있었다면 법원이 언론계의 징계 결정을 뒤집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론계는 연합뉴스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2022년까지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논의했지만 불씨를 마저 키워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 시도가 들어간 뒤 자율 규제 논의도 자연스럽게 중단된 것이다.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는 현업 언론 단체와 사용자 단체, 포털과 유료방송 사업자 등이 모두 참여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 방안이었다. 타율에 맞서 언론계가 스스로 기사를 심의하고 제재하고 피해 구제까지 폭넓은 기능을 갖춘다는 구상이었다.

 

“다들 하고 있지 않나” 벌거벗은 기사 거래

 

제보팀장은 예고했던 유료 서비스를 출시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제보 이메일 발송도 뜸해졌다. 계속해서 적합한 수익 모델을 찾고 있지만 아직 특이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제보팀장이 제안한 신규 서비스에 기자들이 혹했던 건 아니다. 아주 작은 언론사가 아니라면 제보 공급 따위에 계약하지는 않을 거라고 다들 짐작했다. 다만, 이런 서비스가 대놓고 나올 정도로 망가진 언론 현실을 냉소했다.

 

제보를 기사화하면 돈을 주겠다는 발상에 기자들은 새삼 놀라지도 않았다. 행태를 달리할 뿐 이런 일은 늘 있었다. 홍보 대행사 직원 이름으로 기사를 올리고 광고비를 언론사와 나누는 ‘유령 기자’ 문제도 떠들썩했다.4) 기사 삭제를 대가로 광고를 받는 속칭 ‘엿 바꿔 먹기’는 언론의 상업성 문제의 원조 격이다.

 

기사 거래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다. 다들 알지만 구태여 입에 올리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시키면 조금 부끄러워도 써야 한다. 이렇게 해야 언론사가 땅에 발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입처에서 단가 높은 기사를 잘 물어오는 기자가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한다지만 그 일이 자랑스러워서 하는 건 아닐 테다.

 

제보팀장이 개설한 오픈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기자들은 “기자에게 돈 구걸 안 시키는 언론사 찾기가 더 어렵다”며 다들 하는 일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광고와 기사의 경계 짓기


단체 대화방에서는 취재가 아닌 ‘보도자료 쳐내기’가 기자 노동의 대부분이 된 현실을 지적하는 기자도 있었다. 홍보를 원하는 곳에서 써주는 대로 언론이 ‘받아쓰기’하다 보니 기사가 사실 광고와 다를 바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사는 홍보 수단이라는 인식을 형성한 건 언론 자신이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기사 거래의 피해는 언론 수용자에게 돌아간다. 기사가 이해관계에 오염되지 않은 중립적인 정보라는 믿음을 배반하고, 검증이 결여된 일방의 주장을 퍼뜨리기도 한다는 점이 언론 윤리 관점에서 기사 거래의 가장 큰 문제다.

 

꼭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미 있는 자율규제기구의 심의 결과를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하거나 일선 기자에게까지 확인 서명을 받게 할 수도 있다. 여러 언론인 협회에 이미 있는 문제 회원사 퇴출 규정만 지켜도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될 수 있다. 언론계가 자율 규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타율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뿐이다. 

 

 

 

 

 

1) 박성동, <‘기사 거래’ 못 막는 현행법… “자율규제 우선돼야”>, 기자협회보, 2024.3.19,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5473

2) 대법원 2019도17102 판결. 2017년 전북 부안군에서 한 풍력발전 사업자가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 우호적인 기사를 써 달라며 7개 언론사에 총 880만 원을 송금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언론법인이 아닌 기자들 개인이 사업자들에게서 받은 여행경비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인정됐다.3)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2021년 9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32일 동안 연합뉴스의 포털 노출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이후 재평가를 통해 11월 18일부터는 연합뉴스를 ‘콘텐츠 제휴사’에서 노출 정도가 덜한 ‘검색 제휴사’로 강등시켰다. 연합뉴스는 이 결정에 반발하며 가처분을 냈고 법원 결정 때까지 검색 제휴도 거부했다. 이후 한 달 만인 12월 28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포털 노출이 재개됐다.

4) 송수진, <[탐사K] 광고성 기사에 여론 조작까지…언론사 수억대에 거래>, KBS, 2021.6.2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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