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취재기 제작기]국제신문 <영화 청년, 동호> 제작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4-06-28

국제신문은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왔다. 언론의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시도였다. 철저히 타깃에 집중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해 올해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룬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영화를 제작하거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쯤 프랑스 칸에 가보고 싶어 한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영화제가 매년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곳 레드카펫을 밟는 것을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겐 칸은 꿈의 무대다. 해마다 많은 영화들이 칸영화제 초청작에 들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극히 일부 영화만 그 영광을 누린다. 

 

국제신문이 제작한 영화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감독 김량, 공동제작 ZONE FILM)는 올해 칸 클래식(Cannes Classics)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지난 5월 16일 레드카펫 행사와 함께 상영됐다.

 

국제신문은 매년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국제신문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중 상당수가 왜 언론사, 그것도 하필이면 지역신문사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급격한 언론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너무나도 빠른 언론 환경의 변화에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더군다나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기술 발달이 너무나도 빨라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큰일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아이디어를 모은 게 다큐멘터리 제작이었다.


국제신문이 설정한 방향… 콘텐츠 강화

 

오늘날 많은 언론사가 위기에 처해있다. 그 위기에 대처할 방안을 고민한다. 고민의 일단은 방향 설정일 것이다. 우리도 언론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을 했다.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플랫폼 기업으로 갈 것이냐, 콘텐츠 기업으로 갈 것이냐였다. 이 방향성은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사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그 방향은 명확했다. 콘텐츠 강화에서 대책을 찾고자 한 것이다. 플랫폼을 키우고 강화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대응하기엔 역량이나 자금, 기술 등에서 한계를 절감한 이유도 있다. 방향이 잡히자, 신문 콘텐츠 중 기획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좋은 기획 기사가 신문이라는 매체의 한계로 텍스트로만 전달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런 이유로 이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말하자면 활자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자는 생각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것이다. 유튜브 영상과 쇼츠가 인기 있는 시대 흐름과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꿈의 고객’에게 무엇을 줄지 고민하다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디지털 부문은 콘텐츠 제작에 앞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고민했다. 시장을 미리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야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 콘텐츠의 소비 대상인 ‘꿈의 고객’은 누구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타깃을 설정했다. 가급적 최대한 타깃을 좁혔다. 타깃을 좁힐수록 선명하게 우리 콘텐츠를 향유할 고객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좋을지, 왜 그 사람들이 보아야 할지 철저하게 고민했다. 이렇게 타깃을 좁혀 그 고객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일종의 시장조사를 했다. 그런 다음 그 시장에서 우리가 꿈꾸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봤다. 그들이 뭘 원하는지 조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꿈의 고객에게서 무엇을 받을지도 생각했다. 

 

다소 황당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 이런 생각을 했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꿈의 고객을 찾을 수 있었다. 고객은 찾았는데 그들이 왜 굳이 이 콘텐츠를 보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제작을 했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콘텐츠가 제작됐다. 이런 과정 끝에 만들어진 국제신문 디지털 부문의 콘텐츠는 결코 우연한 산물이 아니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 스틸컷 ⓒ국제신문

 


독자를 넘어 관객과 만나다

 

국제신문 다큐멘터리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기반 콘텐츠라는 점이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지역을 소재로 한 기획 기사가 되기도 했고, ‘부산 사람’의 문화 자체가 되기도 했다. 신문의 기획 기사를 통해 지역의 이슈나 어젠다를 설정하고 보도한 다음에는 이를 다른 형식의 콘텐츠로 만드는 일이 필요했다. 좋은 기획 기사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아이템 고민에서 시작된다. 가급적 시의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 보도된 기획물 중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능한 것을 우선적으로 찾는다. 그래도 마땅한 아이템이 없다면 범위를 더 넓혀 그 이전에 보도했던 기획물 중에서 아이템을 고른다. 보다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사전에 내부 회의를 한다. 이렇게 철저한 검증과 조율을 거쳐 채택되면 제작에 들어간다. 

 

가령 2020년 제작한 <청년 졸업 에세이>는 2019년에 연재된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가 모티브가 됐다. 일자리 부족 등으로 부산에서 나고 자라도 졸업 후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 청년들의 유출 문제를 영상으로 살려냈다. 작품은 청년들의 ‘탈부산’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짚고 그 대안을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에 공식 초청됐다. 

 

그 이듬해인 2021년 제작된 <10월의 이름들>은 원작인 국제신문 기획 기사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비교적 덜 조명된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의 생생한 기억을 불러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26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2021)와 제13회 부산평화영화제(2022)에서도 상영됐다. 

 

2022년 제작된 <죽어도 자이언츠>는 1975년 실업 야구로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를 중심으로 부산 야구 40년사를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아 극장 개봉한 작품으로, 국내 일간지가 제작한 영화가 대형 배급사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계속된다

 

기획물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면서 종이신문의 독자와 영상 독자를 모두 만났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독자의 외연이 넓어진 셈이다. 활자와 영상으로 보다 많은 독자에게 발로 뛴 기획 기사의 취지를 알릴 수 있었던 언론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런 실험 속에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청년 졸업 에세이>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를, <10월의 이름들>은 부마항쟁의 참의미를 이야기했다. <죽어도 자이언츠>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부산 시민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힘들고 녹록지 않은 제작 환경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역량이 있어 견딜 수 있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 노력과 시도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으면 좋겠다.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휩쓸리기보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시도하는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믿는다. 비록 그 실험이 빛을 못 보더라도, 그 시도 자체에 응원을 보내는 문화가 열렸으면 좋겠다. 이런 실험정신과 파이팅이 우리 언론의 당면 과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장세훈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06-28
  • 조회수 : 4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