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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 부서에서 기자로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직장인으로 회사의 인사발령을 따르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발령 전 부서와 취재 주제와 영역,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져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희망 부서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법, 희망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회사에 어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익명의 기자
A1.
우선 새로운 부서에서 빨리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언론사 각 취재 분야(정치·경제·사회 등)는 취재 대상 및 취재 요령 등이 각기 달라,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로 발령이 나면 처음에는 얼떨떨한 기분마저 들고, 특히 원하지 않은 부서로 발령이 나면 “내가 물을 먹었나?” 하는 불안감까지 겹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불문하고 새로 옮긴 부서에서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본인의 사내 평판마저 나빠집니다.
새로운 부서에서의 성실도가 희망부서 이동의 밑거름이 됩니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서 열심히 취재하고, 그에 따라 기여도가 높아지면 데스크들끼리의 식사 자리나 여러 경로를 통해 자연히 소문이 퍼질 것이며, 그중 긍정적 평가는 이후 원하는 부서로 옮기려고 할 때 큰 힘이 됩니다. 만약 그 반대라면, 원하는 부서는커녕 기자로서의 입지조차 위험해집니다.
전 부서에 돌아올 여지 남겨둘 것
떠날 때 데스크에게 언젠가 복귀하고 싶다고 귀띔해 두십시오. 전 데스크에게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새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복귀해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귀띔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데스크는 빈말이라도, “그래, 가서 수고 좀 해줘, 언젠가 다시 부를게”라고 격려해 줄 것입니다. 그 말에 어느 정도의 진실성이 담겨 있는지는 지금 단계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이전 부서 때 맺은 취재원과의 관계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다른 부서로 발령받으면 가장 안타까운 것이 기존 취재원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일단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으면 취재원들에게 “인사발령에 따라 새로운 취재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원래 부서로 돌아와 뵙겠다”라고 연락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뒤에도 가끔 메신저 등으로 취재원들에게 연락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적절한 시기
전문성과 희망 부서 어필해야
자신의 전문성 어필은 적절한 수준과 시기에 해야 합니다.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가고 싶은 부서의 전문성을 쌓고, 그것을 어필까지 해서 돌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드는 생각이 석·박사 학위나 자격증 취득인데, 기자 생활을 하며 병행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설사 취득한다고 해도 “너, 전문성이 있구나!”라고 인정해 원하는 부서에서 부를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칫 현재 부서장에게 “딴 생각하고 있다”며 찍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 전문성 어필은 관심 분야의 본인 기사를 모아 책을 발간하는 선에서 자제하고, 평상시에는 가고 싶은 부서의 데스크나 선·후배 기자들과 모임이나 가끔 가지면서 본인의 장래희망을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 부서에서 충분한 기간 근무했고, 인사 시즌이 도래하면 이제는 데스크 및 그 이상의 간부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제작부서에 기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국이 있으면 그쪽에도 본인의 희망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희망 부서 데스크의 인정 → 장기근무 → 전문성 축적
기자가 한 부서에 오래 있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득이 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기자 개인으로서는 득이 많습니다. 언론사 퇴사 후까지의 인생을 내다본다면, 퇴직 후 남들에게 “난 이런 일들을 했다” 보다 “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부서에서 장기 근무를 해서 전문성을 쌓아야 합니다.
저도 인사팀에서의 오랜 근무로 실무 경험을 쌓고, 노무사 자격증까지 따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기자가 원하는 부서에 계속 남으려면, 우선 기자 인사권을 쥐고 있는 소속 데스크의 인정을 받아야 함은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서 잠깐,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자의 유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제가 신문사 재직 시절, 당시 논설위원실장이셨던 분이 인사팀원들에게 밥을 사주시면서 “회사가 필요한 기자들을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직접화법으로 소개합니다.
첫째, “스트레이트 기사를 꾸준히 쓰는 기자다. 신문 지면 모두를 특종과 칼럼으로만 채울 수 없다. 8:2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80%의 기사를 누군가 성실하게 써줘야 한다. 권투로 치면 레프트 잽과 같은 기사를 성실하게 쓰는 기자다.”
둘째, “권투로 치면 라이트 어퍼컷이나 롱 훅 기사를 쓸 줄 아는 기자이다. 특히 대형 사건이 야간에 발생했을 때, 해당 주제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고 자료 준비가 잘된 기자는 혼자서 2개 지면을 여러 꼭지로 채울 수 있다.”
셋째, “글 쓰는 것은 그저 그런데, 갑자기 큰 정보를 들고 와서 회사에 던져주는 기자가 있다. 이런 기자들은 외부 취재원 관리에 열정과 노하우를 가진 기자다.”
넷째, “기자 본류 업무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기 취재원을 보물단지인 양 혼자 독점하지 않고 간부 및 동료들에게도 소개해 줘, 회사 취재 역량을 넓혀주는 기자가 있다. 이런 기자도 꼭 필요한 기자다.”
기자가 위 4가지를 모두 잘할 수 없지만, 특히 전문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기자는 둘째나 셋째 유형의 기자를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경쟁력 있는 기자로 살아남는 법
쌓기는 어려우나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오랜 기간 공부한 의사도 단 한 번의 의료과실로 무너질 수 있듯이, 입지를 굳혀왔던 기자도 단 한 번의 잘못된 보도로 명예훼손 문제나 언론 중재 대상이 되어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큰 타격을 받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진짜 경쟁상대는 회사·타사 선후배가 아니라, SNS나 유튜브라는 점도 잊지 마십시오. “구독자 100만 유투버”가 흔해진 한국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있어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것은 기자가 아닌 그들입니다. 대중 친화적인 소통방식도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지만, 콘텐츠의 전문성도 이미 신문·방송기자들의 전문성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입니다. 그들의 전문성을 뛰어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그들보다 더 가깝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방법론은 혼자가 아닌, 모든 기자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할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