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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는 지난 6월 20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사전 콘퍼런스(Pre-Conference)를 개최했다. K-콘텐츠와 관련해 3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진 이번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북미 기반 커뮤니케이션 관련 3대 주요 학회 중 하나인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CA,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는 격년으로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전 세계 약 8,000명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대형 학술대회라고 할 수 있다.
짝수년인 2024년 올해는 지난 6월 20~24일까지 호주 골드코스트(Gold Coast)에서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 정기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언론학회(회장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는 사전 콘퍼런스(pre-conference)의 성격으로 학술대회 첫날인 6월 20일, ‘한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요즘 뜨는” 커뮤니케이션 연구 영역(Past, Present, and Future of the Korean Wave(Hallyu): An emerging Communication Research Agenda)’을 대주제로 총 3개의 세션을 마련했다. 첫 번째 세션은 K-드라마와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의 영상 콘텐츠 관련 논의가 중심을 이뤘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K-POP과 한국의 아이돌 관련 발제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션에서는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지속가능성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이번 한류 콘퍼런스는 2023년 8월부터 약 10개월간의 사전 준비가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의 후원과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와 언론학회 간의 협의를 통해, 작년 10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제 원고를 모집했고, 7개국(한국, 미국, 영국, 필리핀, 인도, 캐나다, 중국)에서 10개의 한류 관련 연구를 최종 선정했다. 세션에 참여한 토론자들 역시 한국은 물론 미국, 호주, 필리핀,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학자들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한류에 대한 글로벌 시각이 포함될 수 있게 구성했다.
한국 콘텐츠는 이제 ‘K-콘텐츠’로 불리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창출됐다. 이러한 K-콘텐츠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뉴욕타임스는 한국을 ‘문화의 중심지’라고 묘사한 바 있다.
이번 한류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 2,500만 명에 달했으며, 이는 12년 만에 24배 증가한 수치이다. 전 세계에는 약 1,748개의 한류 팬클럽이 존재하며, 이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인기를 반영한다. 또한, 한국은 670억 달러(약 93조 원) 규모로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23년에는 태국, 멕시코, 미국,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에서 K-콘텐츠 관련 행사가 개최됐으며, 특히 UAE에서 열린 K-콘텐츠 엑스포에는 약 2만 8,000명의 현지 방문객이 다녀
갔다.
이러한 데이터는 K-콘텐츠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경제·문화적 자산으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학술대회 주요 행사들이 진행된 GCCEC(Gold Coast Convention & Exhibition Centre)의 여러 세션 장소 중에서도 한류 콘퍼런스가 개최된 곳에는 유독 많은 참가자가 자리를 채워 한류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미디어 시장의 다변화 보여주는 초문화 팬덤
한국, 일본, 중국의 대중문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문화 연구의 대가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기조연설에서 동아시아 팬 문화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관계, 특히 대중문화와 초국적 팬 커뮤니티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초문화적 팬덤이 국가와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감정적 및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팬덤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오징어 게임>이 세계 각지의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을 모방하고, 관련 장소를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하는 행위 등은 문화적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팬들이 초문화 팬덤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초문화 팬덤 현상은 할리우드 중심의 콘텐츠 시장이 쇠퇴하고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다변화와 재편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주장하였다.
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의 경계: 팬 민족주의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각 국가에서 역사적 의상(한복, 한푸, 기모노 등)의 부활과 착용 문화를 통해 자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강하게 표출함으로써 팬 민족주의를 통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는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K-POP 아이돌이 전통적인 한국 의상을 입고 공연할 때, 일부 중국 팬들은 그 의상이 중국 전통 의상과 비슷하다고 느껴 불쾌함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는 팬덤 내에서 국가적 정체성과 문화적 정체성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디즈니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Turning Red)>의 의상 디자인이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요소를 섞은 것으로 인식되어 두 나라 팬 사이에 논란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례들은 팬덤 내에서 문화적 전유가 국가 정체성과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팬들은 자신의 민족적 문화 정체성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다른 문화가 자신의 문화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K-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미래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논의한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한국 K-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최근 사례도 발표됐다. K-콘텐츠 산업이 지난 5년 동안 매출과 수출에서 꾸준히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매출은 연평균 6%, 수출은 8% 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한국 콘텐츠의 수출 가치는 전통적인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가전제품과 전기차의 가치를 능가하고 있으며, 콘텐츠 산업이 관광 등의 인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K-콘텐츠 이용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한국 방문 의사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K-콘텐츠가 단순한 문화적 소비를 넘어, 한국의 이미지 제고와 관광 산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K-콘텐츠는 VR, AR, AI와 같은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작, 제작, 배급 패러다임 및 소비자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광고에서 AI 디에이징(De-aging)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상 K-POP 아이돌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 융합이 미래의 한류를 이끌 새로운 인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문화 콘텐츠 사업의 한계와 과제
한류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있었지만, 한류의 지속 가능성과 콘텐츠 소비에 대해 국제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중국의 한한령이 한국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발표한 김태영 교수(Loughborough University)는 민간의 문화 교류가 각국 정부의 외교적 압력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각국의 해외 미디어 콘텐츠 소비는 정치와 외교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중국의 한한령 조치(한국 콘텐츠와 관련 사업에 대한 제재)는 한국 콘텐츠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했다.
이번 한류 콘퍼런스는 한류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며, 다양한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관점과 연구 과제를 논의할 수 있는 귀중한 장이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한류가 단순히 일시적인 문화 트렌드가 아니라,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현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콘퍼런스 종료 후 한 해외 학자의 제안으로 참석자 모두가 손가락 하트 제스처를 취하며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 실제로 참가자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83% 이상의 응답자들이 이번 한류 콘퍼런스가 학문적 관심과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한류 이외에도 한국 자체에 대한 폭넓은 주제로 유사한 국제 콘퍼런스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주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앞으로도 한류와 한국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