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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디지털 세계의 국경 문제: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보호주의]라인야후 사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7-26

라인야후 사태는 지난해 라인야후에서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표면상으로는 안보 강화 조치 요구지만 기업 간 갈등을 넘어 국가 차원에 이르는 복잡한 쟁점의 라인야후 사태 이면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일본 정부가 네이버를 상대로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11년 6월 일본에서 선보인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은 출시 반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급성장해 지금은 일본 인구 1억 2,000만 명 가운데 1억 명 가까이 사용 중이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할 정도로 대중화돼 한국에서 카카오톡 없이 생활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일본에서도 라인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런데 작년 11월 일본 라인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라인의 서버를 위탁 운영하는 네이버클라우드에 구멍이 뚫리면서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 라인야후에 통신 보안의 보호와 사이버 안보를 확보하라는 행정지도를 발표하고, 이어서 지난 4월 동일한 사안에 대해 2차 행정지도를 발행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이 무렵 라인야후의 지분을 반분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가 가진 지분 일부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라인야후는 사내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자 라인메신저 개발자인 신중호 이사를 해임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행보에 대해 우리 국민의 부정적 여론이 비등했으며 급기야 우리 정부도 직접 나서기에 이르렀다.


국민감정 건드릴 불씨… 곤혹스러운 네이버

 

최근 ‘플랫폼 지정학’의 추세에 비춰 보면, 이번 사태는 예사롭지 않게 여러 변수가 얽힌 복잡한 문제다. 첫째, 라인야후 사태는 사이버 안보 문제에서 촉발된 기술·자본 ‘독립’의 문제다. 라인야후 사태는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방지할 역량이 부족한 라인야후에 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라고 요구한 데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으로는 라인의 신속한 사이버 안보 강화 조치 요구였지만, 내용적으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 대 50으로 보유하고 있는 라인야후 지분 구조 재조정 문제로 불거졌다. 현재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개발권은 네이버가 가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독립’의 기회로 삼으려는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속셈이 중첩되면서 문제가 증폭됐다. 오래전부터 라인 종사자들은 네이버의 기술·자본 ‘지배’를 받고 있었음에도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패권을 향한 소프트뱅크의 야망도 변수로 거론된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자 제조업 선두 주자였으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뒤떨어진 일본이 AI 시대에 다시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발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중동 자금까지 모아 무려 88조 원을 AI에 투자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자국 플랫폼을 구축할 하드웨어인 반도체와 인프라인 서버, 클라우드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단점을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채워나가려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오픈AI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일본에 유치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23년 3월 네이버와 AI 협력을 발표하며 자본까지 투자했던 소프트뱅크가 단 1년여 뒤인 2024년 5월 돌연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선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둘째, 라인야후 사태는 경제·안보 문제로 증폭된 플랫폼 주권의 문제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에 대한 의존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일본에 라인을 대체할 만한 자국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 내쫓기’가 기획됐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경제 안보를 빌미로 자국 내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외국 플랫폼에 지정학적 압박을 가하는 주요국들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은 중국 플랫폼인 틱톡이나 테무에 대해 이와 유사한 제재를 가했다. 

 

중국계 기업인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전 세계 이용자가 19억 명을 돌파하고, 미국 내 이용자도 4억 인구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다. 그간 미 정치권에서는 틱톡이 미국 시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중국에 넘기고 있다면서 서비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국 데이터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틱톡의 미국 내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바이트댄스는 6개월 안에 틱톡 사업권을 매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다운로드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작년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테무와 쉬인도 개인정보 관리와 사이버 안보 문제로 경계 대상이 됐다. 특히 미국은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안보 위협을 주요 문제로 거론하며 차이나 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사이버 범죄는 물론이고 중국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대변하는 미디어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을 통해 개인정보를 입수해 선전 작업에 활용한다고 주장하여 파장이 일었다. 

 

끝으로, 라인야후 사태는 한국의 국민적 감정을 건드릴 불씨를 안고 있는 문제다.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미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듯, 한국을 ‘적성국’처럼 대하는 것으로 비쳤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일본이 사이버·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여전히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실제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되면서 한국의 여론이 급속하게 악화했다. 국내에서는 ‘독점 플랫폼’이라고 비판해도 국민기업 이미지를 가진 네이버가 일본에서 퇴출당하는 꼴은 못 본다는 정서다. 

 

야당은 규탄 결의안을 발의하고 네이버 노조도 라인 매각 반대에 나섰다. 이번 사태 이후 국내에서 라인 앱 설치 건수가 한 때 카카오톡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는 1998년 발생했던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초 이래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은 세계 시장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를 제치고 75% 이상의 국내시장을 지켜온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제적·문화적 상징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들어 경영난에 봉착한 한글과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대신 주력 사업이었던 아래아한글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러한 계약 내용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심하게 제기됐고, 더 나아가 아래아한글을 살리기 위한 거국적인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처럼 국민이 나서서 네이버를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면 네이버로서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신흥 안보 사례, 유사 사태에 국가적 대비해야

 

지난 7월 1일 라인야후는 당장은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어렵지만 계속 논의하겠다고 일본 당국에 보고했다. 또한 라인야후 본사 직원의 네이버클라우드 인증 기반 시스템 분리는 2025년 3월까지, 해외 자회사 직원 인증 시스템 분리는 2026년 3월까지 각각 완료한다고 보고했다. 네이버도 단기적으로는 지분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총무성도 행정지도는 재발방지책 요구이지 자본 관계 재검토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라인야후가 제출한 재발 방지 보고서와 관련해선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내용을 제시했고 일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로 인해 일단 라인야후 사태는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절대 개별 기업만의 고민이 될 수 없으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최근 플랫폼 지정학의 추세를 보면 라인야후 사태에서 드러난 데이터 안보 문제는 미시적 안전·보안 문제가 거시적 국가안보 문제로 창발(創發)하는 ‘신흥 안보(emerging security)’의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 자본의 이익과 국가 차원의 안보가 밀접히 연계되는 시대를 맞아 라인야후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데이터 안보 문제는 플랫폼 지정학 시대를 헤쳐갈 국가 책략(statecraft)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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