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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YTN<[YTN 탐사보고서 기록] 급발진, 엑셀 vs. 브레이크>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4-08-30

YTN 탐사보고서 기록 취재진은 지금껏 누구도 원인을 밝히지 못한 ‘급발진 의심 사고’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동안 의혹 제기나 현대 과학의 골칫덩이로 묘사됐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폭넓고 다각적으로 접근한 취재기를 통해 ‘급발진’의 진실에 다가가 본다. 편집자 주

 

한 번 사고가 나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지곤 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지난 7월 첫날 밤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해 아홉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비극은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으며 우리 사회에 급발진 논란을 재점화했습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통제 불능 사태가 돼 가속하는 현상을 말하는 ‘급발진(unintended acceleration)’.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전자 신호 이상 또는 소프트웨어 오류가 급발진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에 잘못된 정보가 기록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YTN 탐사보고서 기록 취재진은 ‘급발진’의 진실을 찾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급발진이 현대 과학의 골칫덩이가 된 이유

 

시작은 거창했습니다. 그 어떤 기사와 방송에서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그 누구도 과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발진 관련 기존 기사와 방송, 논문을 모조리 찾아보고 확인하며 각오를 불태웠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접근이었습니다. 하지만 급발진을 규명하지 못한 채 번번이 운전자의 책임으로 결론 지어지는 관례들과 진실을 숨기거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에 직면한 자동차 제조사의 변화를 우리 방송이 끌어내길 바랐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크나큰 고통 속에 시름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강자는 언제나 거대한 정부와 기업이었고, 약자는 그들을 상대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껏 법원에서 단 한 차례도 인정되지 않은 급발진 소송이 우리 방송을 계기로,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되기를 바랐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소송 중인 사고 유족을 만나고 급발진 소송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이유입니다.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교통사고로 당시 열두 살이던 도현이가 숨졌습니다. 이 사고는 뉴스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다뤄지며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피해자인 도현이의 할머니가 운전했는데, 할머니는 사고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족인 도현 아빠는 급발진을 증명하기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국회와 법원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사고 차량 제조사는 사고기록장치인 EDR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 결함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다각적인 분석 결과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면 갈수록, 전문가를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급발진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의 순간을 명확히 기록한 증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급발진을 다룬 방송이나 기사가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그치거나, 급발진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현대 과학의 골칫덩이로 묘사하고 마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취재진은 시청자의 비난을 받더라도 이런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취재진이 각 사안과 이해 당사자를 따로 떼어놓고 접근한 이유입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 타이틀 화면 ⓒYTN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

 

급발진 의심 사고는 매해 수십 건씩 발생합니다. 최근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면서 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늘고 있습니다. 끔찍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고는 뉴스 등 방송 프로그램과 기사를 통해 소개되며 우리 사회의 미스터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객관적 검증 없이 흥미 위주로 유튜브 등을 통해 급발진 의심 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난무합니다. 취재진은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이 같은 접근 방식이 피해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합리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YTN 취재진은 급발진 관련 의혹과 쟁점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직접 사고 유족들을 만나고 자동차 구조와 소프트웨어 전문가, 한국교통안전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제조사 등 급발진을 오랫동안 다뤄온 각종 기관과 인물을 만나 철저하게 취재했습니다. 첨예하게 갈리는 급발진에 대한 의견을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취재·보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풀리지 않는 의구심과 급발진을 주장하는 측의 주장을 빈틈 없이 검토했고 국과수와 교통안전공단의 감정 과정을 밀착 취재했으며, 방대한 급발진 관련 논문과 소송 자료 등을 빈틈 없이 검토해 논증했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실력도 없다’, ‘자동차 제조사와 한 통속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국과수. YTN 탐사보고서 기록 취재진은 급발진 의심 사고를 감정하는 국과수를 찾아 국내 방송 최초로 감정 전 과정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국과수 분석서를 입수해 그동안 급발진이 확실하다며 사고 초기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됐던 의심 사고 대부분이 운전자의 실수 때문이라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음향 감정 검증 <출처 – 방송 화면 갈무리>

 

 

강릉 티볼리 급발진 의심 사고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고의 감정 결과에 대해 각 과정 전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인 EDR에만 의존해 차량 결함을 찾지 못했다는 세간의 억측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전반을 재구성하고 급발진 의심 사고의 진실을 찾기 위해 과학적인 감정을 진행한다는 국과수 입장만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피해자 측과 급발진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질문을 취재진이 대신 전하고 국과수에서 답을 구하는 방식의 구성을 통해 시청자에게 과학적인 근거를 소개했습니다.

 

YTN 취재진은 급발진을 다룬 기존의 방송과 기사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자동차의 구조와 사고기록장치의 작동 방식, 전자 시스템의 구성 방법 등을 그래픽을 통해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배치해 시청자의 이해를 도우려 했습니다.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자동차 구조 전문가와 전자 시스템을 연구하는 학자 여럿을 만나 교차 검증하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를 직접 찾아 각 시스템 공정을 담당하는 엔지니어와 함께 제작진이 제작한 구성도와 실제 자동차 시스템의 흐름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급발진을 주장하는 측에서 근거로 제시해 온 미국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바(Barr) 그룹의 자료 전체를 직접 번역해 분석했습니다. 바 그룹이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 카운티 법정에서 제시했던 ‘비트플립’과 ‘급발진’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설명했고, 자동차 구조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동차의 안정성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습니다. 당시 바 그룹의 성취가 급발진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설정한 어떤 상황에서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설명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급발진 의심 사고를 다룬 법원의 민·형사 판결 80여 건을 분석해 우리 법원이 급발진 의심 사고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으로 시청자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습니다. 

 

 

강릉 교통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음향 분석 결과 그래프 ⓒYTN

 


논쟁 없앨 구체적 방안 마련이 급선무

 

취재진은 방송을 제작하는 동안 피해자, 자동차 제조사, 학계와 법조계 그리고 정부 기관 모두가 급발진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고 합리적인 결론을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급발진에 대한 과학적 증명 이전에도 사고를 줄이고 논쟁을 종결시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겁니다. 그리고 각자가 혹은 서로에게 바라고 당부하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반영했습니다. 

 

제조사는 자동차에서 결함이 발생하거나 페달 오조작으로 중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자동으로 운행을 멈추는 기능 같은 안전장치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시 EDR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운전자의 오조작이 있었는지 증명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 설치 등을 활성화할 필요도 충분합니다.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 그리고 제조사의 기술적 성취 등의 변화와 아울러 급발진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 변화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난제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나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차량의 내부 결함 때문이든 운전자의 조작 실수 때문이든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으로 인한 피해는 이어집니다.

 

교통사고는 인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현대 문명의 그림자입니다. 첨단화하는 기술과 인공지능의 시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는 시간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원인 모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기술의 미래는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급발진, 액셀 vs. 브레이크>편 마지막 문장입니다. 어렵고 또 어렵게 써 내려간 클로징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 많습니다. 전문가와 피해자가 각각 제기한 의혹 중에서도 끝내 저버릴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개인적 당부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국과수와 같은 정부 기관이 과거 언젠가 조사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초동 조치를 잘못했다거나 몇몇 기록을 누락해 잘못된 결론을 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만 기대 현재의 과학적 감정 전체를 불신하는 것은 억지가 아닐까요? 급발진 의심 사고의 조사와 감정을 담당하는 전문가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분석 수준이 높아졌음을 인정하고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객관적 감정 방법을 제시한다면 오해와 불신은 사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함 없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의 오작동으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피해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안전에 대한 믿음’과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취재진이 제작을 마치는 순간까지 고심했던 진심이 이 글을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만난 수많은 분의 마음에 닿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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