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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K-콘텐츠에 스며드는 샤머니즘 열풍
미디어 트렌드 | 등록일 : 2024-08-30

최근 샤머니즘 관련 콘텐츠들이 연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파묘>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에서 샤머니즘을 다루며 특히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외신까지 주목한 K-콘텐츠 샤머니즘 열풍의 배경과 함의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주목을 받은 이래 샤머니즘 콘텐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해 7월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은 한국 영화는 <소풍>, <파묘>, <범죄도시4>, <핸섬가이즈>, <탈주> 이렇게 5편으로 그중에 <파묘>와 <핸섬가이즈> 두 편이 샤머니즘과 연관된, 이른바 ‘오컬트’ 영화다.

 

<파묘>는 묘 이장을 둘러싸고 무당, 풍수사, 장의사들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그렸는데 무당과 풍수사가 정말로 귀신을 쫓는다는 설정이 나왔다. <핸섬가이즈>는 두 남자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귀신이 깨어난다는 설정이다.

 

이런 샤머니즘 콘텐츠 열풍 속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 콘텐츠 속 샤머니즘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계기는 SBS 연애 예능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끌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 프로그램들이 양산됐는데 그 속에서 샤머니즘 코드와의 접목도 시도된 것이다.

 

보통 이런 연애 프로그램엔 누구나 선망할 법한 선남선녀들이 등장한다. <신들린 연애>에선 무당, 점술가, 퇴마사, 타로 마스터 등이 그 역할을 맡았다. 출연자들은 사주와 신점 등을 통해 1차 호감 상대를 고르고 “신령님이 점지해 준 사람을 만나겠다”, “신령님이 보시기에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셨으니까 저한테 그렇게 알려주셨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상대가 선물을 준다고 하자, 자신이 모시는 귀신에게 드릴 과일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샤머니즘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새삼 인식하게 됐고 샤머니즘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신들린 연애>는 2회 만에 20~49세 시청률 동 시간대 1위(1.2%, 수도권 가구 기준)에 올랐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작진이 공개한 ‘나의 60갑자 운명패 뽑기’에는 140만 명 이상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워낙 연애 프로그램들이 범람했기 때문에 쉽게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자 SBS는 <신들린 연애> 2탄 제작을 확정했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래 샤머니즘 콘텐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연합뉴스

 


외신도 주목한 한국의 샤머니즘 인기

 

그밖에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샤머니즘이 등장했다. LG U+모바일TV는 자체 콘텐츠 <타로>를 공개했다. 주인공들이 예기치 못한 순간 우연히 타로 카드를 손에 쥐게 되면서 인과 없는 저주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리 수사단>은 오컬트와 예능을 접목했다.

 

티빙의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도 화제를 모았다. 귀신 현상으로 고통받는 일반인 사례자와 무속인의 의식 과정을 따라가며, 지금도 여전히 한국 문화에 남아있는 샤머니즘에 대해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6명의 무속인을 직접 등장시켜 무당의 능력과 ‘신의 제자로 살아가는 자들’의 삶에 대해 풀어냈는데 공개 후 역대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중 첫 주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올랐다.

 

JTBC <크레이지 슈퍼 코리안>도 올 상반기에 ‘한국인이 푹 빠진 샤머니즘’을 다뤘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해 설명해 주고 스튜디오에 ‘사주 상담소’를 열어 연예인들에게 상담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풍수에 맞는 가구 배치 조언도 등장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한동안 풍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드라마에 무당과 귀신 등 샤머니즘 코드가 등장한다. 무속인이 됐다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예능에 심심찮게 나온다. 최근엔 코미디언 김주연과 배우 정호근, 이건주 등이 무속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다양한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이건주의 경우 작년에 신병을 심하게 앓았는데 무속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후 거짓말처럼 신병이 나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은 시청자가 그런 소재를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응이 좋다 보니 이미 충분히 알려졌고 진실 여부도 불확실하지만 많은 프로그램에서 반복적으로 사연을 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샤머니즘 코드가 유행하면서 외신까지 주목했다. 지난 6월 로이터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첨단 기술을 갖춘 경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샤머니즘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한국어로 ‘무당’과 ‘점술’을 검색한 횟수가 지난 5년간 두 배가량 늘어났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무속인 인터뷰도 실렸는데 그는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고객 중 상당수가 높은 집값과 자녀 양육비에 대한 걱정으로 찾아온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의 이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한 기관은 2022년 기준 한국에 30만~40만 명의 무당과 점쟁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1)


불황과 경쟁 속에 샤머니즘 찾는 젊은이들

 

한국에서 샤머니즘은 원래 인기가 높았다. 전통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유학 중심의 사상 통제가 이뤄졌다. 유학자들은 샤머니즘 같은 신비한 요소들을 배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 샤머니즘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학 선비 집안에서까지 은밀히 무속인을 찾곤 했다. 과거 한국이 불교 국가로 분류될 정도로 불교의 영향력이 큰 적도 있었지만 그때도 역시 샤머니즘은 살아남았다. 그 정도로 샤머니즘은 우리 전통문화의 저변에 깊게 깔린 익숙한 코드다. 그러다 보니 과학 발전과 기독교 성장 등 현대 사회의 여러 변화에도 여전히 샤머니즘의 위상은 강고하다. TV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이 샤머니즘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경향도 있어 드라마 속에서 그런 코드가 많이 등장하게 됐다.

 

최근 들어 나타난 변화는 젊은이들 사이에서까지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종교성이 많이 약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대형 종교들의 교세가 약화되는 추세다. 요즘 젊은이들은 합리주의와 첨단 기술 상품으로 무장했다. 그런 세대가 샤머니즘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파묘>의 천만 흥행도 젊은이들의 관람 열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파묘> 전에 SBS <악귀>, tvN <방법> 등의 무속인 드라마도 인기를 모았다. 연애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도 당연히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젊은이들까지 샤머니즘에 관심을 갖는 건 지금이 불안의 시대라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불안하고 공허할수록 뭔가 의지할 대상을 찾는 법이다. 저성장 시대의 불황과 경쟁 속에서 젊은이들은 믿을 대상이 필요해졌다. 그런데 기성 대형 종교는 고루한 느낌이고, 나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신앙이라는 것이 무겁고 부담스러운 느낌도 있다. 반면에 샤머니즘 쪽은 길흉화복을 손쉽게 알려주고 복도 간단하게 빌어준다. 무겁게 경배할 필요도 없다. 또 한국의 샤머니즘은 전통적으로 민초들에게 치유, 위로의 기능을 해왔는데 이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이었다. 

 

샤머니즘의 외형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무당의 스타일은 젊은 세대에게 촌스럽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는데 <파묘> 이후 신세대 무속인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신들린 연애>에서도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옷차림의 무속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멋진’ 사람들이 특이한 무속적 언행을 하는 건 ‘힙’한 개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잔혹한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등도 무속 코드와 연결됐다. 그래서 흉악 범죄가 악귀의 소행으로 표현되고 그걸 무속인이 퇴치한다는 설정이 인기를 끈 것이다. <신들린 연애>가 연애 예능의 샤머니즘화라면, 이런 범죄 소재 영상물은 장르물의 샤머니즘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배경에서 젊은이들에게 샤머니즘이 점차 친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샤머니즘을 홍보해 주는 듯한 구도엔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의 합리화에 역행하면서 젊은이들을 자칫 신비주의에 물들게 할 수 있고, 일부 무속인 일탈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 무속도 우리 전통이니만큼 K-콘텐츠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도하게 무속을 홍보하는 듯한 설정은 경계해야 한다. 

 

 

 

 

1) Hyunsu Yim, <South Korea’s young shamans revive ancient tradition with social media>, Reuters, 2024.6.8,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south-koreas-young-shamans-revive-ancient-tradition-withsocial-media-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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