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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반복되는 사건, 멈춰있는 조직, 언론계 성인지 감수성 재진단]언론사 성인지 감수성 관련 제도 및 교육 현황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8-30

지난 6월 말, 남성 기자들이 온라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남녀 언론인과 정치인을 성희롱한 이른바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언론을 달궜다. 언론계의 성인지 감수성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언론사는 젠더 데스크 운영, 성인지 교육 강화 등 대안을 마련해 왔다.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언론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 현황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서 젠더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 2020년 텔레그램 성 착취방 사건(N번방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형 성범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중에서 이유 없이 여성이 살해된 강남역 살인사건은 2030 세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 리부트’의 역할을 했고 이후 젠더 이슈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어젠다로 자리잡았다.

 

젠더 이슈는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매우 중요한데,1) 일부 언론들이 이슈몰이로 트래픽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면서 성차별적으로 보도하거나, 젠더 갈등 유도,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일삼으면서 ‘나쁜 저널리즘’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성평등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차원에서 보도 준칙이 만들어졌고,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 젠더 데스크 제도를 만들고 균형 잡힌 젠더 기사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그러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꾸준한 교육을 진행하는 언론사는 전체 언론사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젠더 데스크 제도 실시하는 국내 언론사들

 

젠더 데스크는 편집국의 기사가 보도되기 전 젠더 관점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나 편견을 강화하는 표현 등이 없는지 체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언론사에서 젠더 데스크 제도와 젠더 담당 기자를 운영하는 곳은 7개 매체 정도에 불과하다. 젠더 데스크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곳은 한겨레, 경향신문, 부산일보 등 세 곳이다. 

 

한겨레는 2019년 5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젠더 데스크를 신설하고 자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기사를 젠더적 시각에서 점검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겨레에서는 초대 젠더 데스크를 시작으로 2대, 3대에 이어 현재 4대 젠더 데스크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2020년 11월 젠더팀을 신설해 서너 명의 젠더 기자를 두고 젠더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두 번째로 젠더 데스크를 신설한 곳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은 2021년 6월 젠더 소통 데스크를 신설하고 기사를 젠더 관점에서 스크리닝하는 것은 물론,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을 운영하면서 소멸하는 여성의 활동을 집중해 알리고 있다.

 

지역지 중에서는 부산일보가 2020년 11월 젠더 데스크를 신설하고 부장급 기자가 초대 젠더 데스크를 맡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부산일보는 2022년 젠더 데스크의 직급을 부장에서 부국장으로 한 단계 승급시켰다.

 

젠더 데스크 제도를 따로 만들지 않았지만 젠더 기자가 활발히 활동한 언론사도 있다. 서울신문은 2019년 6월 사장 직속으로 젠더연구소를 만들고 젠더를 심층적으로 연구했다. 젠더연구소장과 젠더 기자를 두고 젠더 면을 편성해 ‘젠더하기+’ 코너를 연재했다. 그러나 연구소를 만들었던 사장이 퇴임하고 경영진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젠더연구소는 문을 닫았고, 전담 기자가 퇴사하면서 현재 젠더 기자의 명맥이 끊긴 상태다.

 

한국일보도 젠더 데스크 제도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젠더와 여성 인물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허스토리’를 운영하며 주목받았다. 또한 3명의 기자가 주축이 되어 젠더 기획 보도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오마이뉴스에서 젠더를 담당하는 기자는 적극적으로 기사 생산은 물론 강연, 저술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젠더 담당 기자가 활동했던 국제신문은 해당 기자가 다른 담당으로 옮겨가면서 젠더 기자가 공백 상태다.

 

젠더 데스크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운영한 한겨레, 경향신문, 부산일보는 여전히 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젠더 데스크 제도를 따로 만들지 않고 젠더 담당 기자만 두었던 언론사들에서 젠더 기자가 절반가량 사라진 사라졌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볼 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편집국 내 성인지 감수성 높이고 뉴스 다양성 확대하는 젠더 데스크 제도

 

젠더 데스크 3인은 인터뷰2)에서 젠더 데스크의 순기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젠더 데스크 도입 후 성평등 보도의 중요성이 인식되었고, 사내 기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사내에 젠더 데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사 내부에 성인지 감수성의 지표가 마련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편집국 내 성인지 감수성이 고양되면서 젠더 관점의 뉴스 스크리닝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변화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OO일보의 젠더 데스크는 “젠더 데스크 제도가 3년이 넘으니까, 이제는 기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식이 자리잡혔다. 기사 작성하는 중간에 연락이 와서 단어 사용이나 내용의 문제를 상의한다. 이제는 젠더 데스크 혼자가 아니라 편집국장 및 각 부서 데스크들이 같이 고민한다”3)고 증언했다. △△신문의 젠더 데스크도 “젠더 데스크가 문제 제기하는 기사에 대해 대체로는 ‘그럴 수 있겠네요’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또한, 젠더 데스크 제도가 도입된 지 3~5년이 넘으면서 성폭력 보도나 젠더 보도에서 자극적 용어 사용이 줄었고, 2차 가해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피해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더불어,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필요성이 인식되었고,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주제의 뉴스 보도 흐름이 형성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젠더 기획이 포털 뉴스 댓글창에서 변화를 이끈 긍정적 사례도 있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젠더미디어 영상 채널 ‘슬랩’은 기획취재 <무수한 댓글 살인… 성범죄 기사엔 왜 막지 않나>4)를 통해 성범죄 기사의 댓글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공론화해 네이버의 개별기사 댓글 창 온·오프 기능 도입을 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언론사들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현황

 

젠더 데스크 제도를 운영하는 언론사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 면에서도 제도가 없는 언론사에 비해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겨레는 2021년 5월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성범죄 기사 작성 시 몰카·도촬을 ‘불법 촬영’, 성적 행위를 강요해 만든 영상을 ‘성착취물’이라 적는 등 성차별·성범죄 보도 악습을 벗어나야 하며, △성차별적인 사회 인식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성폭력 보도에서는 ‘피해자 관점’을 분명히 해 2차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부산일보 등 젠더 데스크 제도를 운영 중인 언론사는 수습기자를 채용할 때 성인지 감수성 관련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부산일보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젠더 데스크가 직접 실시해 수습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기사를 예로 들어 교육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크다.

 

성평등 보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기자 스스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자 개인이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자기 개발 학습과 연구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기자 개인의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젠더 데스크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아무리 조직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속보를 빠르게 써서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의 특성상 최초 보도기사를 써내는 기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야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가 언론사에 입사한 후 6개월에서 1년의 수습 기간을 거치고 정식 기자가 되고 나면 언론사 차원의 교육은 거의 없다. 업무의 대부분을 사수라고 불리는 직속 차장, 부장에게 배운다. 실제 일선 기자들 역시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3 한국의 언론인 >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2,011명) 중 34.5%가 우리나라 언론 전반에 성평등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답했다. 성평등이 갖춰졌다는 응답은 31.0%였다. 성평등한 언론 환경을 저해하는 문제점 심각 정도(5점 척도)를 묻는 질문에는 전 항목에서 보통(3점) 수준 미만으로 평가했지만, 언론사 인사에서의 성 불평등이 2.90점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고, 언론사 내부의 성차별적인 조직문화(2.82점), 언론사 상사, 동료로부터의 성폭력(2.46점), 취재보도 과정에서 취재원으로부터의 성폭력(2.34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내부에서 성평등한 언론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경영진의 성평등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체 응답자 중 58.5%가 회사 경영진의 성평등 인식 제고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51.1%), 데스크의 성평등 인식 강화(47.3%), 회사 구성원 대상 성평등 교육 실시(39.6%)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젠더미디어 영상 채널 ‘슬랩’ <출처 - 한겨레 유튜브 슬랩 화면 갈무리>

 

 

결론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성평등한 보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언론의 지형 변화와 더불어 건강한 성평등 문화의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다. 국내 언론사들은 기자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성평등 보도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젠더 데스크의 운영은 성평등 보도와 성인지 감수성을 이끌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써 필요하며, 현재 몇몇 언론사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이 시스템이 전 언론사에 확장돼야 한다.

 

더불어 기자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차원의 프로그램이 확대돼 모든 기자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기능이 강화돼야 하며, 실습 중심으로 훈련해 실제 보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평등 전문가나 관련 단체와 협력해 기사를 작성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기자의 보도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자 개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꾸준한 노력과 교육은 사회 전반의 건강한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다. 

 

 

 

 

 

1) 미디어가 젠더 관련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연구는 미디어가 젠더를 다루는 방식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만든다(장은미·최이숙·김세은, 2021).

2) 김효원(2024), 젠더 데스크 & 젠더 기자 운영 후 언론사 성평등 보도에 나타난 변화 연구

3) ‘미디어와 성평등: 젠더 데스크가 불러온 변화들’ 토론회, 2022년 10월 19일, 전주시사회혁신센터·성평등전주·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4) 슬랩팀은 정준영 불법 촬영 피해 여성 ㄱ씨 대면 인터뷰를 통해 성범죄 기사의 악플이 피해자에게 극심한 2차 가해를 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성범죄 기사의 댓글창을 막을 것을 제안했다. <무수한 댓글 살인... 성범죄 기사엔 왜 막지 않나>, 한겨레 유튜브 슬랩, 2021.5.6, https://youtu.be/xGFWUUFZ7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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