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갈무리’는 일반적으로 정리, 마무리, 완료라는 개념을 내포한 단어로, 물건을 정리·보관·간수하거나, 일을 처리해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최근에는 특정 영상, 문서 등의 자료 화면, 소셜미디어 화면을 캡처한 것을 갈무리라고 표현한다. 인터넷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기사 소재를 얻기 쉬워지면서, 타사 자료나 소셜미디어·SNS 자료를 갈무리해 인용 보도하는 기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사에 캡처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캡처’, ‘000 사진 인용’ 등으로 언급하거나, 유명인의 얼굴이 드러나는 SNS 게시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갈무리 인용 보도에 저작권, 초상권 등의 문제는 없을까.
먼저, 저작권 침해에 관해 알아본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영상·어문·이미지·사진 저작물 등 대부분이 모두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따라서 타사의 문서·영상 자료,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하거나, 소셜미디어, 화면 등을 캡처해 기사에 싣는 행위는 전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각 자료의 저작자로부터 저작물 이용에 관해 허락을 얻은 후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내에서 활용해야 한다(저작권법 제46조).
다만, 저작권법은 몇 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인지 여부에 대해,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 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6.2.9. 선고 2005도7793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 이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 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2013.2.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등 참조).
기사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 목적을 갖고 있지만, 언론사의 영리 목적을 배제할 수 없어 저작물의 자유 이용이 무한정 허용되지는 않는다. 언론 기사의 인용 보도에 대해 저작권법 제35조의 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적용도 가능하나, 저작권법 제28조와 마찬가지 이유로 언론사의 저작물 이용이 전부 면책되기는 어렵다.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자료를 인용했는지에 관해서는 정확한 기준이 없으며, 판례는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사에 자료를 인용한 측은 공정이용을 주장하겠지만,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자료의 성격, 기사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사진작가의 사진을 허락 없이 기사에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100만 원을 배상한 사건을 참고할 만하다. 문제가 된 기사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주로 특정 목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목사의 얼굴이 나온 사진이 실렸는데 단지 ‘페이스북 캡처’라고만 적시되어 있었다. 그 사진을 직접 찍은 사진작가는 동의 없이 사진이 기사에 사용됐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위 사건에서 남부지방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공공의 이익보다는 000 목사의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 등을 비판하는 피고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내용이다. 임 목사에 대한 피고의 비판적인 논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사진이 사용된 이상 그 비중이 결코 적지 아니하다”고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처럼 저작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갈무리 인용 보도 시 반드시 출처를 명시하고 저작권자를 확인한 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저작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저작물을 발췌한 홈페이지, 소셜미디어의 권리자, 명의자, URL 주소 등을 표기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 우려가 있으므로, 유명인이 아닌 경우 SNS 언급 시 계정을 익명화해 표시하는 것이 권장된다.
대부분의 저작권 분쟁은 저작권자가 저작물의 이용으로 인한 불편함, 불쾌감을 느꼈을 때 발생하므로, 부정적인 기사, 명예훼손성 기사 등에 대해서는 특히 출처를 반드시 명시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인용 보도된 갈무리 자료에 얼굴이나 음성 등이 나타나는 경우 ‘초상권’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으로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다(대법원 2006.10.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초상권 침해 행위 자체에 대해 별도로 형사적 처벌을 하는 근거 조항은 없지만,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통해 보호된다(서울고등법원 1989.1.23 선고 88나38770 판결 등 참조).
초상권은 일반인, 연예인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지만, 법원은 유명인, 연예인, 정치인 등에 관해서는 다소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4.7. 24. 선고 2013가합32048 판결). 따라서 유명인의 공개된 게시물이나 자료를 캡처한 것이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초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유명인이라도 비공개 계정에 업로드된 것이라거나, 일반인의 게시물을 활용할 때는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커지므로 인용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작권 분쟁과 마찬가지로 초상권 분쟁도 부정적, 명예훼손성 기사에서 더욱 문제가 되므로, 얼굴이 드러나는 자료를 인용할 때 해당 인물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동의 없이 사진 자료를 활용했다가 초상권, 명예권 침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갈무리 자료를 통해 손쉽게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기사가 늘어나면서, ‘기자 하기 쉽네’, ‘복붙 기사’ 등의 조롱 여론도 생겨났다. 저작권과 초상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한 무분별한 인용 보도 관행이 지속된다면 언론의 신뢰성이 더욱 훼손될 수 있다. 저작권 및 초상권 존중, 정보의 신뢰성 확보, 언론 윤리 준수 등을 통해 책임감 있는 보도가 실현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