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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동 일대에는 소형 수리 조선소 7곳이 모여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에 시달리며, 진폐증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통영뿐 아니라 사천까지 수리 조선소로 인한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심층 보도한 KNN의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조선소 마을 주민들이 폐암과 폐 질환, 진폐증에 걸려 죽어 나가고 있어요. 특히 올해 무더기로 진폐증 환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올해 폐암 환자도 나왔고요. 이미 원발성 폐암으로 죽은 사람도 있어요. 왜 방치하고, 마을 주민들은 왜 죽어야 합니까?”
취재의 시작은 경상남도 통영시 봉평동 일대 주민들에게 걸려 온 제보 전화였습니다. 통영시 봉평동 일대는 마을 옆으로 7개 조선소가 몰려있습니다. 주민들이 사는 작은 마을과 조선소 단지는 3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여름이지만 창문을 열기도 어려운 주민들은 호흡곤란 등 심각한 불편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제보 당시 이들은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의 석면 의심 건강영향조사를 받았고 무더기로 석면 피해를 인정받으면서 마을에서 폐 질환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보를 받자마자 곧바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취재진은 조선소 마을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촬영기자와 함께 취재 차량에서 내리던 순간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조선소와 주민들이 사는 마을이 인접해 있었고 화학물질 냄새가 마을 초입부터 풍겼습니다. 주민들 제보대로 유독성 분진 등은 물론 악취까지 심했습니다. 이곳 조선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 피해와 악취 등의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취재진에게 석면 피해 등급 결정서를 건넸습니다. 한국산업기술원 석면피해판정위원회가 마을의 석면 노출로 인한 폐 기능 장애 발생을 인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진폐증 1·2·3급부터 폐암까지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한 마을에 계속 살았을 뿐인데 왜 집단으로 폐 질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었을까. 주민들은 불과 3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수리 조선소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시청에 수차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비산먼지와 분진, 악취 등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30대에서 80대까지 광범위한 피해 연령층
마을 주변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석면폐증에 걸린 주민 12명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모두 확보했습니다. 다양한 석면 피해자들을 만났고 생생한 증언과 사례를 통해 진폐증, 석면폐의 심각성을 인터뷰했습니다. 앞서 전화 제보를 통해 다른 주민이 말한 내용과 같았습니다. 이들 가운데는 올해 폐가 점점 굳어가는 진폐증 확정 판정을 받은 30대 초반의 청년도 있었습니다. 올해 추가 확인된 진폐증 피해자는 30대 1명, 50대 1명, 60대 4명, 70대 5명, 80대 1명으로 지난해에 없었던 30~60대 환자가 최초로 확인됐습니다.
설상가상 마을 주민들의 우려는 폐암으로까지 번지고 있었습니다. 진폐증은 폐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조사 결과 올해 처음 폐암 판정을 받은 50대 환자도 있었습니다. 독성 유해 물질인 비산먼지나 1급 발암물질인 석면 관련 질환 발병에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통설과는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진폐증 피해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학생과 아이들까지 숨겨진 피해 연령층이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 심층 보도했습니다.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진폐증, 석면폐증 질환 판정을 받은 30대 청년은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직접 밝혔고 단독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석면 피해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조선소 앞마을에 10년 넘게 거주한 그는 그동안 원인 모를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고 살았으며, 비염이나 단순 감기라고 생각해 왔는데 올해 결국 석면폐증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숨쉬기가 불편해지고, 호흡곤란 등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습니다. 진폐증, 석면폐증과 폐암에 걸린 주민 12명을 마을 현장에서 일일이 만나 확인했고 이를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이어 부산 경남 지역의 대표 토론 프로그램인 <KNN 파워토크>에서도 침묵의 살인자, 석면 피해의 심각성을 깊이 있게 전달했습니다. 해당 지역 석면 피해 관련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직업재활의학과 이은수 교수를 부산 KNN 방송국으로 섭외해 25분 동안 관련 문제를 심층 보도했습니다. 조선소 옆 소도시 마을의 진폐증 확산 문제, 석면 피해 발생 이유, 석면 피해 의심 건강영향조사 방법과 대응책 등을 조목조목 짚어 문제의 심각성과 숨겨진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첫 보도 이후 시의회도 시정 질문 등을 통해 시의 주민건강 전수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 시장 공약이었지만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던 시청도 조선소 이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한 뒤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며 주민들의 심각한 피해를 인정했습니다. 해당 부서에서는 관련 용역을 실시하고 해당 지역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조선소 이전 세부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인근 사천도 조선소 상대 승소 판결
통영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통영 인근의 또 다른 소도시인 사천의 마을에서도 수리 조선소의 비산먼지 피해로 주민들이 건강에 큰 피해를 입었고 얼마 전 소송에 나서 조선소를 상대로 승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먼저 부산고등법원을 통해 해당 판결문을 확보했습니다. 법원은 경남 사천 모례마을 옆 수리 조선소에서 비산먼지가 배출된 사실, 배출된 비산먼지가 주민들에게 도달한 사실,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호흡기 질환, 정신적 질환을 앓을 수 있는 위험에 주민들이 노출됐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사천의 조선소가 사용한 도료와 희석제에는 비스페놀류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주석, 비소, 니켈, 아연, 구리, 크롬이 함유돼 있었습니다. 3년 동안 사용한 도료만 7만 8,000톤 규모였으며 조선소 내 토양에서도 구리와 아연, 니켈, 철이 매우 높게 검출됐습니다. 이러한 유해 물질은 결국 사천 모례마을 주민들의 질병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를 침해받고 주민 피해가 조선소 먼지에 의해 발생했다는 개연성을 재판부가 모두 인정했습니다. 호흡기 질환은 물론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적인 피해까지 포함됐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사천의 사례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해당 변호사를 수소문해 직접 인터뷰해 보도했습니다. 재판 당시 변호사가 재판부를 설득해 직접 판사와 경남 소도시인 사천 조선소 인근 마을 현장에 찾아가 각종 문제를 검증하면서 조선소 옆 지역 주민 피해를 입증해 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아냈습니다. 이 판결문을 바탕으로 사천과 통영 사례의 유사점을 새롭게 발견하였고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조선소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적발 수두룩사천보다 더 심각한 통영 지역 수리 조선소 6곳의 비산먼지 억제시설 및 조치기준 미흡, 비산먼지 발생사업 신고 미이행 누락, 야외도장 연마 작업 시 방진망 미설치, 이동식 집진시설 미설치 등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실(형사고발 7건, 행정처분 17건)을 확인했습니다. 경남 통영시 봉평동 수리 조선소에 대한 24차례의 행정처분과 경찰 고발 사실을 행정기관을 통해 최초 확인·보도한 것입니다. 인근 사천에서도 재판부에서 주민들의 민사소송 판결을 내릴 때 매우 중요하게 참작했던 것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문제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행정처분 내역에 따라 조선소들은 비산먼지 등 유해 먼지를 억제하기 위한 시설인 방진망 등을 설치했어야 하지만 미설치 등 미흡한 상태로 선박 수리건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봉평동 마을 주민들은 유해 물질에 장기간 직접, 간접적으로 노출된 것입니다. 이렇게 주민들은 각종 질병을 앓았고 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생활에도 상당한 불편을 겪었으며 정신적·신체적 고통 등 각종 피해를 입었습니다.
나아가 이 조선소들은 이처럼 대기환경 분야에서 작업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행정처분을 계속 받았지만, 실제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행정기관이 개선명령 처분을 내려도 일부 벌금만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시의원의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석면 피해 ‘건강권 침해’ 심각, 대책 시급
수리 조선소 인근 마을의 진폐증 피해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학생과 아이들까지 숨겨진 피해 연령층이 광범위합니다. 더 많은 희생을 치르기 전 대책이 시급합니다. 바다와 인접해 조선소 등이 많은 부산·경남은 전국의 석면 피해자 가운데 26%를 차지해 충남에 이어 석면 피해자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잠재적인 석면 피해자를 찾기 위한 세심한 지원 정책은 타지역보다 매우 부족합니다. 진폐증, 석면폐증은 초기 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호흡곤란까지 진행되면 이미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석면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만큼 빠른 검사와 진단이 중요합니다.

조선소 반경 2km 이내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 시 석면 피해 의심 건강영향조사의 검진 대상입니다. 유해 물질로 인한 폐 질환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연속보도 이후에도 제도적 허점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검진 자체가 희망 주민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실시되면서 가까이 있는 주민들도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가 지금도 여전합니다. 통영의 경우 이 범위 안에 현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봉평동뿐 아니라 인근 미수동과 중앙동, 도천동까지 주민 2만 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 대상을 크게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현 시장의 공약인, 수리 조선소 이전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서두르는 노력과 함께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더욱 폭넓은 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합니다. 주민들의 석면폐 피해 신고와 민원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올해처럼 무더기로 석면폐 질환 피해 환자가 쏟아져 나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 통영시와 경상남도는 주민들의 검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한 주민들의 건강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허울뿐인 조선소 단속이 아니라 조선소 이전 대책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조선소 인근 마을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취재진은 석면폐 질환 피해에 대해 지켜보고 관련 보도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